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진행하는 유튜브 방송에서 KBS 법조출입 기자를 향한 성희롱성 발언이 나오면서 KBS 구성원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15일 저녁 유튜브 방송 ‘알릴레오’에서 패널로 출연한 아주경제 법조팀장 장용진 기자는 “A기자를 좋아하는 검사들이 많아서 술술술 흘렸다. 검사들에게 또 다른 마음이 있었을는지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A기자는 KBS 법조팀 소속으로 논란이 된 김경록씨를 인터뷰하고 리포트 했던 기자다.

장용진 기자는 “A기자가 국정농단 때부터 치밀하게 파고들며 검찰과의 관계가 아주 넓어졌다. A기자를 좋아하는 검사들이 많아 많이들 흘렸다”고 말했다. A기자는 종합편성채널 소속 법조출입기자로 있을 때 국정농단 사건을 취재한 전력이 있다.

장 기자의 말에 이날 공동진행자로 나선 개그맨 황현희씨가 “좋아한다는 것은 그냥 좋아한다는 것이냐”라고 묻자 장 기자는 “검사가 다른 마음이 있었는지는 모르겠고, 많이 친밀한 관계가 있었다”며 성희롱성 발언을 이어나갔다.

관련 발언이 나오자 유 이사장은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유 이사장은 “약간 오해의 소지가 있을 것 같다. KBS 법조팀에서 여기자에 대해 검사들이 좋아한다는 이야기가 넘어갔을 때 성희롱 발언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고 했고, 이에 장용진 기자는 “사석에서 많이 하는 이야기라서”라고 말을 흘리면서 “죄송하다. 제가 의도하진 않았지만 불편함을 드렸다면 사과드리겠다”고 말했다.

제작진 역시 “검찰과 언론과의 관계를 설명하던 중 출연자들의 적절치 않은 발언 일부가 그대로 생중계됐다”며 “먼저 이 이야기를 전해듣고 당혹감을 느꼈을 당사자에게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하지만 관련 발언에 대한 KBS 구성원들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면서 강도높게 비판했다.

KBS기자협회는 “사석에서 많이 하는, ‘혹시’ 불편함을 줄 수 있는 성희롱 발언이 구독자 99만명의 유튜브 채널 ‘사람사는세상노무현재단’을 통해 라이브로 여과 없이 방영됐다”며 “발언 당사자는 이 발언이 취재 현장에 있는 여기자들에게 어떤 상처가 되는지 고민해보기 바란다. 그리고 카메라가 꺼진 일상에 얼마나 많은 여성혐오가 스며있는지 반성하기 바란다. 유 이사장은 본인의 이름을 건 방송의 진행자로서 책임 있는 자세를 보여라”라고 비판했다.

▲ KBS 본관 전경.
▲ KBS 본관 전경.

 

전국언론노조 KBS본부도 “넘지 말아야할 선이 있다. ‘알릴레오’의 성희롱 발언을 규탄한다”는 성명을 냈다.

KBS본부는 관련 발언에 “노골적인 성희롱 발언이자 인격 모독이다”며 “공영방송의 취재관행과 시스템에 대한 논쟁은 치열하게 진행되어야 하고 이에 대한 비판과 검증은 아프지만 귀담아 들어야 한다. 하지만 냉정하고 차분해야 한다. 그리고 넘지 말아야할 선이 있다”고 밝혔다.

KBS본부는 “KBS 법조팀 기자들은 이번 사건으로 성폭력적 발언과 신변 위협까지 차마 입에 담기 어려울 정도의 악성 댓글의 공격을 받고 있다. 그런 상황에서 언론의 취재관행과 인터뷰의 문제점을 짚어보겠다며 2차 분석에 나선 ‘알릴레오’가 기자 개개인의 이름을 호명하며 추측성 발언을 쏟아내는가 하면, 여성 기자에 대한 성희롱 발언까지 했다는데 개탄을 금치 않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KBS본부는 “이번 알릴레오 방송은 비평이라는 이름으로 사건을 희화화하고 웃음의 도구로 삼은 것은 아닌지 묻고 싶다”며 “언론에 대한 비판은 자유이지만, 개인의 인격을 말살할 권한까지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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