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습기살균제를 만들고 판매하며 표시광고법을 위반해 과징금을 물게 된 SK케미칼이 처분을 취소해달라며 낸 소송에서 승소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가습기살균제 사건’을 재조사해 내린 제재 결정이 줄줄이 법원에서 뒤집혔다.

서울고등법원 행정6부(박형남 부장판사)는 16일 오전 SK케미칼이 공정위를 상대로 “시정명령과 과징금 등을 취소해달라”며 낸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공정위가 SK케미칼에게 한 시정명령, 공표명령과 과징금 납부명령을 취소한다”고 선고했다. 소송비용은 공정위가 부담하도록 했다.

공정위는 SK케미칼이 가습기살균제를 제조·판매하면서 표시광고법을 위반했다며 지난해 3월 시정명령을 내리고 과징금 3900만원을 부과했다. 또 일간지를 통해 시정명령 처분을 공표하도록 했다. SK케미칼이 2006∼2011년 가습기살균제를 판매하며 유해 성분이 든 사실을 광고 문구에 밝히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SK케미칼이 가습기살균제를 만들어 판 행위로 당시 받은 유일한 제재조치다.

SK케미칼은 법리 해석에 이견이 있다며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SK케미칼 측은 “2011년 8월 가습기살균제 판매와 광고를 중단했고, 공정위가 같은 해 조사에 들어갔으므로 기만적 광고행위에 대한 행정처분시효가 지났다”고 주장했다.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행정처분 시효는 조사개시일로부터 5년이다.

▲ 가습기. 사진=gettyimages
▲ 가습기. 사진=gettyimages

법원은 앞서 이마트와 애경산업이 공정위 처분에 불복해 제기한 행정소송에도 각각 승소 판결했다. 애경은 지난 8월 승소했고, 이마트는 지난 6월 대법원에서 승소가 확정됐다. 이마트와 애경도 가습기 살균제를 유통하고 판매했는데 가습기살균제의 유해성을 광고에 표시하지 않아 SK케미칼과 함께 시정명령·공표명령·과징금 처분을 받았다.

공정위는 지난 2011년 가습기살균제 문제가 불거진 뒤 SK케미칼과 애경산업을 3차례 조사했다. 그러나 2012년엔 무혐의 처분했고, 2016년엔 공소시효가 지났고 클로로메틸이소티아졸리논(CMIT)·메틸이소티아졸리논(MIT) 성분의 인체 위해성이 입증되지 않았다는 이유 등으로 심의절차를 종료했다.

가습기살균제참사전국네트워크 장동엽 선임간사는 “근본적으로 공정위가 가습기살균제 사건을 여러 차례 조사하면서도 근거가 없다는 이유로 기업들을 면피해준 게 문제다. 재판부는 소멸시효 법리를 형식적으로 적용해, 공정위의 늑장 대응이 기업 면죄부로 이어지도록 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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