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위원회가 지난 2일 “MBN의 자본금 편법충당 의혹 등을 조사 중이며, 향후 방통위 논의결과에 따라 행정처분 여부 등을 결정하겠다”는 공식 입장을 냈다. MBN의 종합편성채널 불법 승인 논란에 대한 방통위의 첫 공식 입장이었다. 앞서 금융감독원이 금융위원회 증권선물위원회에 건의한 ‘주식회사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에 따른 매경미디어그룹 장대환 회장 이하 전·현직 경영진의 해임 권고 및 검찰 고발 건이 조만간 결정될 것으로 알려지며 MBN이 ‘폭풍전야’다. 

앞서 한상혁 방통위원장은 후보자 청문회 당시 MBN 관련 질의에 “(승인 취소)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사실관계 확인에 모든 노력을 하겠다”고 말했다. 방통위는 연도별 주주명부 및 특수관계자 현황, 주식변동상황명세서, 주주별 지급보증내역 등 자료제출을 MBN에 요구한 상황이다. 방통위는 “MBN으로부터 제출된 자료를 통해 차명주주 존재 여부, 소유제한 규정 위반 여부 등 언론에 보도된 각종 의혹이 사실인지 검토해 최종 행정처분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앞서 한겨레는 MBN이 종편 승인 당시 우리은행으로부터 600여억원을 대출받아 임직원에 건넨 뒤 이들이 회사 주식을 매입한 것으로 꾸며 종편자본금을 납입한 것으로 금융당국이 파악했다고 보도했다. 한겨레는 지난달 26일 “임직원을 투자자인 것처럼 꾸며 종편 승인을 받고 이 과정에서 수백억 원대 회계 조작을 저지른 의혹을 받는 MBN이 지난해 금융감독원 조사 당시 조직적 증거인멸을 시도했다는 복수의 증언이 나왔다”고 보도했다. 이후 금융위 산하 감리위원회는 MBN이 종편 승인 과정에서 회계조작을 저지른 것으로 결론내고 장대환 회장을 검찰에 통보하고 이유상 부회장은 검찰에 고발하기로 했다. 

MBN이 종편 사업 승인을 받기 위해 회계를 조작해 법적 기준을 충족했다는 게 금감원이 밝힌 혐의 요지다. 방송가에선 10월16일경 금융위가 MBN 검찰 고발 방향으로 사건을 최종결론 내고, 이후 검찰이 MBN 본사 압수수색에 나설 것이란 소문이 파다하다. 검찰이 움직이면 방통위도 본격적인 움직임을 보일 것으로 보인다. 방통위는 방송사의 고의 ‘분식회계’ 의혹에 따른 재허가 문제를 다뤄야 한다. 사상 초유의 일이어서 향후 예측이 어렵다. 노웅래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장은 최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MBN을 가리켜 “간단치 않은 상황”이라고 말한 이유다. 

▲MBN 로고.
▲MBN 로고.

현 상황에서 방통위가 참고할 사례가 있다. 방통위는 TV조선·채널A·MBN 등 종편 미디어렙사들이 2014년 최초승인 당시부터 위법적인 지분구조를 갖고 있다는 사실을 뒤늦게 발견해 해당 미디어렙사 대주주들에게 시정명령을 부과했다. 허가취소나 영업정지와 같은 중징계는 없었다. 당시 방통위 법률자문 결과는 “부정한 방법으로 허가를 받았더라도 그 행위로 취득한 허가의 유효기간이 이미 만료되었다면 허가 당시 위반사항을 이유로 행정처분을 하기는 어렵다”는 것이었다. 

이번 MBN 의혹과 종편미디어렙 사건의 공통점은 최초승인 당시 문제점을 발견하지 못했고, 재승인까지 이어졌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이번 사건 역시 중징계는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그러나 일각에선 행위에 대한 ‘의도성’이 과거 사건과의 결정적 차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종편미디어렙 사건의 경우 이행실적을 점검하다 방통위 내부에서 우연히 문제를 발견했다. 방통위 중과실이지만 의도적인 것이 아니라 단순 실수였다는 게 방통위 판단이었다. 종편 미디어렙사도 관련 규정을 몰랐다고 했다. 허위주장일 수 있지만 반박할 수 있는 증거를 찾지 못해 방통위로서도 승인취소까지 판단하기는 어려웠다. 

하지만 이번 MBN 의혹의 경우 자신을 ‘차명주주’라고 밝힌 MBN 내부 고발자들의 문제 제기가 등장했고, 금융감독원에서 조사에 나서 검찰 고발까지 갈 수 있는 상황이다. 결국 MBN 경영진이  ‘불법’이라는 것을 인지한 상황에서 의도를 갖고 불법행위를 저질렀느냐가 입증되느냐가 사안의 경중을 따질 핵심이라는 분석이다. 지금껏 유례가 없는 상황인 만큼, 결과도 섣불리 예측할 수 없다.

이와 관련 방통위 관계자는 “현재로선 종편미디어렙 사건 당시와 같은 법률자문이 나올 수도 있고 안 나올 수도 있다”고 전하며 “지금은 승인 취소가 가능하느냐 여부를 따지는 것보다 금감원 자료와 MBN으로부터 확보한 자료 등을 바탕으로 철저히 조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2014년 당시 ‘종편승인검증TF’로 활동한 김동찬 언론개혁시민연대 사무처장은 “종편미디어렙 지분 문제에 비해 종합편성채널 승인 당시 위반문제는 더욱 심각하다고 볼 수 있다”고 지적한 뒤 “방통위는 명확한 진상규명을 우선으로 삼고 서두르지 않되 정확히 사태를 파악해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동찬 언론연대 사무처장은 이어 “이번 사태에 대한 MBN의 대응수준을 내년 재승인 심사에 반영해야 한다”고도 지적했다. MBN 재승인 유효기간은 2020년 11월30일까지다. 

▲ 장대환 매경미디어그룹 회장. 사진=미디어오늘
▲ 장대환 매경미디어그룹 회장. 사진=미디어오늘

결국 MBN이 이번 논란에 얼마나 성실히 대응할지 여부가 향후 MBN의 운명을 결정지을 변수다. 앞서 MBN은 자사 주주 관련 의혹보도에 법적대응을 시사하며 사실무근을 주장했다. 그러나 최근 MBN 내부에서는 존립에 대한 우려까지 나오며 회사에 비판적인 목소리를 내기 어려운 분위기가 퍼져있는 상황이다. MBN의 한 구성원은 “이 사안에 목소리를 내면 내부 총질이라거나 증권선물위원회에 영향을 준다는 식의 분위기가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내부 갈등이 표면화되는 것은 시간문제다. 앞서 언론노조 MBN지부는 지난 1일자 매경미디어그룹 인사를 비판하는 성명을 내며 “이번 인사는 종편 자금 의혹과 관련한 보은인사로 보인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외부에서 볼 때 ‘입막음’용으로 비춰질 수 있는 대목이다. 상황에 따라 노조를 중심으로 회사가 책임질 일이 있으면 책임지고 사과해야 한다는 공식 입장이 나올 수도 있다. 

MBN의 또 다른 구성원은 “경영진이 내부구성원들을 상대로 뚜렷한 설명을 해주지 않고 있다. 보도국장이 기수 간사들을 모아 저녁 식사 겸 설명회 같은 걸 열긴 했지만, 사실상 ‘염려 말아라’라는 정도였다”며 “회사가 중대한 범죄를 저질러 구성원들의 일자리가 위험해질 수도 있는 상황인데, 제대로 설명도 하지 않는 건 무책임하다”고 말했다. 이 구성원은 “조사 결과를 통해 불법성이 확인된다면, 경영진은 회사를 위기에 빠뜨린 책임을 지고 누구라도 물러나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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