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영상부문 내부 논쟁에 영상부문장인 김보협 기자가 사직 의사를 밝혔다.

한겨레는 ‘디지털 강화’를 외치며 디지털영상뉴스 ‘한겨레 라이브’를 지난 6월17일 처음으로 선보였다. 지면 매체가 매일 라이브 영상 콘텐츠를 제작하는 경우는 한겨레가 유일했다. 한겨레는 한겨레TV가 과거 제작한 김어준의 파파이스 등을 통해 시청자들과 오랜 교감을 나눈 경험이 있는 김보협 기자를 앵커로 발탁했다.

▲ 김보협 한겨레 영상부문장. 사진=한겨레 라이브 유튜브화면 갈무리
▲ 김보협 한겨레 영상부문장. 사진=한겨레 라이브 유튜브화면 갈무리

김보협 기자는 7일 “그동안 고마웠습니다”라는 제목으로 “최근 사태에 책임을 지고 사직원을 제출했다. 첫 방송 이후 석 달 남짓 지난 시점에 한겨레 라이브가 중단된 이유, 파국을 맞게 된 경위 등에 관해 썼다. 2019년 영상 실험 실패가 한겨레 역사에 쓰일 때 참고자료로 쓰이길 바란다”고 썼다.

김보협 기자의 사의 표명 글은 앞서 한겨레 방송직군(피디·기술) 구성원 일부가 낸 성명에 이어진다. 구성원 10명은 지난달 27일 오후 “불통·고통으로 유지되고 있는 ‘한겨레 라이브’ 체제를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후 한겨레 기자들 58명은 지난달 30일 오후 “제작 구성원의 고통을 묵인하는 영상부문의 변화를 촉구한다”는 제목으로 지지 성명을 냈다.

김보협 기자는 그동안 진행한 회의는 ‘소통’을 위한 것이 아니냐고 물었다. 김 기자는 “매주 월요일 영상부문 팀장회의, 월~목 오전 라이브 기획회의, 금요일 라이브 평가회의를 진행했다. 이 수많은 회의는 소통을 위한 것이 아니냐”며 “1차 성명에 등장하는 불통이라는 표현이 ‘왜 우리 의견대로, 혹은 내 뜻대로 결정하지 않느냐’는 투정으로 들린다”고 했다.

김보협 기자는 1차 성명과 2차 성명 일부 내용이 ‘사실과 다르다’고 주장했다. 1차 성명에는 김보협 영상부문장이 실무 구성원 모두가 라이브 체제를 반대한다고 하더라도 그 결정권은 우리에게 있지 않다고 발언했다는 내용이 있다. 이 부분에 대해 그는 “영상부문의 다수, 혹은 전부가 현행 라이브 체제가 아니라고 하더라도 그 결정 권한이 영상부문, 혹은 부문장에게 있지 않다고 말한 취지”라고 설명했다.

이어 “라이브 체제를 근본적으로 바꿀 대안을 마련하라는 제안이 강압적이고 비합리적인가? 라이브를 하지 않는 날, 스무명 넘는 영상부문 전체가 모여 라이브 체제를 대체할 프로젝트, 프로그램을 기획하나? 먼저 문제의식을 느낀 분들이 심층적으로 토론해 방안을 만들고 이후 팀장회의나 전체회의에서 논의하는 게 자연스러운 일의 흐름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끝으로 김보협 기자는 한겨레와의 인연은 여기까지인 것 같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 3월 영상부문장을 맡으면서 제 마지막 역할일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익숙하지 않은 일인 데다 새로운 영역을 개척한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니므로 그 성과 여부에 따라 책임을 지는 게 당연하기 때문”이라고 썼다.

이어 김보협 기자는 “라이브 제작이 더 이상 의미 없다고 판단한 시점은 편집국 주니어 기자 50여명이 참여한 2차 성명을 접한 이후다. 왜곡된 성명을 바탕으로 작성된 2차 성명이라고 하더라도 앞으로 편집국의 주축이 될 ‘미래 기둥’들이 현행 라이브 체제가 의미 없다고 평가하고 있으므로 그 끝은 자명하다”고 했다.

그는 “영상부문 조직진단 및 콘텐츠개선 TFT가 만들어졌으니 라이브 체제의 근본적인 개편작업은 남은 분들이 잘 해주리라 믿는다. 바깥에서 시청자로서 응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겨레 관계자는 7일 미디어오늘에 “사표는 아직 제출되지 않았다. 내부에서 좀 더 이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 앞으로 한겨레 라이브 체제를 어떻게 꾸려갈지 오늘 첫 TF팀 회의를 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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