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2월 치러지는 한국기자협회 선거가 최대 5~6파전이 예상된다. 상당히 많은 후보군이다. 내년 후반기로 접어드는 문재인 정부 언론 정책에 기자협회의 입장과 관계 설정, 갈수록 높아지는 언론 불신 속에 기자협회의 역할이 부각되며 치열한 정책 경쟁이 예상된다.

출마를 가장 먼저 공식화한 인사는 한겨레 김동훈 기자다. 전국언론노동조합 수석부위원장과 한국기자협회 부회장을 역임했던 김 기자는 전현직 모임인 ‘새언론포럼’ 내부 게시망에 출마 의사를 밝혔다.

김 기자는 언론개혁을 화두로 제시했다. 김 기자는 “검찰개혁을 요구하는 시민 촛불이 언론개혁을 요구하며 공덕동(한겨레)으로 향할 수도 있다는 ‘아찔한’ 생각이 들었다. 언론권력도 선출되지 않은 권력임은 마찬가지”라며 “언론개혁은 시대의 사명이다. 그동안 우리가 ‘방치’했던 기자협회가 동참하고 앞장선다면 언론개혁을 크게 앞당길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 기자의 출마 선언 내용은 현 기자협회에 변화를 요구한 모양새여서 본격 선거에 돌입할 시 기자협회 역할론을 강하게 제기할 것으로 보인다. 김 기자는 “외부적으론 언론개혁과 내부적으론 기자 사회 대통합, 기자협회와 언론인의 위상을 높이겠다”고 말했다.

▲ 검찰의 조국 법무부 장관 관련 수사가 계속된 10월1일 서울 서초구 중앙지검 앞에서 취재진이 관계자 소환에 대비해 대기하고 있다. (이 사진은 기사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습니다) ⓒ 연합뉴스
▲ 검찰의 조국 법무부 장관 관련 수사가 계속된 10월1일 서울 서초구 중앙지검 앞에서 취재진이 관계자 소환에 대비해 대기하고 있다. (이 사진은 기사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습니다) ⓒ 연합뉴스

 

전국언론노조 경향신문지부장을 역임한 경향신문 강진구 기자도 출마를 공식화했다. 강 기자는 7일 통화에서 “언론개혁이라는 것은 당위성만 가지고 되는 게 아니”라며 “기자답지 못하고 언론답지 못한 이유는 스스로 자정노력 부족에도 있지만 언론환경 문제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강 기자는 포털의 권력화 문제를 해결하는데 집중하겠다며 기자협회가 적극적으로 나서 포털의 민주적 통제를 강화하고 공익성을 확보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강 기자는 지역언론 등 여론다양성과 공익성을 확보하겠다고 밝혔다. 강 기자는 “어떻게 보면 기자협회가 했어야 할 역할인데 이 문제에 적극적이지 못했던 것 같다”며 “다양한 언론 현안에도 기자협회가 좀 더 목소리를 낼 필요가 있다. 진보와 보수 양쪽 진영을 아우른 단체 차원에서 단일한 목소리를 내는데 한계가 있지만 그렇기 때문에 거꾸로 더 큰 역할이 요구된다. 서로 다른 목소리를 조율해 민감한 현안에 문제를 제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한국기자협회 부회장인 내일신문 김종필 기자는 출마를 신중하게 검토 중이다. 김 기자는 “기자가 사회적으로 ‘기레기’라는 오명을 듣는데 안타까운 심정”이라며 “언론인의 사회적 역할과 공신력을 높이고 신뢰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내부 성찰도 하고 전문성도 보장해야 한다. 이슈에 책임 있는 메시지를 내는 것이 기자협회에 요구된다”고 말했다.

김 기자는 “현 집행부의 협회 재정 안정성 확보, 회원간 단결에 기여한 긍정적인 부분을 계승하고 만 명 회원이 요구하는 혁신에 구체적인 조사와 의견수렴을 통해 변화 발전시키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뉴시스는 사상 처음으로 기자협회 선거 출마를 준비 중이다. 기자협회 뉴시스 지회장과 언론노조 뉴시스지부 지부장을 역임했던 손대선 기자는 외부 자문단을 꾸려 기자협회장이라는 중책에 자신이 부합하는지 스스로 검증하는 절차를 밟고 있다. 내부에선 출마를 공식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선일보 노조위원장을 지낸 박준동 기자도 출마를 고민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위원장은 2016년 말부터 2년 임기 동안 사내 비정규직과 연대를 호소하고, 과도한 사주 배당금과 언론사 세습 문제 등을 사내 공론화했다.

후보군으로 떠오른 한 기자는 출마 의사는 기자협회 규약에 따라야 하고 섣부른 감이 있다고 전했다.

한국기자협회는 만명 가까운 회원을 두고 있다. 역대 투표율을 보면 50% 안팎이다. 이번 선거가 5파전 이상으로 치러지면 회원 관심을 높이면서 투표율이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 경쟁매체 간 조직 투표가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 매체 성격으로 보면 통신과 일간지 구도여서 어느 쪽에 손을 들어줄지도 관심사다. 후보자 지지단체도 무시할 수 없다.

기자협회 소속 한 기자는 “협회 선거에서 가장 경계해야 할 일은 회원사간 대외 경쟁”이라며 “회사의 입장을 대변할 게 아니라 시대정신을 고민하는 저널리스트가 출마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기자는 “시급한 문제는 좌우 문제를 떠나 언론에 대한 국민적 불신이 크다는 점이다. 보수 혹은 진보 매체든 기본적 기자윤리와 취재윤리, 기사 작성 원칙을 얼마나 잘 지켜왔는지, 그리고 이를 지킨 기자들을 협회에서 내놓아야 한다”며 “잘못한 기자에게 회원사 활동을 못하도록 패널티를 주는 등 엄격하고 단호한 입장을 취해 기본적 신뢰를 가지도록 하는 방안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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