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발언은 튄다. 드루킹 사건 때 매크로 사용은 처벌 대상이 아니라고 밝혀 주목을 받았다. 강효상 자유한국당 의원의 기밀유출 논란 때는 처벌 반대 입장을 냈다. 박경신 오픈넷 이사(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진영의 경계를 넘어 표현의 자유 보호를 놓고 논쟁한다.

그는 경제 이슈인 망사용료도 표현물을 중심에 놓고 생각한다. 국회에서 여야가 해외 사업자 망사용료 ‘역차별’ 프레임을 강조하지만 그는 “역차별이 성립하지 않는다”고 했다. 지난달 26일 서울 강남구 한 식당에서 박경신 이사를 만났다.

-‘외교기밀’ 통화 내역을 누설해 고발된 강효상 의원 처벌에 반대했다. 
“모든 국민이 합법으로 취득한 정보는 자유롭게 공유해야 한다. 비밀유지 의무를 가진 외교관은 처벌하는 게 맞다. 하지만 그 정보를 합법적으로 취득한 사람은 자유롭게 공유해야 한다. 비밀리에 취급되는 사실을 합법으로 취득해 공개하는 건 언론의 역할이기도 하다. 이를 막으면 정보를 접할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 간 격차가 커진다. 국민에게 정보의 합법성을 따져 정보유통을 억제하도록 하면 민주주의 작동은 마비된다.”

▲ 박경신 오픈넷 이사. ⓒ 연합뉴스
▲ 박경신 오픈넷 이사. ⓒ 연합뉴스

-한상혁 방통위원장 취임 뒤 허위조작정보 규제론이 다시 고개를 든다. 
“책임감 있게 정보를 공유해야 한다는 데 동의한다. 다만 현행법으로 규제하려면 결국 명예훼손으로 대응해야 하는데 정부가 누구의 명예를 보호하겠나. 박경신에 대한 허위정보가 있으면 ‘이 사람 그렇지 않은데’라고 해주겠나. 수사기관이나 모니터 요원이 ‘허위’인지 아는 정보는 결국 자신이 아는 유명인의 것이다. 공인을 향한 표현의 자유를 더 보호해야 한다는 원칙에 반한다. 한상혁 방통위원장의 말은 말로 그쳤으면 좋겠다.”

-정보통신업계에선 페이스북 ‘접속경로 변경’ 사건이 최대 현안이다. 
“이명박, 박근혜 정부 때와 달리 정부를 비판하는 사람을 처벌하는 행태를 종식시켰다는 점에서 문재인 정부를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몇몇 사례가 있지만 개인 차원의 접근이고 잘 알려지지 않아 위축 효과가 있다고 보기도 어렵다. 하지만 현 정부가 놓치는 게 있다. 인터넷 규범인 망중립성에 어긋나는 행동을 문재인 정부가 더 많이 한다. 망 이용 대가 문제가 대표적이다.”

-망 사용료 문제를 어떻게 보나.
“모두가 서로의 정보를 전달해준다는 게 인터넷의 약속이다. 그래서 서로를 연결해주는 접속비용을 낸다. 서로가 서로에게 전달해주기에 별도의 통행료는 받지 않는 원칙이 있다. 그런데 한국은 더 많이 접속할수록 돈을 더 받도록 하는 발신자종량제, 이른바 상호접속고시(통신사끼리 데이터를 주고 받을 때 데이터 발신자 부담 원칙을 골자로 하는 제도)를 적용하면서 문제가 시작됐다.”

-해외사업자들이 많은 트래픽을 발생시킨다. 
“그 트래픽이 누구 것인가. 유튜브가 만든 트래픽이 아니라 이용자가 자신을 표현하려고 올리면서 만든 트래픽이고 유튜브는 매개할 뿐이다. 그 매개를 유튜브가 독점하는 건 문제가 아니냐고? 이 문제는 경쟁법, 독점규제로 풀어야지 망 사용료로 풀 문제가 아니다.”

▲ 서울 시내 통신3사 대리점. ⓒ 연합뉴스
▲ 서울 시내 통신3사 대리점. ⓒ 연합뉴스

-페이스북 접속경로 변경은 정부와 소송전까지 이어졌다. 
“페이스북은 중계망을 통해 데이터를 전달했다. 직접 전달하는 게 아니라 중간에 여러 망을 거쳐 한국 이용자가 접속한다. 그러다 KT가 캐시서버(데이터를 복사한 서버)를 만들었다. 무료로 유치했다. 어차피 KT가 해외망사업자에 중계접속료를 내야 하는데 돈이 들었다. 한국 사람이 보는 콘텐츠가 한정돼 있으니 그걸 캐시서버에 담아두면 접속료도 아끼고 더 좋은 서비스를 할 수 있었다. 그러다 발신자종량제로 (트래픽을 발생시키는) KT가 (다른 통신사에) 돈을 많이 내게 됐고, 페이스북에 비용을 요구하기 시작했다. 페이스북은 다시 원래 방식인 중계접속으로 바꾸겠다고 한 거다. 접속경로 ‘변경’이 아니라 ‘복원’이다.”

-망 사용료 자체를 받으면 안 되는 건가.
“해외에서 망 이용 대가를 안 받는 건 아니다. 제대로 받으려면 상호접속고시를 통한 발신자종량제라는 유일무이한 제도를 없앤 다음 양자가 직접 접속료를 협상해야 한다. 발신자종량제로는 국내CP(콘텐츠 제공 사업자)든 해외CP든 CP들이 불리하게 협상할 수밖에 없다. 통신사 입장에서 봐도 캐시서버를 운영하면 돈을 더 내야 해 합리적 가격 책정을 할 수 없다.”

-국내 사업자는 망 사용료가 비싸다고 지적하면서도 역차별 문제를 제기해왔다.
“가격 차별은 동일 서비스를 차별할 때 생긴다. 네이버와 구글이 통신사에 내는 돈은 개념이 다르다. 국내 사업자가 통신사에 내는 건 전 세계 인터넷에 접속하는 인터넷 접속료다. 네이버, 카카오는 접속료를 안 내면 인터넷에 접속할 수 없다. 이건 필수다. 반면 구글과 페이스북은 이미 전 세계 인터넷에 접속한 상태다. 이들이 한국 망 사업자에 내는 건 한국 인터넷에 조금 더 빨리 접속하게 하는 직접 접속료다. 애초에 비교 불가능하다.”

- 전 방통심의위원으로서 문재인 정부 방통심의위를 평가한다면.
“훨씬 좋아졌다. 최근 방송심의에서 ‘헌법의 기본질서 위반’ 조항을 삭제했다. 위원 때부터 빼야 한다고 주장했다. 문제는 1인 방송 규제다. 1인 방송은 방송이 아닌데 방송과 비슷하게 규제를 하는 건 문제다. 통상 인터넷서비스 이용을 해지할 때 기준은 내용의 70%가 불법·유해물일 때 적용한다. 그런데 아프리카TV 등 인터넷 방송이 제재 받는 걸 보면 긴 시간 방송 중 극히 일부 욕설만으로도 이용 해지한다. 균형이 맞지 않다.”

-20대 국회가 반드시 처리해야 할 표현물 관련 법안은?
“업무방해죄를 없애야 한다. 이 죄는 국제노동기구(ILO)가 파업을 범죄시하는 조항이라며 개정 권고도 냈다. 인터넷상 표현의 자유와도 관련 있다. 여러 사람이 글을 올리거나 조중동 불매운동처럼 인터넷으로 조직화한 대응을 위력으로 보고 업무방해죄 유죄판결을 내리는 경우가 있다. 실제 적용된 법리가 서로 다르지만 인터넷을 통해 직접 행동하고 조직화하는 걸 처벌하는 사상적 토대가 ‘위력에 의한 업무방해죄’다.”

▲ 1월30일 선고 공판에 출석하는 드루킹 김동원씨 모습. ⓒ 연합뉴스
▲ 1월30일 선고 공판에 출석하는 드루킹 김동원씨 모습. ⓒ 연합뉴스

-드루킹도 업무방해죄가 적용됐다.
“(매크로) 소프트웨어를 썼으니 문제라는데 인터넷상 업무방해죄는 해킹처럼 시스템을 망가뜨려야 성립한다. 댓글은 무엇을 망가뜨리나. ‘실시간 급상승 검색어’에 ‘조국 힘내세요’를 올릴 때 소프트웨어를 쓰면 처벌해야 하나? 정보를 올리는 건 더 쉽게 자동화할 수 있다. 드루킹 사건은 네이버 약관 위반인데 그 정도 사안을 처벌한다는 건 말이 안 된다. 실명예약만 가능한 식당에 예약했는데 다른 사람이 와서 대신 밥 먹은 게 형사처벌 할 정도인가. 대리시험이나 대리출전에 비유하는 경우도 있는데 그건 그 사람에 대한 평가를 위한 절차라는 점이 다르다.”

-오픈넷이 구글의 후원을 많이 받는다고 언론에 보도된 적 있다.
“구글 지원액이 지배적이라거나 과반이 넘는다거나 하는 얘기는 사실이 아니다. 다른 기업 후원도 받는다. 국제인권기구에서도 후원받는데 그 액수와 구글 후원액이 같다. 중요한 건 우리는 계속 독립적으로 활동한다는 사실이다. 우리 활동이 구글 또는 다른 CP에게 이익이 될 수 있지만 우연이다. 우리는 인터넷을 통한 표현의 자유 보호, 민주주의 보호를 위해 활동하는 진보적 단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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