“폭력을 금지하는 운동이 있었다. 한동안 미성년자인 어린이를 때리지 말라는 캠페인을 벌일 때 ‘꽃으로도 때리지 말라’고 했다. 거기에 비유하자면 미성년자에 대한 성희롱은 ‘꽃으로도 희롱하지 말아야 한다’는 생각이다. 웃음의 소재로 소비해서는 안 된다.” (허미숙 소위원장)

▲  tvN ‘플레이어’ 지난달 1일 방영분. 사진= tvN ‘플레이어’ 방송화면 갈무리.
▲ tvN ‘플레이어’ 지난달 1일 방영분. 사진= tvN ‘플레이어’ 방송화면 갈무리.

심사위원 역할을 맡은 성인남성이 미성년 여성에게 전화번호를 요구한 후 거절당하자 경연에서 탈락시킨 콩트 장면을 방송한 tvN·XtvN 예능프로그램 ‘플레이어’에 법정제재가 추진된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방송심의소위원회(위원장 허미숙)는 16일 서울 목동 방송회관에서 회의를 열고 tvN·XtvN ‘플레이어’가 방송심의에 관한 규정 ‘품위유지’와 ‘양성평등’ 조항 등을 위반했는지 심의한 결과 다수 의견으로 법정제재 ‘주의’를 결정했다. 하지만 유료방송채널인 tvN·XtvN은 방송통신위원회 재승인·재허가 심사 대상이 아니다. 

tvN ‘플레이어’는 콩트 형식의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이다. 이 프로그램은 지난달 1일 방영분에서 힙합 경연 프로그램인 Mnet ‘쇼미더머니’를 패러디한 코너 ‘쇼미더플레이’를 방송하면서 심사위원 역할을 맡은 개그맨 장동민이 예선 참가자인 여성 래퍼 하선호의 랩을 들은 후 심사하는 장면을 방송했다.

장동민이 “합격 목걸이 원해요”라고 묻자, 하선호는 “원한다”고 답했다. 장동민은 “전화번호 원해요”라고 말했고, 하선호는 “저 18살인데”라고 말한다. 그러자 경고음이 울리는 장면과 함께 ‘장난장난’ ‘비난폭주’ ‘th레기!!’라는 자막이 나온다. 다른 출연자들은 웃거나 얼굴을 찡그리며 야유하는 소리를 낸다.

▲  tvN ‘플레이어’ 지난달 1일 방영분. 사진= tvN ‘플레이어’ 방송화면 갈무리.
▲ tvN ‘플레이어’ 지난달 1일 방영분. 사진= tvN ‘플레이어’ 방송화면 갈무리.

결국 장동민은 하선호에게 “탈락 드리겠습니다”라고 말한다. 동시에 ‘하선호, 번호 안 줘서 탈락’이라는 자막이 나왔다. 이후 하선호가 경연장을 나서며 “얼마나 잘되나 봅시다”라고 말한 후 손가락을 이용해 욕설하는 장면이 방송됐다.

▲  tvN ‘플레이어’ 지난달 1일 방영분. 사진= tvN ‘플레이어’ 방송화면 갈무리.
▲ tvN ‘플레이어’ 지난달 1일 방영분. 사진= tvN ‘플레이어’ 방송화면 갈무리.

이날 CJ ENM은 서면 의견진술서에서 “심사위원역인 장동민은 하선호가 미성년인지 모르는 상황에서 한 행동이었다. 제작진은 시청자들이 불편하게 볼 수 있는 상황임을 고려해 콩트 장치를 추가했다”며 “‘장난장난’이라는 자막을 추가하고 출연자들에게 질타와 야유를 받는 장면 등을 넣었다”고 해명했다.

이어 “탈락한 하선호도 상황 자체가 설정이었다는 걸 인지한 상황이었다. 말도 안 되는 것에 대한 불만 표현도 간접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을 넣었다. 손가락 욕설 장면도 콩트 측면에서 보여준 건데 적절치 못했다는 점도 반성한다”고 밝혔다.

▲  tvN ‘플레이어’ 지난달 1일 방영분. 사진= tvN ‘플레이어’ 방송화면 갈무리.
▲ tvN ‘플레이어’ 지난달 1일 방영분. 사진= tvN ‘플레이어’ 방송화면 갈무리.

심의위원들 4명(정부·여당 추천 허미숙 위원장, 김재영 위원, 자유한국당 추천 전광삼 상임위원, 바른미래당 추천 박상수 위원)은 법정제재 ‘주의’를, 정부·여당 추천 이소영 위원은 소수 의견으로 행정지도 ‘권고’를 주장했다.

홀로 행정지도를 주장한 이소영 위원은 “젠더 이슈로 문제된 프로그램을 보면 불쾌한 방송이 있고 안타까운 방송이 있다. 이 프로그램은 안타까운 방송이다. 어쩜 저렇게 아직도 사회적 흐름을 맞추지 못하는지 의문이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소영 위원은 “서면 의견진술서를 보면 방송사가 내부 심의를 했다. 심의 과정에서 해당 장면이 문제라 인식하고 완화하는 장치로 자막이나 효과음을 넣었다.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 법정제재를 줄 정도로 충격파가 필요한 상황인지 고려해야 한다. 방송 직후 시청자들이 많이 질타했다. 이미 방송사가 느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허미숙 위원장은 방송사가 문제적 장면을 자막이나 효과음으로 완화한 게 아니라 오히려 강조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허미숙 위원장은 “화면에 댓글을 붙여 그 상황을 강조하는 효과를 내며 웃음의 소재로 소비했다”고 말했다.

이어 허미숙 위원장은 “장동민의 ‘전화번호 원해요’ 발언은 미성년자인 당사자나 시청자나 성희롱이라고 느낀다. 40대 아저씨와 10대 청소년의 원조교제가 떠오른다. 전화번호의 상징이 우리 교제하자는 거 아닌가”라며 “여성이 그 행위 자체에 불만을 표현하는 내용도 방송에 담아 여성의 입장도 간접적으로 보여주려고 했다고 했는데, 이건 궤변”이라고 비판했다.

전광삼 상임위원도 “장난칠 수 있는 소재가 있고 안 되는 소재가 있다. 미성년 여성이다. 엄격하게 봐야 한다”고 말했다. 박상수 위원도 “미성년자, 여성에 대한 인권을 더 중요시해야 한다. 법정제재가 불가피하다”고 주장했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