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국무총리가 일왕 즉위식에 다녀온 뒤 사퇴할 것이라는 문화일보 보도에 국무총리실이 전혀 사실이 아니라고 부인했다.

문화일보는 특히 조국 장관이 사퇴한 날(14일) 청와대 주례회동에서 문재인 대통령에 장관 사퇴에 책임을 지고 사의표명을 했다는 대목을 썼다가 삭제했다.

문화일보는 15일자 1면 ‘이낙연 국무총리 訪日후 사퇴할 듯’에서 “이낙연(얼굴) 국무총리가 오는 22~24일 나루히토(德仁) 일왕 즉위식 참석 방문 일정을 마친 뒤 총리직을 사퇴할 것으로 알려졌다”며 “이 총리는 방일 후 국내 일정을 조정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했다.

문화일보는 정부 고위 관계자가 15일 문화일보와 통화에서 “이 총리의 사퇴 관련 기류가 있고, 최근 가시화하고 있다”고 밝혔다며 “총리실 관계자도 ‘이 총리가 방일 후 일정 조정에 들어갔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퇴에 따른 책임감이 총선 전 당 복귀를 생각하던 이 총리의 결정에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고 말했다”고 썼다. 이 신문은 “이 총리는 문재인 대통령과 주례 회동 등을 통해 국정 쇄신을 건의하며 사퇴 의사를 밝히는 안도 검토 중”이라고 보도했다.

그러나 애초 문화일보의 3판 1면 같은 기사에는 “이 총리는 전날 문재인 대통령과 청와대 주례회동에서 조국 전 법무부장관 사퇴 등에 대해 책임을 지고 국정쇄신을 위해 사의를 표명한 것으로 전해졌다”는 문장이 포함돼 있었으나 이후 나온 지면과 온라인 기사에는 이 대목을 삭제했다. 오히려 이 문장을 앞으로 이 총리가 주례회동에서 사퇴 의사를 밝히는 안을 검토 중이라고 썼다.

문화일보는 3면 ‘대권후보 1위 李총리, 文정부서 나와 ‘총선 리드’로 첫발’에서도 “이낙연 국무총리가 총리직 사퇴를 결심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향후 파장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며 “15일 여권 관계자들에 따르면 이 총리는 올해 초부터 문재인 대통령에게 여러 차례 사의를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했다.

▲문화일보 2019년 10월15일자 1면 3판. 이낙연 총리가 문재인 대통령에게 14일 주례회동에서 사의를 표명했다는 문장이 들어있다.
▲문화일보 2019년 10월15일자 1면 3판. 이낙연 총리가 문재인 대통령에게 14일 주례회동에서 사의를 표명했다는 문장이 들어있다.
▲문화일보 2019년 10월15일자 1면 3판(수정판). 이전 지면에 있던 이 총리가 어제 문 대통령에 사의표명했다는 문장이 삭제됐다.
▲문화일보 2019년 10월15일자 1면 3판(수정판). 이전 지면에 있던 이 총리가 어제 문 대통령에 사의표명했다는 문장이 삭제됐다.

이에 국무총리실은 이 기사가 사실무근이라고 반박했다. 정운현 국무총리 비서실장은 15일 오후 밝힌 총리실 입장에서 “확인 결과 어제(14일) 청와대 주례회동에서 총리께서 대통령께 사의를 표명한 사실이 없다”며 “또 방일 이후 총리의 일정에 아무런 조정이나 변동이 없음을 알려드린다”고 밝혔다.

정운현 실장은 이날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이 총리가 14일 주례회동에서 대통령에게 사의표명을 언급했다는 것이 기사의 핵심인데, 3판 1면기사에는 있었으나 지금은 빠져있다”며 “사의표명한 사실이 없고, 일왕 즉위식 방문 전후 일정조정이 전혀 없다”고 밝혔다. 정 실장은 “문화일보 편집국장에 사실관계가 다 틀렸으니 수정해달라고 직접 항의했다”고도 전했다.

정 실장은 또 ‘올초부터 이 총리가 문 대통령에 사의표명한 일이 있느냐’는 문화일보 기사에 “이 총리가 1대1로 그런 얘기를 했는지는 모르지만, 그랬다고 알려진 사실도 없고, 그때부터 지금까지 공개적으로 사의표명한 일도 없다”고 반박했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15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문 대통령과 이 총리가 단 둘이 얘기 한 것을 어떻게 알겠느냐”며 “금시초문의 일이 보도됐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그런 얘기를 했는지 안했는지 두 사람만이 아는데, 확인되지 않은 내용을, 총리는 부인했다는데 (문화일보는) 무슨 근거로 썼는지 모르겠다”며 “사의표명했다는 얘기 자체를 처음듣는다”고 말했다.

이에 문화일보는 취재한 내용을 바탕으로 보도했으며 총리실 주장을 일부 반영해 기사를 수정했다고 설명했다. 기사를 쓴 유민환 문화일보 기자는 15일 오후 전화연결과 문자메시지 질의에 답변하지 않았고, 김병채 기자는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내규상 취재대응을 못하게 돼 있으니 데스크한테 얘기해보라”고 밝혔다. 박민 문화일보 편집국장도 전화연결이 되지 않았으며 문자메시지에도 답변하지 않았다.

유병권 문화일보 정치부장은 15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총리실과 정부 여권과 민주당으로부터 그런 애기를 듣고, 각각의 분야에서 취재한 결과를 썼다”며 “확정적으로 쓴 것은 아니지만 취재한 내용을 사실 그대로 반영했다”고 밝혔다. 사의표명한 사실이 있다는 뜻이냐는 질의에 유 부장은 “그런 내용을 취재해서 보도한 것”이라고 답했다.

‘이 총리가 14일 청와대 주례회동에서 문 대통령에 사의표명을 했다’는 대목은 왜 삭제했느냐는 질의에 유 부장은 “취재한 내용을 바탕으로 썼는데, 총리실에서 (아니라고) 얘기를 하니 뭐가 진실인지 모르겠지만 그 의견을 반영해서 우리가 취재한 내용 근거로 수정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민감한 내용이어서 총리실이 밝힌 내용과 보도한 내용이 다를 수 있으나 충분한 취재를 바탕으로 보도했다”고 말했다.

▲이낙연 국무총리가 15일 서울청사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총리실
▲이낙연 국무총리가 15일 서울청사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총리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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