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분 바꿔치기’로 3월 판매 중단된 골관절염 유전자치료제 ‘인보사케이주’(인보사) 주사액을 맞은 환자 60%는 투약 후 통증이 그대로거나 더 심해져 추가 치료를 받았다는 역학조사 결과가 나왔다. 조사 대상 상당수는 병원 등 의료기관 권유를 받아 주사를 맞았으며 과장된 설명을 들었다.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인의협)는 7일 서울 여의도 국회 기자회견장에서 ‘인보사 피해환자 최초 역학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인의협은 지난달 인보사 피해환자 902명을 대리하는 법무법인 오킴스 등 협조로 피해환자 가운데 86명(주사 109건)을 설문조사하고 10명을 심층인터뷰했다. 이날 회견은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윤소하 정의당 의원 주최로 인의협, 법무법인 오킴스, 실제 피해 환자들이 함께 참석했다.

역학조사 결과 피해환자 약 60%는 인보사 투약 이후에도 통증과 기능이 나아지지 않거나 더 심해져 관절주사 등 추가 치료를 받았다. 추가 치료 유형으로는 관절주사(39.0%, 32명)가 가장 많았다. 부작용 조사에서는 투약 이후 한 번이라도 새롭게 경험한 증상이 붓기(59명), 불안(52명), 열감(47명) 순으로 나타났으며, 현재까지 남아있는 증상으로는 불안(51명), 피로감(46명), 우울감(42명) 순이었다. 특히 38.3%(31명)는 심한 정도 우울증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피해 환자 24.7%(20명)가 극심한 불안, 6.2%(5명)가 심한 불안 상태로 나타났다.

▲ 7일 서울 여의도 국회 기자회견장에서 인보사케이주 투약 피해환자들과 피해자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오킴스,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윤소하 정의당 의원이 '인보사 피해환자 최초 역학조사 결과발표 및 대책촉구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김용욱 기자
▲ 7일 서울 여의도 국회 기자회견장에서 인보사케이주 투약 피해환자들과 피해자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오킴스,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윤소하 정의당 의원이 '인보사 피해환자 최초 역학조사 결과발표 및 대책촉구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김용욱 기자

인보사 투약 후 통증 강도·빈도는 심해지고, 활동 가능한 범위는 줄어들었다. 투약 전후 일상생활 지장정도를 분석하자 ‘지장 없음’은 투약 전 5%에서 1%로 줄었고, 지장이 있는 경우 투약 전 ‘중간 35%, 심함 21%’에서 투약 후 ‘중간 28%, 심함 38%’로 정도가 더 심해졌다. 이는 투약 후 소염·진통제 복용이 늘어난 결과로도 이어졌다. 소염·진통제를 복용하지 않는 비율은 투약 전 28%에서 투약 후 18%로 10%p 줄었고, 반면 매일 복용하는 경우는 25%에서 32%로 7%p 늘었다. 격렬한 활동이 가능한 경우는 투약 전 21%에서 투약 후 5%로 줄었으며 전혀 활동할 수 없는 경우는 4%에서 20%로 늘었다. 인의협은 “무릎 기능을 묻는 모든 질문에서 인보사 투약 전보다 투약 후 더 기능이 나빠졌다고 답했다”고 덧붙였다.

대체로 700만원 상당의 인보사 투약을 결정하면서 피해환자 상당수가 병원 등 의료기관 권유를 받았다. 조사 대상자 4분의3은 병원에서 권유를 받았고 나머지 4분의1 중에서도 60%가 광고를 보고 병원을 찾았다고 밝혔다. 심지어 66.3%(57명)는 ‘연골 재생 효과’가 있다는 과장된 설명을 들었고, 15.5%(13명)는 주사 맞는 과정에서 동의서를 작성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26.7%(23명)는 부작용 설명을 듣지 못했거나 거의 부작용이 없다는 설명만 들었다고 응답했다.

인의협은 “인터뷰에 응한 모든 이들이 인보사를 투약한 의사와 병원의 태도에 큰 불만을 호소했다. 설명의무위반, 허위광고, 실손보험의 악용 등의 문제도 드러났다”며 “사후 대응 또한 많은 사람들에게 큰 상처를 주고 있었다. 의사들이 환자에게 면박을 주거나, 투약한 의사는 퇴사해버리고 병원은 모르쇠로 일관하는 등 무책임한 모습을 보였다. 전문병원으로 대표되는 의료의 상업화, 실손보험의 폐해, 전문가윤리의 부재 등 한국 의료의 문제점이 적나라하게 드러나고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 인보사케이주 투약 전후 통증정도. 출처=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인보사 피해환자 역학조사 결과
▲ 인보사케이주 투약 전후 통증정도. 출처=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인보사 피해환자 역학조사 결과

이번 조사결과에 비춰 인의협은 “인보사 효과는 기존 식약처 허가사항보다 미비했다. 또한 기존 임상 2, 3상 논문에 기술된 부작용보다 부작용 발생비율도 높았다. 따라서 인보사는 애초부터 허가받을 수 있는 효과가 없었을 가능성이 높고, 허가 시 ‘유전자조작 연골세포’의 막연한 세포재생능력등이 고려대상이었을 수 있다”며 “현재 이는 모두 사기로 밝혀진 만큼, 인보사의 효과에 대해서는 코호트 전수조사를 통해 재확인되어야 된다”고 밝혔다.

인의협은 “효과도 불분명하고, 기존 표준치료와 비교한 연구결과 조차 없는 치료제를 허가한 식약처는 특별감사나 검찰수사를 받아야 하고 재발방지 대책도 마련해야 한다. 또 인보사 투여환자의 부작용 수집 정도로 해결될 문제가 아님을 인정하고 범정부적 환자 코호트 구성과 전수조사 계획을 밝혀야 한다”고 촉구했다. 아울러 피해 환자들을 대상으로 △전국적 관리병원 지정 등 정부차원 적극 조치 △역학조사와 철저한 진상규명 △특별법 제정 등을 통해 인보사 사태가 한국 의약품 개발 및 관리에 체계를 개선하는 계기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 인보사 투약 전후 소염제 및 진통제 복용. 출처=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인보사 피해환자 역학조사 결과
▲ 인보사 투약 전후 소염제 및 진통제 복용. 출처=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인보사 피해환자 역학조사 결과

피해환자들 소송대리인인 엄태섭 변호사는 “식약처와 코오롱이 환자들을 추적관찰하겠다고 발표한 지 벌써 반년이 지났다. 코오롱은 식약처가 환자정보를 주지 않아 장기추적조사 계획을 세울 수 없다고 한다”며 “정부는 식약처가 장기추적조사를 실시할 능력과 자질이 되는지 다시 한 번 점검하고, 인보사와 무관한 제3의 기관을 선정해 환자들에게 신뢰를 주고 객관적인 추적조사가 이뤄지도록 조치하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국회가 필요한 처벌조항과 환자들 피해보상조치를 담은 특별법을 마련해야 한다고도 했다.

인보사 투약 후 암 발병 가능성에 의견이 분분한 것을 두고 엄 변호사는 “암이 생기느냐 안 생기느냐가 쟁점이 아니다. 쟁점은 코오롱이 처음부터 ‘연골세포’라 한 성분을 바꿔놓고 허가신청했고, 그대로 임상을 진행하고 통과돼 시판에 이르고 지금도 바뀐 신장세포로 계속해서 팔겠다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신장세포는 전 세계에서 단 한 번도 사람에게 투여한 적이 없고 관련 어떤 논문도 연구도 없다. 언제 위험성이 밝혀질지는 아무도 모른다”며 “암이라든가 종양 기타 부작용 인과관계가 쟁점이 되겠지만 (본질적인) 또 하나의 쟁점은 환자들이 어떤 설명도 듣지 못한 채 신장세포 성분 주사제를 맞은 것”이라고 강조했다.

2017년 식약처 허가를 받아 시판된 인보사는 3개월 이상 약물·물리치료에도 나을 기미가 없는 무릎골관절염 3기 환자 3006명에게 3707건이 주사된 걸로 추정된다. 앞서 식약처는 10월 안에 환자 등록을 완료하고 조사를 개시하겠다고 밝혔으나 현재까지 전체 환자 76%인 2302명 등록에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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