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도로공사가 근로자지위확인소송 1심 재판 중인 톨게이트 노동자들을 1심 결과에 따라 고용하겠다는 것을 두고, 모든 재판이 끝날 때까지 기다리기보다 일정 유예기간 판결을 전체 계류자들에 적용하는 게 낫지 않겠냐는 제안이 나왔다. 10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한 이강래 도로공사 사장은 “수용할 수 없다”고 밝혔다.

국토위 소속 서형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날 국정감사에서 “대법원 판결 요지를 보니 ‘공사 영업규정 또는 각종 업무처리지침이나 업무관련 매뉴얼 등은 근무방법이나 업무처리방법을 상당히 구체적이고 상세하게 정하고 있다. 통행료 수납업무는 비교적 단순 작업이라 개별적이고 직접적 지휘나 작업지시는 필요하지 아니하다. 이들은 비교 규정이나 지침 등 통해 피고로부터 업무수행 자체를 지시 받은 것과 다를 바 없다’는 게 핵심”이라며 “1심 결과들을 2년, 3년 기다릴 게 아니라 6개월~1년 정도 유예기간을 둬서 1심 판결을 받고 나머지 임금청구건 등은 소송을 계속 하더라도, 근로자 지위 문제에 대해서는 전체 사건이 종결되지 않더라도 인정해야 맞다고 본다”고 했다.

도로공사 측이 불법파견 여지를 해소한 시점이라 주장하는 2015년 이후 입사자들에도 서 의원은 “2015년에 개선된 내용이 일부 있지만, 영업규정이나 지침을 없애지는 않았기에 2015년 이후 입사자에게도 결국 (공사가) 패소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 이강래 한국도로공사 사장. 사진=노컷뉴스
▲ 이강래 한국도로공사 사장. 사진=노컷뉴스

이강래 사장은 “의원 의견을 다 수용할 수 없는 부분”이라며 “임금차액 소송이 같이 가기에 근로자지위확인소송을 전제해 결정할 수는 없다”고 답했다. “복잡한 법률적 책임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서 의원은 “법률 문제는 배임 문제인데, 소송을 이길 수도 있음에도 소송을 제기하지 않은 경우 배임이 발생한다. 마찬가지로 반드시 질 수밖에 없는 소송을 억지로 하면 그것도 배임이 된다”며 “최소한 근로자지위 문제만은 따로 떼어서 1년~6개월 사이에 진행한 다음에 (1심 계류자) 전체로 가져가는 게 맞다”고 주장했다. 

이 사장은 “내부 법무실이 있고 관련 로펌이 있어서 자문받고 있다. 제가 독자적 판단하지 않는다. 그분들 의견은 1심은 가는 게 맞다는 입장이어서 그런 입장을 취하고 있다”고 답했다.

▲ ‘톨게이트 요금수납노동자 직접고용과 자회사정책 폐기를 위한 시민사회공동대책위’가 10일 한국도로공사와 이강래 도로공사 사장을 불법파견 혐의로 고발하기 위해 고발장을 들고 서울중앙지검으로 들어가고 있다. 사진=톨게이트직접고용시민대책위
▲ ‘톨게이트 요금수납노동자 직접고용과 자회사정책 폐기를 위한 시민사회공동대책위’가 10일 한국도로공사와 이강래 도로공사 사장을 불법파견 혐의로 고발하기 위해 고발장을 들고 서울중앙지검으로 들어가고 있다. 사진=톨게이트직접고용시민대책위

與 중재 받아들인 도로공사·한국노총…민주노총 “반쪽짜리”

전날 발표된 한국도로공사와 한국노총톨게이트노조 합의문에도 갈등은 증폭되는 모양새다. 민주노총을 비롯한 진보성향 노동사회단체들은 도로공사 등이 정부여당과 야합을 통해 반쪽짜리 합의문을 냈다고 주장한다. 합의문 요지는 근로자지위확인 소송 1심에서 승소해 2심 재판 중인 요금수납 노동자 116명을 도로공사 정규직으로 직접고용하고, 1심 재판이 진행 중인 900여명은 임시직으로 고용한 뒤 재판 결과에 따라 직접고용 여부를 결정한다는 것이다. 민주당 을지로위원회가 낸 중재안을 수용한 것으로, 민주노총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9일 민주당 원내대표실에서 이뤄진 서명식엔 박홍근 을지로위원장, 이강래 도로공사 사장, 박선복 한국노총톨게이트노조위원장, 김경욱 국토부 제2차관 등이 참석했다.

민주노총 소속 요금수납원들은 10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법을 어긴 자들이 ‘판결을 받고 오라’는 엉터리 주장을 하며 이것이 ‘국민 눈높이’라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이번 합의는) 판결 시점이 다른 931명의 1심 계류자 모두를 법적 절차에 맡겨 버렸다. 2015년 이후 입사자 630명은 1심 판결에 승소한 이들이 있음에도 또 법적 절차에 맡겨 버렸다. 저마다 자신들의 1심 재판이 끝날 때 까지 기간제다. 2년 내에 판결이 끝나지 않으면 다시 해고다. 거짓으로 밀어붙인 자회사를 거부하고, 자신들의 쟁취한 대법판결이 나왔는대도 기간제 노동자로 고용불안에 떨란 소리”라며 “반쪽합의를 통해 남은 반쪽을 또 쪼개려 하겠지만 민주일반연맹은 처음부터 끝까지 이 사태의 모든 책임은 도로공사와 정부에 있다고 확신한다. 결자해지하고 원칙적인 대안을 제시할 때 까지 투쟁하겠다”고 밝혔다.

‘톨게이트 요금수납노동자 직접고용과 자회사정책 폐기를 위한 시민사회공동대책위’는 같은 날, 이 사장과 도로공사를 불법파견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공대위는 “공공기관과 그 수장으로서 이강래 사장은 관련 법령을 준수하여 모범이 돼야 하고, 국민세금으로 운영되는 곳인 만큼 그 운영의 투명성과 적정성을 갖춰야 한다. 그러나 파견법 적용을 피하기 위해 외주사업체를 만들고 용역계약의 형식을 통해 파견법을 정면으로 위반했고, 불법파견과 직접고용의무 발생에 따라 요금수납노동자들에게 임금 차액 상당의 손해배상의무를 부담하면서도, 자회사 전적과 직무가 변경된 기간제 근로계약을 강요하면서 직접고용의무를 이행하지 않아 금액은 계속 쌓여가고 있다”며 “검찰은 대법원의 판결과 대통령의 공약을 짓밟고 있는 이강래 사장을 즉시 불러 조사하고, 파견법 위반으로 구속 기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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