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검찰총장은 김학의 사건 관련 별장접대 명단에 자신이 포함됐다는 조사결과가 있다는 내용을 보도한 한겨레 기자와 관계자들을 형사고소했다.

현직 검찰총장이 의혹보도를 한 언론사 기자를 직접 고소한 경우는 이례적이다. 수사권과 기소권을 가진 검찰의 수장이 자신의 휘하 검찰청에 정보접근의 한계가 있는 언론을 고소해 수사까지 받게 하는 것이 과하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에 따라 한겨레 보도의 진실도 검찰수사를 통해 가려지게 됐다.

대검찰청 대변인실은 11일 오후 내놓은 자료를 통해 윤석열 검찰총장이 이날 오후 서울 서부지검에 검찰총장에 대한 의혹을 보도한 한겨레신문 기자 등을 상대로,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장을 발송했다고 밝혔다.

대검은 “검찰총장이 윤(중천)씨와 전혀 알지 못하고, 원주 별장에 간 사실이 없다”며 “윤석열 총장은 어제 오후 윤씨 관련 의혹을 취재 중인 기자에게 대변인실을 통해, 해당 내용은 사실 무근이고, 명확한 근거 없이 사실무근인 내용을 보도하지 않도록 신중을 기해 줄 것을 요구했다”고 밝혔다. 대검은 고소 배경과 관련해 “이번의 허위 보도로 발생할 수 있는 사회적 혼란, 특히 현재 진행 중인 중요 수사 사건에 미칠 수 있는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하여 검찰에서 한겨레신문이 제기한 의혹의 진위를 포함하여 사건의 진상을 신속하게 규명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대검은 특히 검찰총장이 수사의 공정성에 의문이 없도록 향후 이 사건에 대하여 일체 보고를 받지 않고, 관여하지 않겠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이밖에 윤석열 총장은 손해배상청구, 정정보도청구 등 민사상 책임도 끝까지 물을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윤석열 총장은 원주에 간 일이 없고, 건설업자 별장이나 다닐 정도로 대충살지 않았다고 말했다고 대검측은 전했다. 대검 관계자는 11일 오후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한겨레 취재직후 윤석열 총장은 ‘내가 건설업자 별장에 드나들 정도로 대충 살아오지 않았다’며 ‘원주에도 20년 전에 한 번 간 게 전부’라고 말했다”며 “윤 총장은 별장이 있던 원주는 가지 않았다는 취지의 발언”이라고 설명했다.

한겨레 기자가 허위라는 것을 알면서도 일부로 보도한 고의성까지 확인하고 명예훼손 혐의 고소를 했느냐는 질의에 대검 관계자는 “법리상 문제인데 수사를 통해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답했다.

수사권을 가진 검찰집단의 수장인 검찰총장이 언론인을 직접 고소할 경우 언론의 권력감시라는 공익적 기능에 큰 위축을 가져오지 않겠느냐는 미디어오늘의 지적에 대검 관계자는 “언론의 공인 감시는 굉장히 중요한 기능이라고 생각한다”면서도 “이번 보도는 그런 의미의 통상적인 취재와 같이 볼 수는 없다”고 답했다. 이 관계자는 “(보도 전부터) 사전 취재가 충분히 필요하니 신중을 기해달라고 기자에게 요청했는데도 보도했다”며 “고위공직자 의혹을 보도할 때 지켜야할 것을 지키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지키지 않은 것이 무엇이냐고 묻자 이 관계자는 “취재시 충분히 확인해야 할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지난달 30일 점심식사를 위해 대검 구내식당으로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검찰총장이 지난달 30일 점심식사를 위해 대검 구내식당으로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에 한겨레 측은 취재보도한 내용에 문제가 없으며 고소에 개의치 않는다는 입장이다. 기사를 작성한 하어영 한겨레21 기자는 11일 저녁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개의치 않는다”고 답변했다. ‘허위보도’, ‘수사에 지장을 줬다’ 등 검찰의 주장이나 검찰총장의 고소로 보도위축의 우려가 있느냐는 질의를 전화통화와 문자메시지를 통해 했으나 답변하지 않았다.

대검찰청이 보도가 나간 뒤 윤 총장 관련 의혹을 청와대 민정수석실이 인사검증했으나 사실무근으로 판단했다고 밝힌 것과 관련해 조국 법무부 장관도 이를 인정했다.

법무부 대변인실은 이날 오후 미디어오늘에 보낸 문자메시지를 통해 “조국 법무부장관은 당시 민정수석실 차원에서 위 보도내용에 대한 점검을 하였으나, 사실이 아니라고 판단하였다”고 전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의 집중적인 사실확인 요청에도 윤 총장 관련 민정수석실의 검증여부를 확인해주지 않았으며, 검찰에도 검증결과 자체를 알려준 적이 없다고 답변을 피했다.

한편, 한겨레는 11일자 1면 머리기사 ‘“윤석열도 별장에서 수차례 접대” 검찰, ‘윤중천 진술’ 덮었다’에서 “윤석열 검찰총장이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스폰서였던 건설업자 윤중천씨의 별장에 들러 접대를 받았다는 윤씨의 진술이 나왔으나 추가조사 없이 마무리된 것으로 드러났다”며 “대검찰청 검찰과거사진상조사단(이하 조사단)은 윤씨의 이런 진술이 담긴 보고서를 작성해 법무부 검찰과거사위원회를 통해 검찰에 넘겼으나, 당시 서울중앙지검장이던 윤 총장에 대해 기초 사실 조사조차 하지 않은 채 사건을 종결했다”고 보도해 파장을 낳았다.

▲한겨레21 최근호 표지
▲한겨레21 최근호 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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