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승무원들의 우주방사선 피폭량 측정프로그램이 승무원에게 불리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변재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토교통부로부터 받은 자료에 의하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그동안 사용해온 피폭량 예측프로그램 카리식스엠(CARI-6M)의 예측값이 우주방사선 피폭량 실측값보다 최소 10% 이상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피폭량에 비해 지금껏 적은 피폭량이 측정됐을 가능성이 높다. 

생활주변방사선 안전관리법에 따르면 항공사는 승무원 피폭량을 조사해 관리해야 하며 승무원 우주방사선 피폭량이 연간 6밀리시버트(mSv)가 넘지 않도록 예측프로그램을 통해 관리해야 한다. 

국토교통부는 올해 3월 ‘인천-앵커리지-뉴욕-인천’ 노선과 6월 ‘인천-워싱턴-인천’ 노선의 우주방사선 피폭량을 측정했다. 노선별로 우주방사선 실측 장비 3대를 항공기에 실어 측정한 뒤 평균을 내고 평균값을 우주방사선 예측프로그램인 카리식스엠(CARI-6M), 나이라스(NAIRAS), 크림(KREAM)과 비교했다. 

변재일 의원은 지난 7일 원자력안전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작년에도 우주방사선 문제에 대한 대책을 세우라고 했는데 지난 1년간 원안위가 항공승무원 보호를 위해 무슨 초지를 취했나”라고 비판한 뒤 “국토교통부 실측결과를 보니까 현재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이 쓰고 있는 카리식스엠의 추정치보다 10% 이상 높은 수치가 나왔다. 승무원 입장에서는 불리한 측정 시스템이다. 원안위가 국토부 실측 이외에 많은 실측자료를 확보한 뒤 대책을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게티이미지.
▲게티이미지.

지난해 국토교통부 국감자료에 따르면 2014년부터 2017년까지 4년간 대한항공 객실승무원의 연평균 우주방사선 피폭량은 2.828mSv, 아시아나항공 객실승무원들의 피폭량은 1.869mSv의 피폭선량을 나타냈다. 그러나 실제 승무원이 입은 피폭량은 이보다 많을 수 있다. 

변 의원은 “항공 승무원들의 암 발생률이 일반인보다 현저히 높다. 하지만 산업재해 대상도 아니라고 한다”고 전한 뒤 “정확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승무원 운항관리가 이뤄져야 건강이 보호된다. 우주방사선 피해에 대해 항공 승무원 입장에서 조치해달라”고 재차 강조했다. 또한 “항공사 운항관리 프로그램이 제대로 안 되어 있으면 산재도 적용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엄재식 원안위원장은 “방사선 피폭량은 가장 보수적으로 제시될 필요가 있다”며 변 의원 지적에 공감하며 대책 마련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해 한겨레21은 대한항공에서 일하다 급성골수백혈병에 걸린 전직 승무원이 혈액암 산재신청에 나선 사실을 최초 보도하며 이 문제를 세상에 알렸다. 해당 승무원은 6년간 북극항로를 다니며 우주방사선에 피폭됐다. 지구에서 고위도·고고도로 갈수록 우주방사선에 노출된다. 

지난 8월 강모열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교수·윤진하 연세대 의대 교수 등 국내 연구진이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항공운송산업 종사자의 백혈병 발병률은 일반 노동자보다 1.77배 높았으며 여성 항공운송산업 종사자는 전체 암 발병률에서 일반 노동자보다 2.09배 높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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