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트렌드에서 최근 5년간 ‘후쿠시마’와 ‘방사능’을 키워드로 검색을 해보면, 지난 8월이 관련 키워드에 관한 관심이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난다. 일본 정부의 반도체 소재 수출 규제 이후 후쿠시마 방사능 오염수에 대한 보도가 늘고, 국민적 관심도 높아졌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일본 정부의 오염수 방류 여부에 초점이 맞춰졌으나, 이후 후쿠시마 지역 방사능 오염이나 후쿠시마에서 출발하는 올림픽 성화·선수단 안전 문제 등으로 관심이 점차 넓어졌다.

▲ 10월08일 구글 트랜드에서 ‘후쿠시마’와 ‘방사능’ 키워드로 검색한 결과.
▲ 10월08일 구글 트랜드에서 ‘후쿠시마’와 ‘방사능’ 키워드로 검색한 결과.

후쿠시마 사고와 방사능에 대한 언론의 관심은 후쿠시마 사고 직후인 2011년이나 오염수 누출로 수산물 파동이 일어났던 2013년보다는 적다. 하지만 사고 이후 8년이 지난 지금 현재 일본 상황을 전달한다는 점에서 매우 긍정적이다. 핵발전소 사고는 다량의 방사성 물질이 누출되기 때문에 시간이 지나도 수습이 쉽지 않다. 방사능 오염을 제거한다는 것도 오염된 흙이나 물건을 다른 곳으로 옮길 뿐, 근본적으로 방사성 물질을 제거하는 방법은 아직 없다. 방사성 물질의 반감기에 따라 시간이 지나기를 기다릴 뿐이다. 대표적인 방사성 물질인 세슘의 반감기가 30년이기 때문에 반감기의 10배, 즉 300년 정도의 시간이 지나야 세슘 위험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다. 인간의 시간으로는 너무 긴 시간이다. 그럼에도 인터넷 상에는 ‘후쿠시마 사고의 영향이 크지 않다’는 정보들이 넘쳐난다. 탈핵단체들이 공포를 조장하고 있다는 비난성 글도 쉽게 찾을 수 있다. 이런 면에서 언론이 일본 현지 상황을 있는 그대로 전달하는 노력은 더욱 적극적으로 이뤄져야 할 일이다. 

하지만 취재 경쟁이 과열되면서 안타까운 일들도 생기고 있다. 지난 8월, 방사능 핫스팟을 측정하는 일본 시민모임인 HIT는 블로그에 한국 취재진을 비판하는 글을 올렸다. 국내 한 종편채널의 도쿄시내 방사능 오염실태 취재에 동참했는데, ‘자극적인 보도가 아니라 있는 그대로 취재’하겠다는 애초 약속과 달리 매우 자극적인 보도가 이뤄졌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도쿄 올림픽 카누 경기장 인근의 방사선을 측정했는데, 측정 포인트 2천 곳 중에서 5,6곳에서 높은 방사선량이 측정되었는데도 마치 전체 지역이 방사능에 오염된 것처럼 보도했다는 것이다. 또한 일본 정부가 공기 중 방사선량은 공개하지만 토양이나 표면의 방사능은 측정도 하지 않고 있다고 보도했는데, 이 역시 사실이 아니다. 지자체와 중앙 정부에서 토양 방사능 측정을 하고 있으며, 이 내용은 인터넷에 모두 공개되어 있다. HIT는 조사 데이터의 수가 적고, 핫스팟에 대한 조사가 미흡하다고 지적하긴 했지만 ‘전혀 없다’는 식의 보도는 사실과 다르다고 지적했다. 더구나 HIT 관계자는 자신의 얼굴이 정면에서 공개되는 것을 동의한 적이 없는데도 인터넷에는 자신의 얼굴이 그대로 보도되었다고 밝혔다. 이런 문제로 이후 해당 언론의 취재를 거부하겠다고 HIT는 밝혔다. 

▲ 일본 시민단체 ‘모두의 데이터 사이트(https://minnanods.net/maps/?pref=prefs17&m2_kg=kg&time=today&sum_137=sum)’에서 공개한 토양 방사선 상황. 사진=모두의 데이터 사이트
▲ 일본 시민단체 ‘모두의 데이터 사이트(https://minnanods.net/maps/?pref=prefs17&m2_kg=kg&time=today&sum_137=sum)’에서 공개한 토양 방사선 상황. 사진=모두의 데이터 사이트

비슷한 사례는 또 있다. 9월말 우리나라 여당 특위가 도쿄 올림픽 경기장인 후쿠시마 아즈마 스타디움이 출입금지가 필요한 ‘즉시대피구역’이라며 지도를 발표한 적이 있었다. 당시 특위는 국내 언론에도 많이 소개된 바 있는 ‘모두의 데이터 사이트’라는 일본 시민단체의 측정값을 바탕으로 지도를 그렸다고 밝혔다. 그러나 ‘모두의 데이터 사이트’는 공식 페이스북을 통해 이 지도가 자신들의 데이터와 다르다고 밝혔다. 또한 언제 시점의 데이터인지도 명시하지 않아 과학적 자료로서 필요조건을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모두의 데이터 사이트는 이 내용을 여당 특위에 발송했으나 아직 답변을 받지 못하고 있다 ‘조속한 답변을 기다리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모두의 데이터 사이트’가 공개한 일본 내 방사능 토양 오염 데이터는 일본 각지에 있는 30여개 측정소의 데이터를 종합한 결과이다. 해당 자료를 정리한 서적은 일본 아마존 방사능 분야 판매량 1위를 기록하고 저널리스트 협회의 상을 받을 정도로 인정받고 있다. 

[ 관련 기사 : 뉴스1) 민주 ‘일본 방사능오염’ 지도에 日단체 “수치 변조” ]

보도 경쟁이 과열되거나 다양한 자료를 발간하다보면 취지와 다른 내용이 나올 수 있다. 그러나 잘못이 있다면 즉시 사과하고 바로잡아야 한다. 엄밀함을 생명으로 하는 과학적 데이터를 임의로 해석하거나 확대할 경우, 데이터에 대한 신뢰를 무너뜨릴 수도 있기 때문에 매우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한다. 특히 취재원의 개인 정보나 의도를 왜곡하는 식의 보도는 절대 이뤄져서는 안 될 것이다. 더구나 악화되고 있는 한일관계를 고려할 때, 더욱 극단적인 상황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크다. 더 문제가 커지기 전에 보다 진중한 접근을 할 수 있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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