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버스 등 운수관련 업종 노동자가 과로사(뇌심혈관계 질환)로 숨지는 비율이 다른 업무상 질병 사망률보다 3.1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장시간, 야간·교대근무가 잦은 업종에서 발생하는 ‘중대 산업재해’라는 지적과 더불어, 고용노동부가 과로사 발생 사업장에 대한 근로감독 강화할 필요성이 제기됐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이정미 정의당 의원이 한국안전보건공단에서 받은 자료를 보면 지난해 운수·창고·통신업 과로사 만인율은 0.74명으로 전체 과로사 만인율(0.24명)의 3.1배로 확인됐다. 금융 및 보험업(0.08명), 제조업(0.30명), 전기·가스·증기및수도사업(0.26명), 건설업(0.16명), 기타 사업(0.20명) 등 타 업종에 비해 확연히 높은 수준이다.

운수·창고·통신업 중에서도 택시 및 경차량 운수업은 1.93명으로 무려 8배, 자동차에 의한 여객운수업(버스)은 1.21명으로 5배 높았다. 운수·창고·통신업엔 화물운수업, 운수부대서비스업, 통신업 등이 포함되지만 과로사 사망자는 택시와 버스 노동자에 집중됐다. 사망만인율은 사망자 수 1만배를 근로자 수로 나눈 비율로 전체 산업에 종사하는 노동자 중 산업재해로 사망한 노동자를 파악할 때 사용하는 지표다.

▲ 운수창고통신업 뇌심혈관계질환 재해자와 사망자수. 자료제공=이정미 정의당 의원실, 한국안전보건공단
▲ 운수창고통신업 뇌심혈관계질환 재해자와 사망자수. 자료제공=이정미 정의당 의원실, 한국안전보건공단

택시·버스는 대표적인 교대제 사업장이다. 택시 노동자들은 근로기준법상 ‘근로시간을 산정하기 어려운 경우’(58조)에 해당돼 통상 5시간 정도의 소정 근로시간만 인정받으면서도, 1일 12시간 장시간 노동이 통상적이며 주야 맞교대에 놓인 상황이라는 것이다. 노선버스도 주 52시간 적용 전까지 하루 18~20시간 운행 후 다음날 쉬는 격일제 또는 16~18시간까지 연속 이틀 근무 후 사흘째에 쉬는 복격일제로 운영됐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은 “주간 표준근무와 비교해 교대근무는 심혈관질환 발생 위험률을 26% 높인다”는 연구결과를 밝힌 바 있다. 지난 5월 정연 보건정책연구실 연구위원이 발표한 ‘과로가 건강에 미치는 영향과 질병 부담’에 따르면 “기존 연구 25편을 종합한 결과 주 평균 35~40시간 근로와 비교해 주 55시간 이상의 장시간 노동은 심근경색과 같은 관상동맥질환 발생 위험을 1.13배 높이고, 뇌졸중 발생 위험은 1.33배 높인다”는 것이다.

▲ 자료사진. 사진=gettyimagesbank
▲ 자료사진. 사진=gettyimagesbank

 

실제로 지난해 과로사 사망자가 가장 많았던 ‘건물 등의 종합관리사업’(48명)은 24시간 맞교대가 성행하는 아파트 경비 등 감시단속 업무가 대표적이다. 제조업 부문에서 과로사가 가장 많았던 자동차 부품제조업도 완성차 업체들이 주간 2교대를 실시하기 시작한 반면, 협력업체에서는 여전히 주야 10시간 2교대가 실시되는 곳이 많은 형편이라고 이 의원실은 지적했다.

이 의원은 “과로사는 사고사와 마찬가지로 노동자 개인의 불행이 아닌 중대 산업재해”라며 “장시간 근무, 야간 근무, 교대 근무 사업장에 대한 감시 감독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용노동부를 향해서는 “과로사가 1명이라도 발생한 사업장에 대해서는 의무적으로 근로감독을 실시하고, 노동자들에 대한 건강 진단 및 근로시간 개선 작업을 실시하여 과로사 재발을 막는 데 노력할 것”을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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