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년 부당한 해고·징계 등 구제명령을 상습적으로 따르지 않은 사업장 상위 10곳에 자유한국당과 한국가스공사가 포함된 것으로 나타났다. 구제명령 상습 불이행 사업장 1위는 노동조합원 대량징계 사태가 불거졌던 주식회사 ‘구례클러스터’가 꼽혔다.

현행법상 부당해고자의 복직과 같은 부당노동행위 구제명령을 이행기간(30일 이내) 안에 따라야 하는데, 이를 어기면 ‘이행강제금’을 부과받는다. 이행기간이 지난 뒤에도 구제명령을 따르지 않으면 가장 처음 구제명령이 이뤄진 날을 기준으로 2년 동안 매년 2회, 최대 4회까지 이행강제금을 더 부과할 수 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송옥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중앙노동위원회로부터 받은 ‘구제명령 상습 불이행 상위 10개 사업장 현황’에 따르면 △구례클러스터(5개 사건, 10회 부과) △셀렉트정보기술·세스코(2건, 6회) △에이비비코리아·자유한국당(3건, 5회) △글로리아항공·대경환경·휘장산업·동구학원·한국가스공사(2건, 5회) 순으로 나타났다.

▲ 구제명령 상습 불이행 상위 10개 사업장 현황. 자료제공=송옥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고용노동부
▲ 구제명령 상습 불이행 상위 10개 사업장 현황. 자료제공=송옥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고용노동부

불명예 1위를 안은 구례클러스터는 지난 2017년 노동조합이 설립된 뒤 대량 징계 사태가 벌어진 곳으로, 부당해고로 판정된 건은 이행강제금 3차례 부과에 행정소송까지 이어졌다. 징계사유 일부와 징계양정이 부당하다고 판정된 징계 건은 3회, 직책해제가 과하다고 판정된 건은 2회, 징계양정이 과하다고 판정된 정직 1건과 구체적 자료 없이 추정으로 이뤄진 징계가 부당하다고 판정된 정직 1건 등 2건의 정직은 1회 이행강제금이 부과됐다.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과 공기업인 한국가스공사가 구제명령을 따르지 않은 사업장 상위권에 오른 점도 눈에 띈다. 한국당은 지난 2017년 정당 보조금 수입 감소 등을 이유로 정리해고를 단행한 바 있다. 노동위는 지난해 3건의 부당해고 구제신청에 대해 한국당 정리해고가 근로기준법상 요건을 제대로 갖추지 못했거나 해고자 선정 및 근로자대표와 성실한 협의를 준수하지 않아 부당하다고 판정했다. 한국당은 3개 사건에 대해 각 1회, 2회, 2회씩 이행강제금을 부과받은 뒤 이행강제금을 납부했다. 한국가스공사는 부당해고 구제신청이 인정된 건으로 각각 2회, 3회 이행강제금을 부과받았고 두 건 모두 행정소송으로 이어졌다.

부과금액 기준으로는 에이비비코리아가 총1억8100만원(완납)으로 가장 많았다. 다음으로 △구례클러스터(7928만원, 완납) △한국가스공사(6225만원, 완납) △자유한국당(4365만원, 완납) △셀렉트정보기술(3910만원 중 1850만원 납부) △동구학원(3740만원 중 1850만원 납부) △글로리아항공(3560만원 중 2560만원 납부) △휘장산업(3465만원 중 1080만원 납부) △세스코(3410만원 중 2630만원 납부) △대경환경(1816만원 중 1508만원 납부) 순이다.

▲ 구제명령 상습 불이행 사업장 이행강제금 부과금 순위. 자료제공=송옥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고용노동부
▲ 구제명령 상습 불이행 사업장 이행강제금 부과금 순위. 자료제공=송옥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고용노동부

송옥주 의원은 “현행 이행강제금 제도는 근로기준법상 구제명령을 불이행한 사업장에 최대 2년간 4차례에 걸쳐 부과가 가능한데, 이를 초과하면 구제명령 불이행이 있어도 더 이상 처벌할 수단이 없다”며 “노동위 구제명령의 실효성 제과는 이행강제금 취지 및 노동자 보호 측면을 고려했을 때, 이행강제금 부과횟수와 부과금액 상향 등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실제 부당노동행위 구제명령을 따르지 않고 이행강제금조차 내지 않는 비율은 해마다 늘고 있다. 환노위 소속 전현희 민주당 의원이 8일 공개한 중노위 자료를 보면 최근 4년동안 이행강제금 이행률은 △2015년 40.9% △2016년 42.7% △2017년 38.2% △2018년 33.1%로 절반에 못미칠 뿐만 아니라 해마다 줄었다. 부과된 금액 대비 실제 수납된 금액은 △2015년 47.5% △2016년 44.2% △2017년 26.9% △2018년 28.3%로 집계됐다.

이행강제금을 부과하고도 명령을 따르지 않는 비율도 매년 늘고 있다. 환노위 한정애 민주당 의원실은 “2014~2018년 이행강제금 부과 현황을 살펴본 결과, 최근 5년 간 이행강제금 부과 전 이행률은 65.6%, 부과 후 이행률은 90.8%였다”고 밝혔다. 구제명령을 따르지 않은 사업장에 대해 노동위가 고발조치한 건수는 2015년부터 198건, 올 한해만 봐도 지난 8월 말 기준 35건에 이른다.

이를 두고 10여년째 제자리인 이행강제금 부과 기준 등을 높일 필요성이 제기된다. 1회 부과금액 산정 기준은 지난 2007년 제도 도입 당시 근로자 월 평균 임금인 233만원. 한 의원실은 사업체 노동력 조사에 의하면 근로자 월 평균임금이 2005년 233만원에서 2018년 370만원으로 상승했다는 사업체 노동력 조사 결과를 들어, 이행강제금 수준이 제대로 된 제재 수단이 되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일부 기업에서는 (구제명령 불이행을) 해고노동자를 골탕 먹이는 수단으로 사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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