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KBS와 검찰이 내통했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KBS가 조사위원회와 조국 장관 관련 특별취재팀을 구성하겠다는 후속 대응 대책을 발표하자 KBS 기자들이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유 이사장은 지난 8일 ‘유시민의 알릴레오’에서 조국 법무부장관 아내 정경심 동양대 교수의 자산을 관리한 한국투자증권 PB(프라이빗뱅커) 김경록 차장의 인터뷰 녹취를 공개했다. 특히 유 이사장은 “김 차장이 자기가 신뢰하는 사람 소개로 KBS 법조팀장이랑 인터뷰 했는데 진실하게 보도해준다고 해서 했더니 기사는 나오지도 않고 직후에 조사받으러 들어갔다가 검사 컴퓨터 화면을 우연히 봤는데 ‘KBS랑 인터뷰 했다던데 털어봐’, ‘조국이 김경록 집까지 왔다던데 털어봐’ 이런 내용이 거의 실시간으로 있다더라”라고 말했다. KBS와 검찰의 유착 의혹이다.

KBS는 9시 뉴스에서 허위사실 유포라며 김경록 자사관리인과 인터뷰는 다음날 뉴스로 내보냈고, 인터뷰 전문 혹은 실시간으로 인터뷰 내용을 검찰에 넘긴 적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뉴스로 내보낸 KBS 김경록 자산관리인의 인터뷰는 ‘정경심 동양대 교수가 사모펀드 운용사 코링크PE의 제안서를 자신에게 먼저 가져왔다‘는 내용이 중심이 됐다. 김경록 자산관리인은 유시민 이사장과 인터뷰에서 조국 장관 5촌 조카인 조범동씨의 사기행각이라는 취지의 주장을 폈고, KBS 인터뷰에서도 이렇게 주장했는데 정반대로 해석되는 인터뷰 내용을 KBS가 내보낸 게 적절했냐는 논란으로 번졌다.

KBS는 “김씨 증언이 객관적 증거에 부합하는지 교차 검증하기 위해 김씨의 증언을 바탕으로 일부 사실관계를 검찰에 재확인했다”고 밝혔지만 검찰 확인 과정이 곧 내통 정황 아니냐는 비난도 나왔다.

KBS는 의혹이 가라앉지 않자 9일 “외부 인사로 조사위원회를 구성해, 의혹이 제기된 조국 장관 및 검찰 관련 취재·보도과정을 조사하겠다. KBS 시청자위원과 언론학자 등 중립적 외부 인사들이 참여해 관련 내용을 충실히 조사한 뒤,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그 결과를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8일 뉴스에서 허위사실 유포라는 강경한 입장을 밝힌 것과 사뭇 다른 대응이다.

조사위원회 구성 자체부터 KBS 보도를 문제로 인지했다고 해석할 대목이다. 다만, 워낙 파장이 큰 사안으로 발전되는 바람에 KBS 경영진이 객관적 기구를 통한 결과를 발표해야지만 논란을 매듭짓고, 논란에 시간을 벌 수 있다고 판단했을 수 있다.

KBS는 조사위원회 구성 뿐 아니라 ‘조국 장관 및 검찰 관련 보도를 위한 특별취재팀’을 구성해 취재 및 보도를 담당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현재 논란의 당사자인 KBS 사회부 및 법조팀을 조국 관련 보도에서 배제하겠다는 조치다.

KBS 보도본부 소속 기자들은 유시민 이사장의 의혹제기뿐 아니라 KBS 사측의 후속조치 대응에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성재호 사회부장은 내부게시망에서 김경록 자산관리인과 인터뷰 내용은 정당했고, 내통 의혹은 전혀 사실이 아니라는 입장을 밝혔다. 사회부장은 법조팀과 사건팀, 이슈팀을 총괄 지휘하는 보직이다. 

성 부장은 인터뷰가 있었던 한달 전 “당시 조국 장관과 부인은 사모펀드 투자과정에서 운용사의 투자처와 투자 내역 등을 사전에 전혀 몰랐다고 계속 주장해왔다. 사전에 알고 돈을 넣었다면 자본시장법이나 공직자윤리법 등의 위반 소지가 있기 때문”이라며 “그런데 당시 인터뷰 과정에 부인 정 교수가 사전에 알고 있었다는 정황 증언이 정 교수 자산 관리인 입에서 나왔다. 더구나 자신의 펀드도 아닌 해당 운용사의 다른 펀드가 투자한 회사의 성장 가능성까지 타진했다는 증언까지. 저희가 보도한 건 이것이다. 인터뷰의 90% 이상은 정 교수의 펀드 투자와 관련된 얘기다. 그러한데 이 얘기보다 중요한 다른 맥락이 있는지 저는 지금도 모르겠다”고 밝혔다.

블라인드 펀드라며 투자처를 몰랐다고 한 정경심 교수의 입장과 배치되는 증언이 정 교수 측근이라고 볼 핵심적 위치에 있는 사람 입에서 나왔기에 이를 보도한 건 문제가 없었다는 주장이다.

또한 검찰과 내통 의혹에도 “자산관리인이 장관 부인의 법 위반 정황을 처음 밝혔다. 자 그럼 이제 취재가 끝났으니 방송하면 되나요? 혹시 착오나 다른 의도에 의해 부풀려지거나 허위가 아닌지는 확인해야 하는 거 아닌가요? 취재의 원칙은 무엇이냐”라며 “취재원이 수사 과정에서도 일관성 있게 같은 진술을 하는지는 증언의 신뢰도를 확인해볼 수 있는 수단이다. 수사 기관이 이 증언의 신빙성 관련해 또 다른 근거들을 갖고 있는 지도 알아봐야 한다”라고 밝혔다. 검증 차원에서 검찰에 확인하는 건 취재 과정의 일환일 뿐 내통이 아니라는 주장이다.

특히 성 부장은 “분명한 것은 취재 과정에서 검찰이 인터뷰한 사실 자체를 알아챘다고 해서 그걸 마치 기자가 인터뷰 내용을 통째로 검찰에 넘긴 것처럼 비난하는 것은 억지고 ‘거짓 선동’”이라고 비난했다.

▲ KBS 본관 전경.
▲ KBS 본관 전경.

KBS 법조반장인 조태흠 기자도 김경록 자산관리인의 인터뷰 섭외 경위부터 시작해 인터뷰 과정, 검찰 확인과 보도 이후 과정을 상세히 설명하는 글을 올렸다.

조 기자는 김경록 관리인은 “5~6년 동안 조국 장관 가족의 자산관리뿐 아니라 사실상의 ‘집사’ 역할을 맡아온 인물”이라며 ‘사실관계만 말해달라. 검찰 조사에서 얘기하지 않은 부분은 방어권 행사에서 불리할 수 있느니 말하지 말라’고 설득하고 인터뷰 했다고 밝혔다. 또한 “우리는 정 교수에게 불리한 내용으로 그대로 보도할 수밖에 없다고 이야기 했고 김 PB도 이에 동의했다”고 강조했다.

조 기자는 “김 PB는 이미 증거인멸 혐의로 검찰에 입건된 피의자로, 당시 한두 차례 검찰 조사를 받은 상태였다. 증거인멸 혐의로 구속될 수도 있는 상황이었고, 얼마든지 정경심 교수나 본인에게 유리한 이야기만 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며 “피의자이자 사건 일방 당사자의 주장에 크로스체크는 취재의 기본이라 배웠다. 이 주장이 그대로 보도될 경우 차후에 우리 보도의 신뢰도는 물론, 조사를 받고 있는 인터뷰이 역시 위험하게 할 수도 있다고 판단했다. 특히 김 PB가 정 교수에게 불리한 이야기도 했기에 이를 우리가 확인 없이 그대로 쓸 경우 방어권 문제도 있을 것이라고 판단, 불리한 부분을 확인해야겠다고 봤다”고 밝혔다.

검찰 확인 취재와 관련해서는 두 차례 걸쳐 전화를 통했다고 한다. 조 기자는 검찰에 확인한 내용으로 ▲정경심 교수가 2017년 초 자산관리인에게 먼저 코링크 제안서를 들고 왔다는 내용이 취재됐는데 검찰이 확보한 자료나 수사 내용에 비춰 사실에 부합하는지 여부 ▲정경심 교수가 사전에 사모펀드 내용을 알았다면 이것이 자본시장법과 공직자윤리법에 저촉되는지 여부 등 두가지라고 밝혔다.

이에 검찰은 첫번째 확인 내용에 구체적인 확인을 해주지 않았고, 두번째 확인 내용에는 ‘확인해줄 수 없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조 기자는 전했다.

조 기자는 “검찰 확인 과정에서 인터뷰 내용을 그대로 얘기했다거나, 검찰이 알지 못하던 내용을 전달한 바는 전혀 없다”며 “다만, 검찰도 바보가 아니라면 ‘정 교수가 자산관리인에게 코링크 제안서를 들고 갔다’는 내용을 저희가 어디서 취재했을지, 눈치 챘으리라 생각한다. 자산관리인을 만나 들은 이야기냐고 해서, 그렇다고 얘기하기도 했다. 이 부분이 잘못이라면, 자신관리인의 주장을 아무런 확인도 없이 그냥 내보내야 했던 걸까요”라고 반문했다.

조 기자는 ‘정경심 교수가 5촌 조카 조범동씨에게 속은 것 같다’라는 내용을 인터뷰에서 김경록 관리인이 말했음에도 검찰 입장에 맞게 보도한 게 아니냐는 주장에도 반박했다.

조 기자는 “김 PB 전체 인터뷰의 취지는 ‘정 교수가 코링크도 알고 있었고, 코링크가 투자할 회사도 알고 있었다. 그런데, 조범동이 다 꾸민 일이고 정 교수는 속았던 것같다’는 것이었다”며 “(정경심 교수가)당하신 것 같구나. 많은 사람들이 후회하는 일을 당하신 것 같구나. 라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그때 조금 더 제가 더 알아보고 확인했었어야 되는데 그게 좀 후회된다‘라고 (김경록 관리인)했습니다”고 전했다.

이에 조 기자는 “이런저런 이야기를 들었다는 건 김 PB가 보거나 들은 것이다. 그리고 이후의 ‘당하신 것 같구나’라는 이야기는 본인의 주관적인 판단일 뿐으로, 이후 수사를 통해 밝혀져야 하는 부분”이라며 “김 PB의 주관적인 판단을 그대로 전달한다면, 이후 그것이 객관적 사실과 다른 주관적 판단이었다는 게 드러난다면, 그때 우리 보도는 어떻게 책임을 질 건가요”이라고 말했다.

조 기자는 “이에 대한 저희 판단은 비판받을 수 있고 논쟁적인 부분이라는 점 인정한다. 다만, 이런 것을 ‘검찰 내통’이라는 지극히 자극적인 언어로 재단할 수 있나요”라고 말했다.

사측의 특별취재팀 구성에도 비판이 거세다. KBS 사회부 김아무개 기자는 사측의 특별취재팀 구성에 “도저히 납득”이 되지 않는다며 김종명 보도본부장을 향해 특별취재팀 구성에 동의하는지 공개 질의했다. 사측은 조국 장관 및 검찰 보도와 관련한 특별취재팀과 관련해 통합뉴스룸 국장 직속 법조, 정치, 경제, 탐사 등 분야별 담당기자들로 구성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법조팀은 특별취재팀 구성 통보를 받고 검찰 및 법원 등 출입처가 아닌 회사로 출근했다.

김 기자는 “법무부와 검찰, 법원에서 실시간으로 새로운 소식이 쏟아지고 있는데, 오늘 뉴스 어떻게 하실 겁니까? 뉴스가 나가지 않아도 상관 없다는 건가요?”라며 “국민의 알권리와 진실의 대상이 아닌 건가요?. 적어도 국민의 알권리와 진실을 고려한 조치라고는 결코 볼 수 없다”고 밝혔다. 김 기자는 “회사를 살리기 위한 정무적 판단이라고 하지 마라. 그 판단으로 인해, 회사는 묵묵히 제역할을 해온 훈련된 기자들을 한순간에 질낮은 ‘기레기’로 만들었다”고 비판했다.

KBS 기자협회는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긴급운영위원회를 열기로 했다. 양성모 기자협회장은 “유시민 이사장 주장과 그리고 KBS 대응 문제 등 여러 다양한 문제를 놓고 의견을 나눌 것이다. 정해놓은 방향이 있는 건 아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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