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이 조말생을 다루는 법
세종이 조말생을 다루는 법
[ 미디어오늘 1221호 사설 ]

1426년 조선 세종 8년 3월4일 사헌부는 김도연 노비소송 사건을 수사하다가 병조판서 조말생이 김씨로부터 노비 수십명을 불법 증여받은 사실을 밝혀냈다. 이런 것도 별건수사에 해당되려나. 이른바 국방부장관 조말생의 노비 상납 스캔들이었다. 

수사를 맡은 사헌부와 사간원 관리들은 세종에게 조말생을 사형(死刑)에 처해야 한다고 빗발치듯 요구했다. 이들은 ‘뇌물 80관 이상이면 교수형’이라는 법 규정을 들이댔다. 드러난 뇌물만 무려 780관이었다. 

그러나 세종은 조말생을 충청도 회인에 귀양 보내는 선에서 마무리했다. 세종은 선왕 때부터 그가 조정의 중책을 맡은 공로를 인정했다. 

▲ 조말생 (1370~1447). 조선 전기의 문신. 사진=국립중앙박물관
▲ 조말생 (1370~1447). 조선 전기의 문신. 사진=국립중앙박물관

 

불과 2년 뒤 조말생은 사면 받았다. 이에 사간원 대간들은 집단 사표를 내며 세종과 싸웠다. 세종은 대간들의 전원 사표에도 뜻을 굽히지 않았다. 

세종은 1433년 조말생을 함길도 관찰사로 임명했다. 다시 5년 뒤 예문관은 과거에 합격한 조말생의 아들의 합격자 등록을 지연시키고, 사헌부는 둘째 아들 조찬의 관리 임명동의안도 처리하지 않고 버텼다. 견디다 못한 조말생은 12년 전 뇌물사건 재조사를 상소했다. 조말생은 죽을 때까지 10년동안 뇌물사건 재조사를 청했지만 세종은 무응답으로 일관했다. 

조말생은 여진족 정벌과 명나라와 외교에 탁월한 수완을 발휘했다. 앞서 조말생은 1419년 태종 때 해적이 남해안을 자주 범하자 이종무의 대마도 정벌을 성사시켰다. 뇌물사건 뒤 함길도 관찰사로 나가선 여진족에 맞서 싸웠고 1438년엔 충청 전라 경상 3도에서 순찰사로 왜적에 대비해 수많은 성을 쌓았다. 

세종은 합당한 벌을 주고 다시 그의 능력을 재활용했다. 세종에게 법치주의란 조선 중기 이후 수많은 사화(士禍)처럼 죽이고 배척만 하는 살풍경한 세상이 아니었다. 그렇다고 자기 편이면 무슨 짓을 해도 눈 감고 넘어가지도 않았다. 세종은 조말생을 재차 등용했지만 뇌물 스캔들 이후 결코 의정부나 육조의 중책을 맡기진 않았다. 결국 조말생은 정승이 되지 못하고 죽었다. 그가 죽자 조선왕조실록은 “기개가 크고 일 처리에 너그럽고 후덕해 태종께서 소중한 그릇으로 여겼으나, 옥에 티가 오점이 돼 끝끝내 정승이 되지 못했다”고 적었다. 역사는 그에게 ‘권력형 부패 관료’란 이름표를 붙였다. 그가 8년이나 병조판서에 앉아 부하들 인사권을 갖고 뇌물을 챙겼으니 죄질도 나빴다. 

▲ 세종대왕. 사진=나무위키
▲ 세종대왕. 사진=나무위키

 

세종은 그를 아꼈지만 허물까지 숨겨주진 않았다. 때문에 조말생은 조선 사회 내내 뇌물 수수의 대명사로 낙인 찍혔다. 있는 죄를 없다고 할 순 없다. 그래서 세종의 치도(治道)는 ‘실리적 법치주의’다. 이런 세종의 실리적 법치주의는 사헌부의 원칙적 법치주의와 때로는 격하게 충돌했다. 이런 충돌의 역사가 조선을 살찌웠다. 

정적에게 엉뚱한 누명을 씌운 뒤 비열하게 고문해 죽이는 조선은 드라마에서만 있는 나라다. 조선은 당시 세계 어떤 나라보다 사법제도가 잘 갖춰진 법치국가였다. 

두 달여 혼돈의 광장에서 살벌한 말들이 오가는 사이 학교 비정규직은 대부분 진보라 불리는 교육감들과 힘겹게 거리의 교섭을 마무리했다. 톨게이트 요금수납원들은 경북 김천의 한국도로공사 로비에서 두 번째 계절을 맞고 있다. 도시에 전기를 공급하려고 만드는 경남 고성군 화력발전소 건설현장에선 1주일 사이에 2명의 건설노동자가 다치거나 숨졌다. 올들어 조선업에서 일어난 산재 사망자 8명은 모두 하청 노동자였다. 

온고지신의 지혜를 새겨야 할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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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음포인트 2019-10-20 16:41:42
웃음포인트
세종대왕. 사진=나무위키

언제부터 미디어오늘이 인터넷 찌라시보다 못하게 됐냐

북벽 2019-10-20 12:05:22
좃국은 능력도 없는 조말생이라 쓸모마저 없다

바람 2019-10-19 22:05:39
스스로가 정의와 진리라 생각하면 안 된다. 극단적인 선택과 노선, 해결책은 반드시 부작용이 있다. 문제 해결이 어렵다면, 조금 떨어져서 나와 문제를 같이 관찰할 필요가 있다. 답답할 수 있겠지만, 문제를 되돌아보는 것이 가장 빨리 타협하는 방법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