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소하 의원 협박 소포’ 사건 재판에서 수사기관의 용의자 역추적에 쓰인 디지털 증거 기록에 대한 공방이 치열하다. 결백을 주장하는 피고인 측은 수사기관에 조작이 쉬운 디지털 증거를 엄밀하게 수집·관리했는지, 피의자를 특정한 핵심단서가 무엇인지 등을 캐물었다. 

서울남부지법 형사단독10부(김영아 판사)는 지난 10일 오후 협박 혐의로 기소된 유아무개씨(37)에 대한 2차 공판에서 이 사건 경찰 수사관 7명을 증인으로 불러 신문했다. 현재까지 채택된 증인은 수사관을 포함해 40여명이다. 

이날 출석한 수사관은 모두 지난 7월 폐쇄회로(CC) TV 역추적 수사에 동원됐다. 윤소하 의원실은 7월3일 협박편지가 든 소포를 확인한 직후 SNS 등에 이를 공개했고, 경찰은 CCTV 역추적 등 3주 가량 수사를 벌여 7월29일 유씨를 긴급 체포했다. 

역추적은 문제 택배가 등록된 서울 관악구 모 편의점 CCTV 영상에서 시작됐다. 문제 소포가 발송됐다고 특정된 편의점이다. 수사관들이 카카오톡, 라인 등 메신저앱을 통해 착의가 유사한 인물의 CCTV 영상을 공유하면서 팀 별로 예상 도주로나 접근로 CCTV 기록을 확보하고, 이후 예상 진로의 CCTV 기록을 계속 확보하며 유씨 자택까지 동선을 구성했다. 

이와 관련 7월31일 동아일보는 검찰 등을 인용해 유씨가 6월23일 오후 11시께 편의점 무인택배 시스템으로 소포를 보냈고 이후 4시간 남짓한 시간 동안 버스와 택시를 7번이나 갈아타면서 수유동 자택에 귀가했다고 전했다. 또 유씨가 이날 오후 3시경 소포를 들고 집을 나섰으며 편의점에 들어서기 전 옷을 한 차례 갈아입고 마스크, 모자, 선글라스 등을 썼고, 소포 발송 후에도 환복을 했다고 전했다. 

▲ 지난 7월3일 윤소하 의원실이 공개한 ‘협박 소포’ 사진. 사진=윤소하 의원실
▲ 지난 7월3일 윤소하 의원실이 공개한 ‘협박 소포’ 사진. 사진=윤소하 의원실

 

유씨는 체포 직후 기소될 때까지 결백을 주장하며 묵비권을 행사했다. 동아일보 보도 내용도 허위사실이라고 주장한다. 이와 관련 구속됐던 유씨의 석방을 주장한 한국대학생진보연합 측은 관련 보도가 수사기관의 피의사실 공표를 일방으로 전한 기사라 비판했다. 

양 측은 경찰의 CCTV 등 디지털 증거 기록 수집, 저장, 관리 규정 준수 여부를 두고 다퉜다. 검찰 신문은 경찰이 적법절차에 따라 CCTV 영상을 확보했고 관리 과정에서 원본이 조작될 가능성도 없다고 주장한 반면, 피고인 측은 경찰이 증거 수집 적법절차를 지키지 않은 데다 영상 만으론 피의자를 특정할 단서도 없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증인으로 나온 경찰이 찍거나 확보한 영상을 법정에서 틀어 촬영 여부를 확인했고 경찰이 확보한 CCTV가 모두 영상 보유자의 협조를 구한 것이라 밝혔다. 영상 증거마다 해시값(파일에 남는 숫자·영문 32자 조합으로 원본 동일성 확인에 쓰임)도 법정에서 현출했다. 

변호인은 증인들에 ‘CCTV 기록에 대해 영장 신청을 했느냐’ ‘CCTV 기록을 보여준 사람이 적법 소유자인지 확인·기록을 따로 했느냐’ ‘녹화장치 하드디스크를 언제 설치하고 교체했는지 확인했느냐’ 등을 물었고 수사관들은 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변호인은 유씨는 30대 남성에 키가 180cm 가량인데 경찰이 최초 용의자를 50대 중년 남성에 키 170cm 가량이라 추정한 점을 묻자 증인 심아무개씨는 “상관으로부터 ‘나이가 많아 보인다’는 말을 들었는데, 수사는 이후 체크무늬 남방 등 인상착의에 집중하자는 의견을 따르게 됐다”고 답했다.

증인 우아무개 형사는 “영상 수집 최초 시작점인 소포를 발송한 편의점 정보를 누가 제공했느냐”는 변호인 질문에 “관악구 내 무인택배를 보낼 수 있는 편의점을 돌아다니면서 특정했고 기기번호가 택배 운송장에 적혀있어서 그걸로 특정했다고 알고 있다”고 답했다. 변호인은 운송장엔 점포명을 확인할 수 있는 정보가 없다며 최초 추론이 오류일 가능성을 시사했다. 

변호인은 또 협박 소포 상자에 유씨가 아닌 제3자 지문이 발견된 것과 관련 “지문이 발견된 사람에 대해서 수사 지시를 받은 적이 있느냐” 묻자 심씨는 “지시받은 적 없다”고 밝혔다.

경찰이 해시값을 확보한 증거 중 원본이 아닌 CCTV 영상도 있었다. 수사관이 원본을 자신의 휴대전화로 촬영한 사본이 증거로 제출된 경우였다. 

3차 공판은 오는 17일 오전 10시 및 오후 3시에 열린다. 경찰 수사관을 포함한 증인 24명 신문이 예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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