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KBS와 검찰의 유착 의혹을 제기하면서 KBS 내부에선 저널리즘 원칙과 가치 논쟁이 한창이다.

조국 전 장관 관련 언론 보도는 신상털기식 보도 등 여러 문제를 낳았지만 이번 KBS 논란은 언론의 사실 확인 기준 등 저널리즘 원칙에 다양한 관점과 주장을 담고 있다.

논란의 핵심은 KBS가 김경록씨 발언을 왜곡했는지, 검찰 확인 과정에 저널리즘 원칙을 훼손했는지 여부다. 더 깊이는 법조기자들 취재관행에 문제가 없었는지 따져볼 사안이어서 언론계도 주목하고 있다.

김씨와 KBS 인터뷰에서 논란이 된 대목은 “(정경심 교수가) 처음에 사모펀드를 결정하고 그 코링크에 대한 부분에 대해서 저한테 ‘검토를 해보라’라고 제안서를 가지고 오셨어요”라는 내용이다. KBS는 김씨의 이 말이 사실상 사모펀드 운용 의혹을 밝혀줄 단초라고 봤다.

인터뷰 다음날 KBS는 그동안 조국 장관과 정경심 교수는 펀드 운용과 관계없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김씨 증언은 “(이런) 조 장관 측 설명과 배치되는 부분”이라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만일 5촌 조카가 펀드 운용에 직접 개입했고 정 교수가 이를 알고도 돈을 맡겼다면, 투자자의 펀드 운용 개입을 금지한 자본시장법 위반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김씨는 KBS와 인터뷰에서 “고위공직자(조국 민정수석)가 되신 이후에 그 규정에 맞게끔 재정비하는 과정에서 거기서 코링크가 나타났던 거지 특별히 코링크라는 회사를 타깃으로 해서 자산관리가 들어갔던 것 아니”라고 말했다. 김씨는 “직접 투자라고 말을 하기가 거의 불가능”하다면서 투자자의 펀드 운용 개입을 금지한 자본시장법 위반도 부인한 발언을 내놨다. 그런데 KBS는 여러 갈래로 해석될 발언 중 “펀드 운영엔 일체 관여한 사실이 없다는 조 장관 측 설명과 배치”되는 증언을 선택해 보도했다.

조 장관에 불리하게 해석될 증언을 떼 와 검찰에 확인한 것도 부적절했다는 게 비난 여론의 일부다. 사실상 누가 KBS를 믿고 인터뷰 할 수 있느냐는 불신으로 번지고 있다.

KBS 한 기자는 “조국 일가가 펀드 관계자를 전혀 모른다고 해왔는데 단서가 없는 상황에서 김씨 증언은 기자로서 크게 보일 상황”이었다며 “그런 점에서 보면 인터뷰를 왜곡했거나 특별한 의도가 있다고 보지 않는다”고 했다.

다만 기자는 “핵심 중심주의, 공급자 중심 취재 관행은 물론 검찰을 중심으로 놓는 취재의 한계, 제한적 정보로 수사 동향을 파악해야 하는 한계 등이 이번 논란에 다층으로 쌓였다”며 “교과서적 얘기지만 취재과정과 결론을 도출하는 근거들을 투명한 형식으로 녹여내는 결과물을 만들어야 한다. 일방으로 정보를 독점하는 시대가 아닌 쌍방향 정보 교류 시대에 투명성이 중요해졌다. 기준이 보다 엄격해지면서 엄밀한 도덕성과 기준이 요구된다”고 했다.

반면 사회부 한 기자는 “인터뷰 하고 사실관계를 검증하고 확인하는 건 저널리즘의 기본”이라며 “핵심 증언을 가지고 문제를 짚고 수사 상황을 확인해 보도했는데 왜곡이란 지적이 적절한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정파적 이해관계가 반영된 비난에 KBS 보도가 노출됐다는 주장이다.

▲ KBS 9시 뉴스 보도 화면.
▲ KBS 9시 뉴스 보도 화면.

15일 KBS 보도위원회에서도 인터뷰 보도에 여러 의견이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보도위원회는 보도와 관련 문제가 터졌을 때 일선 기자(기자협회 대표)와 경영진이 한 자리에 모여 쌍방 입장을 논의하는 기구다. 이번 논란에서 처음으로 KBS 구성원 간 문제의식을 공유하는 자리인데 저널리즘 원칙을 상기시키고 쇄신책을 마련하는 등 논란을 전화위복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양성모 기자협회장은 “최대한 기자들이 생각하는 다양한 정서를 전달하려고 했고, 경영진도 (보도)본부장이 설명을 했다. 회사의 조치가 적절했냐를 두고 이런 저런 논박이 있었다”고 전했다.

조 전 장관 문제가 보수-진보 진영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언론 지형을 뒤흔들면서 KBS 문제가 불거졌다는 시각도 있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윤중천에게 접대 받았다는 진술을 검찰이 무시했다는 한겨레 보도에 정치적 의도 논란이 벌어지는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갈수록 거세지는 언론개혁이라는 구호가 과거와 달리 특정언론에만 향하지 않은 것도 눈여겨볼 지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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