雄關漫道眞如鐵. 人間正道是滄桑. 長風破浪會有時.
웅관만도진여철. 인간정도시창상. 장풍파랑회유시.

철옹성 같은 험요한 요새. 상전벽해는 세상의 바른 도리라. 거센 바람 물결 헤칠 날이 있다.

이 글귀는 시진핑이 ‘2012년 11월29일 부흥의 길 전시회를 참관하면서 연설’했을 때 세 구의 시에서 한 구절씩 따왔다. 베이징에서 열린 이 전시회는 험난했던 신중국의 과거를 회고하고 오늘을 보여주며 내일을 조망해 큰 감흥을 불러일으켰다. 이 시 구절은 중화민족이 굳센 의지로 흔들림 없이 ‘중국의 꿈(中國夢)’을 추구하는 웅대한 역정을 묘사하고 있다. 근대 이후 중화민족은 세계 역사에서도 보기 드문 험난한 고난을 겪었고 막대한 희생을 치렀다. 가히 ‘철옹성 같은 험요한 요새’를 돌파해야 하는 시기였다. 

중국은 1978년 개혁개방 이래 간난신고艱難辛苦를 겪으며 끊임없이 활로를 모색해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 실현을 위한 발판을 마련했다. 시진핑은 세계에서 주목받는 G2 국가로 성장한 오늘의 중국을 ‘상전벽해는 세상의 바른 도리’라고 비유했다. 시진핑은 19세기 아편전쟁 이후 170여 년 동안 중화민족이 지속적으로 분투해 위대한 부흥의 목표를 이룰 수 있는, 역사상 어느 시기보다 더욱 가까이 다가왔다고 현재를 진단했다. 중국이 그 어느 때보다 이 목표를 실현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능력을 갖추고 있다고 자부한다. 해서 중국의 앞날에 대해 반드시 ‘거센 바람 물결 헤칠 날’이 올 것이라고 인민들에게 확신을 심어주고 있다. 

이 세편의 시 구절은 ‘중국몽’을 추구하는 중화민족의 확고한 신념과 굳센 믿음을 표현해 주고 있다. 시진핑은 “중화민족에게는 위대한 부흥이라는 밝은 전망이 펼쳐지고 있다”면서 “전당 동지들은 청사진을 현실로 만들기까지는 앞으로 많은 길을 가야하며, 오랫동안 각고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국의 대업인 ‘중국몽’ 실현에 모든 힘을 쏟아야 한다는 시진핑의 강렬한 의지가 솟구친다. 

‘철옹성 같은 험요한 요새’ 구절의 시는 마오쩌둥(毛澤東)이 중앙홍군을 이끌고 장정長征 중 구이저우(貴州) 러우산관(누산관婁山關)을 점령한 뒤인 1935년 2월에 지은 <억진아憶秦娥·누산관>이란 시에 나온다. 마오는 홍군이 수십만 대군의 장제스(蔣介石) 국민당군 포위망에 갇힌 절체절명의 시기에 허를 찔러 츠수이(赤水) 강을 두 번 건너며 러우산관을 공파하고 쭌이(준의遵義)를 두 번째 점령했다. 마오는 1960년 5월 자신을 방문한 영국의 몽고메리 원수가 가장 만족할만한 전투를 물은 데 대해 츠수이를 도합 네 번 건너며 쭌이를 두 번 점령하는 등 성동격서와 허허실실의 긴민한 운동전을 펼쳐 승리를 거둔 ‘츠수이 전투(四渡赤水戰役)라고 대답한 바 있다. 원전은 다음과 같다.  

西風烈, 長空雁叫霜晨月. 霜晨月, 馬蹄聲碎, 喇叭聲咽. 雄關漫道眞如鐵, 而今邁步從頭越. 從頭越, 蒼山如海, 殘陽如血.
서풍이 매섭게 불어대고 드넓은 하늘의 기러기는 찬 서리 새벽달에 울며 날아가네. 찬 서리 이른 아침에, 말 발굽소리 요란하고 나팔소리 길게 울려 퍼진다. 철옹성 같은 험요한 요새, 오늘 앞서서 넘어가네. 넘어가며 둘러보니 푸른 산은 드넓은 바다와 같고, 저녁노을은 핏빛으로 보이는구나. 

이 시는 전투를 앞두고 장렬한 서정적 분위기가 물씬 풍기면서도 전투에 임하는 홍군의 모습을 생동감 있게 그리고 있다. 시의 ‘철옹성 같다(眞如鐵)’는 어조는 홍군이 러우산관을 빼앗는데 많은 어려움이 따랐다는 것을 예술적인 필치로 구체화·형상화시켰다. 시의 ‘雄關~如鐵’, ‘而今~頭越’ 구절은 홍군의 필승의 신념을 표현했을 뿐만 아니라 어려움을 힘들지 않게 여기는 모습이 생생하게 묻어난다.

▲ 마오쩌둥(毛泽东). 사진=나무위키
▲ 마오쩌둥(毛泽东). 사진=나무위키

 

1949년 4월21일 100만 대군의 인민해방군이 일제히 창장을 도강해 장제스 국민당 정부의 수도 난징(南京)을 공격해 4월23일 무혈 입성하면서 22년 동안 국민당 통치 중심지였던 난징을 해방시켰다. 이 소식을 듣고 환호작약했던 마오쩌둥이 지은 <七律-인민해방군 난징점령>이란 시에 ‘상전벽해는 세상의 바른 이치(人間正道是滄桑)’라는 구절이 나온다. 마오는 당시 베이핑(北平·베이징) 서쪽 교외 샹산(香山)의 쐉칭별장에 임시 거주하고 있다가 이 부시賦試를 일필휘지했다. 당시 중공중앙 군사위원회는 이 시를 전보로 전선에 보내 전투중인 전군의 장병을 크게 고무시켰다. 원전은 다음과 같다.    

鐘山風雨起蒼黃, 百萬雄師過大江. 虎踞龍盤今勝昔, 天飜地覆慨而慷.
宜將賸勇追窮寇, 不可沽名學霸王. 天若有情天亦老, 人間正道是滄桑.
종산의 비바람 변화무쌍하다, 백만 정예 장강을 건넜네. 제왕의 땅 오늘 옛날이 다했구나, 하늘과 땅이 뒤집혀 의기 드높다. 마땅히 남은 힘 궁지몰린 적 추격해, 초패왕을 배워 따라 해서는 안 되리. 하늘이 정이 있다면 역시 늙고, 상전벽해는 세상의 바른 이치일러라.

마오는 이 시에서 영용하게 싸운 인민해방군의 용맹 분투한 정신을 기리고, 난징 공격을 앞두고 결렬된 국민당 정부 총통대리 리쭝런(李宗仁)과의 평화담판에서 고심했던 일단의 감회를 적었다. 초나라 항우項羽는 진나라를 멸하고 천하통일을 목전에 두었으나 책사 범증范增의 말을 듣지 않고 서초패왕으로 만족했다. 기회를 놓친 항우와는 달리 유방劉邦은 장량張良의 계책을 받아들여 항우와의 휴전협정을 깨고 항우군을 공격해 해하성垓下城 전투를 승리로 이끌면서 천하를 차지해 한의 통일제국을 열었다. 이런 역사적 사실을 마오가 이 시에서 호출해 새로운 뜻으로 풀어냈다. 마오는 마지막 연의 “‘天若~亦老’, ‘人間~滄桑’”에서 하늘은 자연의 주재자로 역사의 변천과정을 지켜봐왔고, 인류사회의 천지가 뒤집히는 큰 변화는 모종의 감정의 반응으로 이뤄진다고 보고 있다. 또 인간은 전진하는 역사의 거대한 수레바퀴가 몰고 오는 세상의 큰 변화를 막을 수 없다는 강개한 마음을 한껏 드러냈다.    

‘거센 바람 물결 헤칠 날 있으리라(長風破浪會有時)’는 구절은 당나라 때 시인 이백李白의 ‘행로난行路難’ 시, 세 수 중 첫 수에 나온다. 인생행로의 어려움을 노래한 이 시는 이백이 청운의 뜻을 품고 천보원년(742년) 수도 장안長安에 들어와 한림翰林 학사로 출사出仕한 뒤 간신 고력사高力士 등의 모함을 받아 속죄금을 내고 조정에서 쫓겨나 장안을 떠날 때 지은 시다.   

金樽淸酒斗十千, 玉盤珍羞直萬錢. 停杯投箸不能食, 拔劍四顧心茫然.
慾渡黃河氷塞川, 將登太行雪滿山. 閑來垂釣碧溪上, 忽復乘舟夢日邊.
行路難! 行路難! 多歧路, 今安在? 長風破浪會有時, 直掛雲帆濟滄海.
금 술잔의 맑은 술은 한 말에 수천 냥이요, 옥쟁반의 진수성찬 만 냥의 값이어라. 잔 놓고 젓가락 던진 채 먹지 못하고, 칼 빼들고 사방을 둘러보니 마음만 막막하네. 황하를 건너려니 얼음장이 강을 막고, 태항산에 오르려니 온 산에 눈이 가득하다. 한가하게 푸른 냇가에서 낚시 드리우다, 문득 다시 배에 올라 황제가 머무는 장안 근처를 그려보네. 인생 길 어려워라! 인생 길 어려워! 갈림길도 많은데 지금 내가 갈 길은 어디인가? 거센 바람 물결 헤칠 날 있으리라, 구름 같은 돛을 펴 올리고 푸른 바다 건너리라.

시의 첫 머리는 질탕한 환락의 연회 분위기를 보여준다. 그러다 “잔 놓고 젓가락 던진 채 먹지 못하고, 칼 빼들고 둘러보니 마음만 막막하네”로 불의에 비분강개한 이백의 감정이 급전직하로 바뀐다. 이어 “황하를 건너려니 얼음장이 막고, 태항산에 오르려니 눈이 가득하고. 낚시하다 갑자기 배에 올라 황제가 있는 장안 쪽을 그려 본다”로 표현해 시인의 실망과 희망, 길을 잃고 헤매다 새 길을 탐색하는 등 감정이 서로 엇갈려 뒤섞이는 변화를 보여준다. 

네 번째 구절의 “인생길 어려워라! 인생길 어려워! 갈림길도 많은데, 지금 내가 갈 길은 어디인가?”는 장단이 빨라지면서 시인이 오도 가도 못하는 마음과 그래도 계속 새로운 길을 모색하고, 추구하려는 복잡한 심리상태를 그렸다. 이백은 마지막 두 구절 “‘長風~有時’, 直掛~滄海’”라며 막혔던 것이 문득 뻥 뚫린 듯 의기양양해 낙관적인 어조로 노래를 부른다. 이백은 어느 날 이상적인 피안의 세계에 닿을 수 있다는 확고한 신념을 드러내고 있다. 그는 끝내 거센 바람 물결을 헤쳐 오늘 날 중국인들로부터 시선詩仙으로 존경과 사랑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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