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삼성디스플레이의 투자계획을 발표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만나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이 부회장도 누구도 넘볼 수 없는 제조강국을 만들자는 문 대통령의 말씀이 큰 힘이 된다고 화답했다.

대법원이 지난 8월말 이재용 부회장의 국정농단 뇌물사건 재판에서 뇌물혐의와 제3자뇌물혐의, 경영권승계를 위한 부정한 청탁 등을 모두 인정하는 판결을 내린 이후 문 대통령이 이 부회장을 만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이 부회장이 지난해 2월 구치소에서 풀려난 뒤 이번까지 대통령이 모두 8번째 초청하거나 공장을 방문해서 만났다. 이 부회장은 아직 대법원 확정판결이 난 것이 아니라 죄를 인정해 다시 재판하라고 서울고법에 넘겨진 상태다. 뇌물혐의 형사피고인과 대통령이 너무 자주 만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문 대통령은 10일 오전 충남 아산시 삼성디스플레이 아산공장에서 열린 ‘디스플레이 신규투자 및 상생 협력 협약식’에 참석해 삼성디스플레이-충청남도-아산시 등이 체결한 투자협약 및 상생 협력 협약을 축하하면서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을 약속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투자협약식을 통해 차세대 디스플레이 분야에 오는 2025년까지 총 13조1000억원(시설투자 10조원, R&D투자 3조1000억원)의 투자계획을 확정 발표했다. 차세대 디스플레이는 퀀텀닷(QD, 양자점) 물질과 유·무기 발광재료 기술을 융합한 디스플레이 기술을 뜻한다.

문 대통령은 연설에서 “삼성디스플레이가 디스플레이 산업을 OLED 중심으로 재편하여 세계시장에서 압도적 1위를 지키겠다는 각오로 과감한 투자를 결정했다”며 “국민들께 좋은 소식을 전해주신 이재용 삼성 부회장, 이동훈 삼성디스플레이 대표이사, 양승조 충남도지사를 비롯해, 함께 해주신 기업인, 대학, 연구기관, 관계자 여러분께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과거 디스플레이 시장이 LCD로 재편될 무렵 과감한 투자를 해 세계시장 점유율을 달성했고, LCD 단가 하락이 높아지자 부가가치가 높은 OLED로 주력 제품을 바꾸면서 초기에 과감하게 투자해 지난해 세계시장 점유율 96%라는 기록을 세웠다고 평가했다.

문 대통령은 “이제 세계 디스플레이 시장의 판도를 바꾸며 1위를 지켜내는 것이 중요하다”며 “지난 7월 LG디스플레이의 대형 OLED 3조 원 투자 발표에 이어, 오늘 삼성디스플레이의 신규투자 발표로 그 전망이 매우 밝아졌다”고 내다봤다. 그는 “세계시장의 흐름을 제때 읽고 변화를 선도해온 우리 기업에 존경과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고 극찬했다.

문 대통령은 삼성디스플레이와 소재·부품·장비 분야 중소기업 간에 상생 협력 MOU 체결을 두고도 “특정국 의존도가 높은 디스플레이 핵심소재·부품·장비의 자립화를 위한 중요한 계기”라며 “삼성디스플레이와의 협력을 통해 디스플레이 핵심장비를 국산화한 중소기업, ‘그린광학’의 사례는 핵심 부품·장비의 자립화라는 면에서도, 대·중소기업 상생 협력이란 면에서도, 좋은 모범이 됐다”고 말했다.

특히 문 대통령은 이날 신규투자 협약식을 두고 “세계 1위 디스플레이 경쟁력을 지키면서 핵심소재·부품·장비를 자립화하여, ‘누구도 넘볼 수 없는 디스플레이, 제조 강국’으로 가는 출발점”이라며 “정부는 삼성디스플레이의 과감한 도전을 응원하며, 디스플레이 산업혁신으로 기업들의 노력에 함께 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폴더블, 롤러블, 스트레쳐블과 같은 최신 디스플레이 제품의 시연을 본 후 “SF영화에서 보던 모습을 현실 속에서 보았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차세대 디스플레이 기술개발을 위해 향후 7년간 4000억 원 투자 등 과감한 지원 △소재·부품·장비 기업에 대한 지원 확대 및 상생 협력모델 구축으로 디스플레이 산업의 생태계 혁신 △디스플레이 전문인력 양성 주력 등을 약속했다. 문 대통령은 특히 갤럭시 폴드를 직접 언급해 홍보해주기도 했다. 그는 “디스플레이 산업은 우리나라 제조업 혁신의 근간”이라며 “최근 출시된 ‘갤럭시 폴드’와 같은 획기적인 제품도 우리의 디스플레이 경쟁력이 없었다면 세상에 빛을 보기 어려웠다”고 주장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이재용 삼성 부회장이 10일 오전 충남 아산시 삼성디스플레이 아산공장에서 열린 삼성디스플레이 신규 투자 및 상생협력 협약식에서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과 이재용 삼성 부회장이 10일 오전 충남 아산시 삼성디스플레이 아산공장에서 열린 삼성디스플레이 신규 투자 및 상생협력 협약식에서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통령이 이재용 부회장과 삼성에 이렇게 칭찬을 내놓자 이재용 부회장도 감사의 인사를 내놓았다. 이 부회장은 신규투자계획을 발표하면서 “오늘 이곳 삼성디스플레이에 귀한 걸음 해 주신 대통령님과 귀빈 여러분, 대단히 감사하다”며 “오늘 누구도 넘볼 수 없는 디스플레이 제조강국을 만들자는 오늘 말씀은 저에게 정말 큰 힘이 되었다”고 밝혔다. 이 부회장은 디스플레이가 이제 우리 모두의 손안에서, 그리고 가정과 사무실, 산업, 의료 현장, 그리고 교 육 현장에서 손끝과 시선이 닿는 곳이라면 어디서든 사람과 세상, 시간과 공간을 이어주고 상상을 실현시키는, 융합시켜 주는 꿈의 플랫폼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대통령이 조금 전에 ‘SF영화에서 보던 모습을 현실화했다”라고 한 말을 들어 “대통령께서 언급하셨듯이 우리의 상상력 만큼이나 무한한 분야에서 새로운 가치를 계속 창출할 수 있는, 지속적으로 창출할 수 있는 미래 성장 산업”이라며 “세계경기가 둔화되고 여러 불확실성으로 인해 어려운 시기이지만 저희는 흔들리지 않고 차세대 기술혁신과 인재양성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 부회장은 “약속드렸듯이 차세대 핵심 대형 디스플레이에만 13조원 이상을 투자해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고, 우리 젊은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는 기업인의 소임을 다하겠다”고 주장했다.

한편 삼성디스플레이와 충남도, 아산시는 상생협력 협약식에서 삼성디스플레이와 소재·부품·장비 기업 등이 공동 기술개발, 우선 구매 등 상생 협력에 기반해 산업생태계를 강화해 나갈 것이며, 이를 통해 핵심 소재·부품·장비 국산화 및 공급 안정성을 강화한다는 협약을 체결했다.

이재용 부회장은 지난해 2월 국정농단 항소심 재판에서 징역 2년6월, 집행유예 4년형을 선고받고 풀려난 이후 같은해 7월9일 대통령의 인도 삼성전자 노이다 공장 준공식 시찰 안내, 9월18~20일 평양 남북 정상회담 대통령 공식수행원으로 동행 등 만남을 가졌다. 문 대통령은 올해엔 1월2일 중소기업 중앙회에서 열린 ‘2019 기해년 신년회’와 1월15일 ‘2019 기업인과의 대화 II’, 지난 2월22일 모디 인도총리 오찬, 지난 2월27일 UAE 왕세제 오찬에 이 부회장을 초정했고, 지난 4월30일엔 대통령이 삼성전자 화성사업장에 직접 참석했다. 이번 아산공장 방문까지 하면 8번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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