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7일 “국론분열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최근 서울 서초동과 광화문 대규모 집회 이후 첫 입장을 밝혔다. 문 대통령은 “대의 정치가 충분히 민의를 반영하지 못한다고 생각할 때 국민들이 직접 정치 의사표시를 하는 건 대의민주주의를 보완하는 직접민주주의 행위로 긍정적인 면도 있다”며 “깊은 대립의 골로 빠져들거나 모든 정치가 거기 매몰되는 건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고 했다. 

한겨레를 제외하곤 8일자 아침신문들은 대통령 입장을 비판했다. 한겨레는 1면 하단기사 ‘문 대통령 “국론 분열 아니다…국민 뜻은 검찰개혁”’에서 문 대통령이 “국론분열이 아니”며 “직접민주주의의 긍정적 측면”을 부각했다. 또 정치권을 비판하면서 국민의 뜻이 검찰개혁에 있다고 한 발언에 주목했다. 검찰개혁은 서초동 집회의 핵심 주장이다.

한겨레는 1면 머리기사 “검찰개혁, 드디어 국회가 움직였다”에서 교섭단체 3당 원내대표가 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된 검찰개혁 법안 논의를 재개한 소식을 전했다. 국민의 대의기관인 국회가 ‘국민의 뜻’인 검찰개혁에 나선 사실을 보도했다. 이 신문은 사설 “국회의 검찰개혁 논의, 정국 타개 단초 되길”에서 문희상 국회의장과 여야 5당대표가 정치협상회의를 신설해 검찰개혁 등을 논의한 사실을 언급하며 국민과 대통령 뜻대로 국회가 검찰개혁 논의에 적극 나서달라고 주문했다.

▲ 8일자 한겨레 1면, 검찰개혁 소식을 비중있게 다뤘다.
▲ 8일자 한겨레 1면, 검찰개혁 소식을 비중있게 다뤘다.

대통령에게 애정어린 비판을 담은 칼럼도 나왔다. 성한용 한겨레 선임기자는 서초동 촛불문화제는 오는 12일이 마지막 집회일 거고, 자유한국당이 오는 12일 광화문 집회를 취소했다며 ‘국론분열’로 비판받고 있는 “집회는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했다. 성 기자는 문 대통령의 7일 입장에 “적절한 태도”라고 평가했다.

최근 보수언론에서 “국민과 수시로 소통하는 대통령이 되겠다. 주요 사안은 직접 브리핑하겠다. 퇴근길에 격의 없는 대화를 나누겠다. 때로 광화문광장에서 대토론회를 열겠다”고 문 대통령이 취임 초 발언을 비판하고 있다. 이에 성 기자는 “새로 취임하는 대통령의 꿈과 희망이었다. 왜 약속을 지키지 않느냐고 몰아붙일 일은 아니”라며 “그래도 문 대통령이 지금보다 조금 더 적극 나서줬으면 좋겠다”고 주문했다. 

성 기자는 “문 대통령에게는 노무현이라는 정면교사도 있고 박근혜라는 반면교사고 있다”며 “실패하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 8일자 한국일보 만평
▲ 8일자 한국일보 만평

반면 경향신문은 문 대통령의 입장을 한겨레와 비슷한 논조로 다뤘지만 1면이 아닌 5면(정치면) 하단에서 전했다. 사설에선 대통령 입장을 비판했다. 경향신문은 사설에서 문 대통령이 말한 직접민주주의론에 “자칫하면 대의민주주의를 부정하는 반(反)정치주의로 흐를 우려도 상존한다”고 했다. 

또 리얼미터 여론조사에서 문 대통령 국정수행 지지도가 44.4%로 취임 후 최저치이며 부정평가가 52.3%로 더 많은 것을 언급하며 “직접민주주의를 강조한다면 절반 넘는 부정 민심은 어떻게 반영할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고도 했다. 

경향신문은 “극단으로 갈려 정반대 구호를 외치는 집회는 당분간 계속될 것을 예고하고 있다”며 “시민들은 이런 혼란을 종식할 방안을 기대해왔다. 대통령의 언급이 해법이 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사설을 마무리했다. 

다른 신문들도 문 대통령 입장을 비판했다. 

조선일보는 1면 ‘두 집회 보고도…文 “국론분열 아니다”’과 사설 “또 엉뚱한 책임 회피, 지금 나라에 대통령이 있나”에서 관련 소식을 다뤘다. 이 신문은 사설에서 “문 대통령이 자신의 책임을 남 얘기 하듯 하는 ‘유체이탈’ 화법을 쓴 것은 한 두 번이 아니”라며 “국민의 상식과 동떨어진 말을 계속하다 이제는 수십만 군중이 세 대결을 벌이는 사태를 스스로 만들어 놓고도 ‘잘들 해보라’는 식”이라고 비판했다. 

동아일보는 1면 “‘조국’ 언급없이 “국민 뜻은 檢개혁””과 사설 “대통령은 ‘국론분열’ 아니라지만, 국민은 불안하고 불편하다”에서 문 대통령 발언을 비판했다. 국민일보는 사설 “나라 둘로 쪼개졌는데 국론 분열 아니라니”에서, 세계일보는 사설 “나라가 두 쪽 났는데 국론분열은 아니라는 文대통령”에서, 한국일보는 “국민통합 메시지 없는 문 대통령 발언, 이해하기 어렵다”에서 대통령을 비판했다. 

▲ 8일자 중앙일보 만평
▲ 8일자 중앙일보 만평

정치권이 타협점을 찾아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권석천 중앙일보 논설위원은 칼럼 ‘권석천의 시시각각’에서 “결국 검찰 권력의 시스템을 바꾸려면 국회에서 입법을 해야 한다”며 “패스트트랙에 오른 검찰개혁 법안이 본회의를 통과하려면 재적의원(297명) 중 과반(149명)의 찬성이 필요한데 민주당(128석)에 정의당(6석)이 가세해도 15석이 부족하다. 검찰개혁을 위해서라도 통합의 정치를 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지적했다. 

권 논설위원은 ‘어떻게 민주주의는 무너지는가’를 인용해 ‘그들 역시 나라를 걱정하고 헌법을 존중한다고 가정하는 것(상호관용)’과 ‘합법 테두리 안에 있을지라도 최대한 제도적 특권을 활용하지 않는 것(제도적 자제)’란 두 규범을 제시했다. 그는 “한국 정치에 ‘정치’가 없는 건 두 규범을 외면해왔기 때문”이라며 “문 대통령부터 이 규범들을 제대로 지켰는지 국정 전반을 돌아봐야 한다”고 했다. 

권 논설위원은 민주당과 한국당 모두에게 태도변화를 주문했다. 그는 “민주당은 정치검찰을 비판하면서 걸핏하면 고발장 들고 검찰청으로 달려가는 이중적 행태를 멈춰야 한다”며 “한국당의 태도도 달라져야 한다. 언제까지 정치검사들의 숙주 노릇을 할 것인가. 합리적 보수라면 견제와 균형 원리에 따라 권력기관 개혁에 충실해야 한다”고 했다. 

언론에도 메시지를 남겼다. 권 논설위원은 “지난 3년 국정농단 수사, 사법농단 수사의 문제점을 비판해 온 언론들 역시 그 비판에 진정성이 있다면 검찰개혁에 등을 돌려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반감과 냉소로는 돌멩이 하나 움직이지 못한다”고 덧붙였다. 
  
다음은 8일자 아침종합신문 1면 머리기사 제목이다. 

경향신문 “아이 치료할 곳이 ‘엄마의 품’밖에 없어요”
국민일보 “엄마·아빠, 저는 왜 같이 죽어야 하나요”
동아일보 “‘조국’ 언급없이 “국민 뜻은 檢개혁””
국민일보 ‘文 “국민 뜻은 檢개혁…국론 분열 아니다”’
세계일보 “공무원 파견교육 1년 중 두 달은 ‘방학’”
조선일보 ‘두 집회 보고도…文 “국론분열 아니다”’
중앙일보 “유재수 관련 비위 감찰 조국에 보고된 뒤 중단”
한겨레 “검찰개혁, 드디어 국회가 움직였다”
한국일보 ‘갈라진 광장…文대통령 “국론 분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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