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업 중 ‘위안부 망언’으로 강의가 중단된 류석춘 연세대 교수가 이번엔 월간조선에 ‘전태일과 현대중공업 노동자들은 착취당하지 않았다’는 취지로 기고해 물의를 빚고 있다. 전태일재단과 노조는 규탄 입장을 내고 교수직 사퇴를 요구했다.

류 교수는 월간조선 10월호 10·26 40주년 특집기고 ‘박정희, 오해와 진실’에서 ‘박정희가 노동자를 착취했다고? 농촌 유휴인력을 마이카 가진 중산층으로 키워’란 제목으로 기고를 냈다. 그는 박정희 정권 때 전태일 열사의 임금이 10배 올랐고 현대중공업 노동자 계층이 줄곧 상승했다며 ‘노동자 착취는 없었다’고 주장했다.

류 교수는 기고문에서 “16세 나이에 직장을 구하러 나온 젊은이에게 당시 사회는 일자리를 줬고, 그로부터 3년 만에 월급을 10배나 받게 해줬다”며 “평화시장 노동자는 누구라도 6년 만에 임금이 5배 가까이 상승했다. 전태일의 경우는 말할 것도 없고 당시 평화시장 노동자 누구에게도 착취란 용어를 적용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현대중공업 기능공은 입사 초기부터 도시근로자가구의 평균소득을 상회하는 보수를 받았다. 1987년 노동자 대투쟁이 벌어지면서 그 차이가 조금씩 커졌음도 확인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노조가 회사와 쟁의를 하지 않고 협조적 관계를 구축하기 시작한 1995년부터 2013년까지 그 차이는 2배에 달할 정도로 벌어진다”고 썼다.

▲류석춘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 사진=자유한국당 홈페이지
▲류석춘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 사진=자유한국당 홈페이지
▲월간조선 마크. 월간조선 홈페이지
▲월간조선 마크. 월간조선 홈페이지

전태일재단은 11일 류 교수 규탄 입장문을 내고 “수치만 나열하며 이면을 보지 않는 전형적 곡학아세”라고 밝혔다. 재단은 “1960년대 당시 서울에서 커피 1잔 값이 50원이었다. 시다 월급이 1500원이었다. 하루 종일 일한 일당으로 커피 1잔 밖에 벌지 못할 만큼 살인적이었다”고 반박했다. 재단은 “전태일이 재단사가 돼 받았다는 (10배 오른) 1만 5000원도 하루 일당이 커피 10잔, 오늘날 4만원 정도”라고 했다.

재단은 이어 “평화시장 노동자들의 당시 평균 노동시간은 적게 잡아도 주당 105시간, 일요일 없이 하루 15시간 이상”이라며 “이게 착취가 아니면 무엇이란 말이냐”고 반문했다. 또 “미싱사들은 지금도 그렇지만 주로 ‘객공’이란 도급제 방식으로 일해 미싱사가 시다와 미싱보조 월급도 줘야 하는 경우가 많았다. 즉, 노동자가 노동자에게 임금을 줘야 했다”며 “류 교수는 이 기막힌 노동구조를 알지도 못하고 관심도 없다”고 했다.

민주노총 현대중공업지부(현대중공업노조)도 류 교수 주장에 ‘궤변’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김형균 현대중공업노조 정책기획실장은 12일 “현대중공업 노동자 실질임금은 87년 노조설립과 노동자 대투쟁 뒤에야 올랐다. 말도 안 되는 궤변”이라고 했다. “외환위기의 원인이 노동자 책임이 아니라는 건 이미 알려졌을 뿐 아니라, 노동자가 생산성 증가분보다 더 많이 받았다는 논리는 있을 수 없다. 이 논리가 맞다면 현대중공업은 1987년 노조설립 뒤 망했어야 하는데, 세계 1위 조선소로 등극했을 뿐 아니라 그룹기업으로 성장했다”고도 했다.

김 실장은 “지금 조선소 상황은 하청 비정규직 노동자 수가 정규직 노동자를 앞지르고, 이들 하청노동자의 급여는 최저임금 수준이다. 정규직은 노조가 있어 임금하락을 받아들이지 않았고, 적어도 물가인상분만큼 조정되지만 하청은 그것도 없이 제자리였다”며 “현대중공업이 지금처럼 성장한 배경에 착취가 없었다고 할 수 있느냐”고 지적했다.

전태일재단은 “류 교수는 학자로는 게으르고, 기고자로는 비양심적이며, 대한민국 국민으로는 몰역사적”이라며 교수직 사퇴를 촉구했다.

류 교수는 지난달 연세대 발전사회학 강의 도중 일본군 ‘위안부’를 두고 ‘매춘의 일종’이라고 말해 비판을 받았다. 학교당국은 해당 강의를 중단했지만 이후 연세민주동문회·이한열기념사업회·노수석열사추모사업회·연우회와 사회학과 학생회 등의 파면 요구가 이어져왔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