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9호선 2·3단계 직원들이 지난 7일부터 파업을 했다. 지하철에서 파업해 9호선 이용이 어려우니 버스·택시 등 다른 교통수단을 이용하라는 뉴스가 이어졌을까? 지난 3일간 기사를 보면 ‘출근길을 서두르라’는 등 시민의 불편을 우려하는 내용이 일부 나오다가 ‘정상운행 중’이라는 기사로 이어졌다. 노동자들이 합법 절차를 거쳐 일손을 다 놨는데 뉴스를 보지 않은 시민이라면 파업한 줄도 모를 만한 상황이 펼쳐졌다. 

지하철이 필수공익사업장이기 때문이다.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을 보면 “필수공익사업 업무 중 그 업무가 정지되거나 폐지되는 경우 공중의 생명·건강 또는 신체의 안전이나 공중의 일상생활을 현저히 위태롭게 하는 업무”를 필수유지업무로 규정하고 노사합의로, 합의가 안 되면 노동위원회 결정으로 필수유지업무율을 결정한다. 

▲ 지하철 9호선 파업 관련 기사들
▲ 지하철 9호선 파업 관련 기사들

필수유지업무제도로 이번 9호선 파업 중에도 출근시간인 오전 7~9시는 100%, 퇴근시간인 오후 5~7시는 80%, 나머지 시간대는 60%를 유지해야 했다. 파업을 했는데 파업 효과가 나타나지 않는 현상, 즉 헌법상 기본권인 단체행동권이 무력화한 상황을 다루는 언론보도는 찾기 어려웠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에 따르면 중앙노동위원회(중노위)가 결정한 서울9호선운영(주) 필수유지업무율은 평일기준 62.5%다. 부산지방노동위원회(지노위)가 결정한 부산교통공사 1~3호선 필수유지업무율은 평일기준 64.4%, 중노위가 결정한 부산교통공사 4호선의 필수유지업무율은 무려 76.1%다. 정당하게 파업권을 얻어도 절반 넘는 직원은 일을 해야 한다. 

최근 개통한 소규모 도시철도 역시 필수유지업무 제도로 논란이다. 지난해 6월 개통한 서해선(경기도 부천 소사역~안산 원시역, 4량) 유지율을 결정하는 경기지노위 회의가 오는 11일부터 열린다. 파업권을 얻어 서해선 노조가 오는 15일 파업을 예고했지만 유지율을 둬야하는지, 둔다면 얼마나 둬야 하는지를 놓고 다시 고심에 빠진 것이다. 정문성 공공운수노조 서해선지부장은 8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지노위가 신속하고 공정하게 유지율을 결정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 소사원시운영 로고
▲ 소사원시운영 로고

사측은 유지율이 결정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불법파업’을 언급하며 조합원들을 압박하는 모양새다. 서울교통공사 자회사로 서해선을 운영하는 소사원시운영(주)의 장상덕 대표는 지난 7일 “전문가 의견에 따르면 노사간 필수유지업무협정 체결 전 노조의 쟁의행위는 불법행위에 해당할 여지가 있다”며 “파업관련자에 대한 민형사상 책임 및 인사상 불이익 등의 처벌은 불가피할 것이며, 지급대상이 아님에도 어렵게 지급하려 했던 성과급 또한 지급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필수유지업무제도가 파업권을 흔드는 사측 무기로 작동한다는 지적은 이전부터 있었다. 용인경전철의 경우 사측이 먼저 필수유지협정을 체결하자고 제안했을 정도다.

문제는 철도나 도시철도 사업을 필수공익사업으로 규정했는데, 지하철을 정지하면 ‘공중의 일상생활을 현저히 위태롭게 하느냐’다.     

공공운수노조 법률원이 검토한 자료를 보면 앞으로 필수유지협약을 맺을 서해선, 용인경전철, 김포경전철 등 소규모 지하철이 멈출 경우 ‘일시적으로 불편한 상태’일 순 있지만 ‘현저히 위태로운 상태’는 아니라는 입장이다. 또 도시철도를 대체할 교통수단이 충분하다고 주장했다. 경기지역 가구당 자가용 보유율은 0.85로 서울지역 0.59보다 월등히 높은 점을 근거로 들었다. 

파업에 돌입하기 전 노사의 협상이 있고 노동위원회를 거치면서 언론에 상황이 알려진다. 또 쟁의권을 얻고 파업을 사전에 예고하기 때문에 충분히 시민들이 대처할 시간이 주어진다고 볼 수 있다. 지난해와 올해 파업을 예고한 사례를 보면 지난해 8월 서울메트로 9호선 2단계 노조는 19일전, 지난 5월 김포도시철도 노조는 6일전 기자회견에서 파업을 공지했다. 

국제사회 기준으로도 철도를 필수공익사업으로 보긴 어렵다. ILO 결사의 자유위원회는 필수공익사업 항목에 남아있는 철도·도시철도·석유사업은 엄밀한 의미의 필수서비스에 해당하지 않고 단체행동권이 엄격한 의미의 필수서비스만 금지하도록 노조법의 필수공익사업 항목을 개정할 것을 권고했다. 노조는 ILO 권고대로 철도를 필수공익사업에서 아예 빼고, 앞으로 철도 사업장에 필수유지업무율을 0%로 결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부산지하철노조의 필수유지업무제도 도입 전후 파업일수 비교. 자료=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 부산지하철노조의 필수유지업무제도 도입 전후 파업일수 비교. 자료=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공공운수노조에 따르면 필수유지업무제도 도입 전보다 도입 이후 파업일수가 대폭 늘었다. 부산지하철노조의 경우 파업일수는 2000년에 3일, 2003년에 1일, 2004년에 4일, 2007년에 3일이었다. 하지만 ‘공익과 파업권의 조화’라는 명목으로 2007년에 철도분야에 필수유지업무제도를 도입하면서 2009년 파업일수는 7일, 2016년에 21일로 늘었다.  

파업은 최후의 쟁의수단이다. 일을 멈추면 사회적 파장이 있을 수밖에 없다. 파업을 하는데도 시민들이 불편을 느끼지 못하면 파업은 길어질 우려가 있고, 타격이 적으면 사용자도 문제해결에 소극적일 수 있다. 역으로 파업의 효과가 크다면 노조도 사회적 비난을 감수하고 더 무겁게 파업을 결정할 수밖에 없다. 

이런 맥락에서 경기지노위는 서해선 필수업무유지율 결정에 신중을 기할 방침이다. 경기지노위 조사관은 8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현행법에 (철도는) 필수유지업무로 결정하게 돼 있어 현행법을 준수를 해야한다”고 말하면서도 “노사에서 철도분야 전문가를 추천받아서 의견을 받게 된다”고 말했다.  

해당 조사관은 “회의를 몇 번할지는 모르겠지만 전문가 의견을 참고해 위원회 차원에서 결정을 하게 돼 결정시점은 알 수 없다”며 “필수유지업무 유지율이 쉽게 결정되는 내용은 아니”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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