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서 태풍 ‘미탁’ 상륙을 이유로 국정감사장을 떠났던 이강래 한국도로공사 사장이 상황실에 가지 않았다는 지적에, 민주노총이 회사 건물을 점거해 진입할 수 없었고 본인이 상황실에 가야만 하는 상황이 아니었다고 주장했다. 10일 오전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이를 질책하자 이 사장이 반발하면서 한동안 국정감사가 파행됐다. 지난 2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진행된 국토부 국정감사 당시 여야 국토위원들은 태풍 ‘미탁’ 상륙에 대비를 위해 이 사장과 구본환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 등 관련 기관장 이석을 허용했다.

이 사장은 이날 박덕흠 자유한국당 의원의 관련 질의에 “10월2일 행적에 대해 말씀드린다. 태풍상황이라 교통 관련 기관들이 복귀해서 태풍재난상황 살피라는 결정을 (국회가) 해준 점에 깊이 감사드린다. 당연히 본사로 복귀하는 게 마땅하지만 9월9일부터 민주노총이 회사 본청 건물을 점거한 상황이어서 출퇴근조차 자유스럽지 못하다는 말씀 드린다”며 “출근도 지하 주차장을 통해 동선을 최대한 줄여서 바로 제 사무실로 가고 제일 자유롭게 갈 수 있는 게 구내식당 정도다. 더군다나 3층에 수납원들 250명 정도가 지금도 연좌농성했는데 마침 상황실 입구였기 때문에 제가 본사로 돌아가는 것도 적절치 않고 돌아간다 해도 상황실에 접근할 수 있는 형편이 아니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당시 보성지사에 문제가 있다는 얘기를 듣고 보성지사장에게 전화해 상황을 점검했다”며 “교통센터 상황실도 민주노총 수납원들이 점거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상황실에 가려면 결국 그분들과 다시 부딪힐 수밖에 없는 형편이기 때문에 교통센터 인근에서 센터장을 불러서 상황 보고 받고 간단히 식사 후 귀가했다. 귀가하자마자 ‘재택근무’한다는 자세로 재난방송을 봤다 재난방송 보고 필요한 상황 있으면 그때그때 연락을 취했다”고 말했다. 이 사장은 “이 점 관련해서 저도 국회의원 경험이 있기 때문에 국감장에서 어떤 반응을 보일 것이라고 염두에는 두고 있었다. 그러나 제 입장에서는 본사에서 상황을 점검하거나 정상근무할 수 있는 형편이 아니었다”고 했다.

▲ 이강래 한국도로공사 사장이 10일 국회에서 열린 국토교통위원회의 한국도로공사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의원 질의를 받고 있다. 사진=노컷뉴스
▲ 이강래 한국도로공사 사장이 10일 국회에서 열린 국토교통위원회의 한국도로공사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의원 질의를 받고 있다. 사진=노컷뉴스

이어 민경욱 한국당 의원이 “재난 발생 시 사장 정위치가 어디가 돼야 하느냐”고 묻자 이 사장은 “매뉴얼대로 행동하는데 제가 상황실에서 지휘할 상황은 특별한 재난 때다. 통상적으로는 재난안전처장이 지휘한다”고 답했다. “하필이면 두 상황실 모두 민노총에 막혔다고 했다. 그 자체도 문제 아닌가”라는 질문에는 “그날 상황에서는 현장보다는 언제든 연락 가능한 위치에 있었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국정감사장에 그냥 있겠다고 해야 하는 거 아니냐”고 하자, “국토부 국감이어서 집에 가서라도 상황 파악하는 게 옳다는 생각을 했다”고 답했다.

이후 민 의원이 “왜 집에 있어도 된다고 생각했나”, “국감장에 있었으면 되지 않았느냐”며 질문을 반복하자 이 사장도 언성을 높였다. 이 사장은 왜 집에 갔느냐는 질문에 “갈 데가 없이 않느냐”며 “(당시 국토위원들이) 저보고 가라고 하지 않았나”, “태풍 때문에 아무런 피해를 보지 않았다”고 말했다. 국감장에서 떠나지 않아도 되겠다고 이야기를 했어야 하지 않느냐는 질책에는 “그 부분은 당시 불찰이었다”고 답한 뒤 “그렇게 하겠다”고 했으나, 민 의원이 “사고하는 데 왜 그렇게 소리를 지르냐”고 항의했다. 이후 여야 의원들이 서로 문제를 제기하면서 한동안 고성이 오갔고, 박순자 국토위원장이 정회를 선포했다.

20분 가까운 정회 끝에 재개된 회의에서 이 사장이 “조금 전 답변 과정에서 신중치 못한 표현이 있었다. 이 점에 대해 진심으로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으나, 관련 질의가 몇차례 이어졌다. 이용호 무소속 의원은 “본사는 노조원들이 점거하고 있었다고 말했는데, 평소 출근은 하지 않느냐”며 “상황실에 못가더라도 사장실에 갈 수 있었을 것이고 태풍 피해 때문에 (상황실에) 들어간다는데 노조원들이 막았으리라 생각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 사장은 “정상적 출근은 못하는 상황”이라며 “그곳 상황은 의원님이 생각하는 것과 전혀 다르다”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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