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희철 한겨레 기자가 지난달 30일 허재현 전 한겨레 기자를 모욕죄와 허위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죄 혐의로 검찰에 고소한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사건은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에 배당됐다.

▲ 서울 마포구 공덕동 한겨레 사옥. 사진=김도연 기자
▲ 서울 마포구 공덕동 한겨레 사옥. 사진=김도연 기자

강희철 한겨레 사회부 법조팀 기자는 지난달 5일 ‘강희철의 법조외전’이라는 코너에서 우병우 전 민정수석과 당시 조국 장관 후보자를 비교해 지적하는 칼럼을 썼다. 한겨레는 내부 편집회의 끝에 강희철 기자 칼럼을 출고 4분 만에 삭제했다.

▲ 지난달 5일 출고됐던 강희철 기자 칼럼이 4분만에 삭제됐다. 사진=한겨레 페이지화면 갈무리
▲ 지난달 5일 출고됐던 강희철 기자 칼럼이 4분만에 삭제됐다. 사진=한겨레 페이지화면 갈무리

그러자 한겨레 주니어 기자들은 지난달 6일 “박용현 편집국장 이하 국장단은 ‘조국 보도 참사’에 책임지고 당장 사퇴하라”는 제목으로 대자보를 작성하고 “조국 법무장관 후보자가 지명된 뒤 한겨레는 무엇을 했는지 묻고 싶다”고 했다. 이후 한겨레 중견급 기자들은 첫 성명에 지지하는 추가 성명을 이어갔다. 전국언론노조 한겨레지부 주최로 편집국장과 기자들이 논의하는 자리도 가졌다.

▲ 한겨레 기자들은 지난달 6일 오전 편집회의방과 국장실 등에 대자보를 붙였다.
▲ 한겨레 기자들은 지난달 6일 오전 편집회의방과 국장실 등에 대자보를 붙였다.

조국 보도로 촉발된 한겨레 내홍이 많은 언론을 통해 보도됐다. 이에 허재현 전 한겨레 기자는 지난달 22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한겨레 법조가 왜 검찰 편향적으로 됐는지 설명하겠다. 강희철 기자는 대표적인 검찰통이다. 그 안에서 매우 존경받는 사람이다. 법조팀이 검찰 중심의 취재로 돌아가고 그럴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운을 뗐다.

허재현 전 한겨레 기자는 “판사보다는 검사와 친한 기자들이 수사 속보를 많이 건지고 또 조직 내 능력자가 돼간다. 그들이 결국 커서 나중에 법조 반장이 되고 법조 팀장이 된다. 그러면 시각이 자연스레 친검 법조팀이 된다”고 주장했다.

이어 허재현 전 기자는 강희철 기자를 ‘괴물 법조기자’라고 표현했다. 그는 “괴물이란 비유를 쓰는 건 법조기자로서 능력이 탁월한데 결국 전체 법조 기사의 틀과 방향을 망가뜨리기 때문이다. 너무 한쪽으로 치우쳐진 능력자인데 그게 법조 보도 시장에서 요구받는 능력의 사실상 전부라서 본인이 괴물이 되어있는지도 모른다”고 비판했다.

강희철 기자는 8일 미디어오늘에 “사실은 처음에 그 글을 읽지 않았다. 허재현씨 개인적인 의견 표명 정도면 그런 글을 쓸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주변 지인들에게 계속 연락이 와서 4~5일 후에 글 전문을 살폈다. 글을 본 후엔 그냥 넘어갈 사안은 아니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강희철 기자는 자신의 ‘사회적 평판 훼손’을 고소 이유로 밝혔다. 그는 “언론인에게 제일 중요한 직업요소 중 하나가 ‘신뢰’의 문제인데 그 글로 인해 신뢰할 수 없는 기사를 쓰는 기자로 낙인찍혔다. 사회적 평판이나 가치가 추락할 수밖에 없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이어 강희철 기자는 “언론의 사명은 권력 감시다. 기자는 당연히 불편부당, 시시비비에 근거해 취재하고 기사 쓸 뿐이다. ‘최순실 게이트’가 본격화하기 전 누구보다 가장 먼저 보도했었다. 조국 법무장관 보도도 권력에 대한 감시 보도일뿐이다. 한 번도 누가 내 편이라는 생각으로 기사 쓴 적이 없다”고 토로했다.

허재현 전 한겨레 기자는 8일 미디어오늘에 “(고소는) 감수해야 할 일”이라며 “제 글이 한겨레 내부의 토론과 고민의 불쏘시개가 되길 바랐다. 출입처에 의존하는 한겨레 법조팀 취재 관행을 개선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제 글로 인해 내부에서 불편해할 사람이 있겠지만, 아픈 과정을 밟아야만 한겨레가 성장하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형사처벌을 받아야 하면 받겠다. 그분께서 개인적으로 사과를 원하면 당연히 사과할 용의가 있다”면서도 “저는 강희철 기자 기사가 상당히 검찰에 빠진 것 같았다. 본인이 돌아볼 수 있도록 고민 끝에 글을 썼다. 사과할 건 사과하더라도 그분이 성찰할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 그분이 맡은 역할이 크다”고 전했다.

끝으로 그는 “저도 글을 쓰기 전에 사전에 한겨레 내부 조언을 듣고 쓴 글이다. 독단적으로 혼자 쓴 글도 아니다. 어느 정도 공감대를 얻고 썼다. 그런 아픈 글을 쓰는 게 저 혼자만의 생각이라면 그렇게까지 쓰지 않았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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