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甲BC 일방적인 계약해지 갑질계약 개선하라.” 서울 전역에 하루종일 비가 내린 7일 낮 12시 서울 마포구 상암동 MBC 본사 앞, 정의당 상징색인 노랑 후드티를 입은 박창진 정의당 국민의노동조합특별위원장이 한 손에 노란 우산을 들고 피켓 시위를 시작했다. 이른바 ‘땅콩회항’ 사건 공익제보로 대한항공 일가 갑질을 세상에 알린 박창진 대한항공직원연대 지부장이 정의당 특위 위원장으로서 나선 첫 행보다. 정의당 ‘불평등 해소와 차별없는 사회를 위한 특별위원회’ 일환인 국민노조특위는 보호받을 곳 없는 ‘미조직’ 비정규 노동자들과 함께하겠다며 지난달 출범했다.

MBC 보도국 시사프로그램 ‘2시 뉴스외전’에서 일했던 방송작가 A씨는 계약기간이 약 3개월 남은 지난달 16일 프로그램 개편을 이유로 계약 해지를 통보 받았다고 밝혔다. 전국언론노동조합 방송작가지부(방송작가유니온, 지부장 이미지)는 △책임자 사과와 재발 방지책 마련 △피해 작가의 즉각적 업무 복귀 △기존 계약서 폐기 및 새로운 계약서 협의 등을 요구하며 매일 낮 12시부터 1시까지 상암동 MBC 본사 앞에서 1인 시위를 진행하고 있다. 이날은 연대시위에 나선 박창진 위원장과 피해 당사자인 A작가가 나란히 피켓을 들고 MBC 앞을 지켰다.

언론보도를 통해 방송작가들의 이야기를 접한 박 위원장은 방송작가유니온 측에 먼저 연대시위를 제안했다. 1인시위를 마치고 취재진과 만난 그는 “(대한항공에서의) 지난 5년 투쟁과 너무나도 닮아있는 모습이 많았다”며 “이런 이야기가 공론화되어서 ‘공정한 계약서를 써야 한다, 노동권을 지켜야 한다’ 의제를 던지는 역할을 할 수 있는 자리라 생각했고, 방송작가들 이야기에 많이 공감했다”고 밝혔다. “우리는 약자들의 부당함에 대한 이야기를 감추려고 한다. 보호받지 못하기 때문에 용기를 못내고 지지하지 못할 거라고 본다. 모든 사람들을 대변할 수 있는 역할을 궁극적으로 사회제도로 담아야 하지만 그게 되지 않아 함축적으로 국민의노동조합이라는 표제를 달고 활동을 시작했다”는 것이다.

▲ 박창진 정의당 국민의노동조합특별위원회 위원장이 최근 MBC 보도국 시사프로그램에서 일하다 계약해지 통보를 받은 방송작가와 함께 서울 마포구 상암동 MBC본사에서 피켓 시위를 진행하고 있다. 시위현장 뒤편 건물 외벽에 설치된 스크린에 MBC 로고가 보이고 있다. 사진=노지민 기자
▲ 박창진 정의당 국민의노동조합특별위원회 위원장이 최근 MBC 보도국 시사프로그램에서 일하다 계약해지 통보를 받은 방송작가와 함께 서울 마포구 상암동 MBC본사에서 피켓 시위를 진행하고 있다. 시위현장 뒤편 건물 외벽에 설치된 스크린에 MBC 로고가 보이고 있다. 사진=노지민 기자

약자들의 싸움에 대한 이야기가 개인에 주목한 ‘가십성’으로 흐르지 않도록 언론이 방향을 잡을 필요성도 지적했다. 박 위원장은 “저도 처음에는 성실하게 살아왔고 피해자이기 때문에 순리대로 순조롭게 풀리겠지 생각했는데 안 됐다”며 본인의 지난날을 돌아본 뒤 “‘유별난 작가 한 명이 거대 MBC랑 싸운다’, 재미있는 ‘이야기’가 될 수 있다. 저도 한때 막장 드라마 주인공처럼 희화화돼서 보도됐는데, 본질에는 약자들의 (구조적) 어려움이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사회가 그런 사람들을 보호하기보다 목소리를 죽이고, 의제가 사라지고나면 늘 존재하는 문제들이 결국 해결되지 않는다”며 약자들이 살아남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사회 안에서 포용받을 수 있다는 걸 증명해보이고 싶다고 말했다. 

박 위원장은 끝으로 “MBC도 ‘암흑기’가 있었고 그 과정에서 촛불개혁이라는 개혁의 동력을 받아서 변화하지 않았나. 그 의미를 생각해서 좀 더 공정하고 정의로운 편에서 이 사태를 해결했으면 좋겠다. 그 동력이 발동됐을 때의 마음을 잃지 마시라고 말씀드리고 싶다”고 촉구했다.

▲ 박창진 정의당 국민의노동조합특별위원회 위원장(왼쪽)이 최근 MBC 보도국 시사프로그램에서 일하다 계약해지 통보를 받은 방송작가와 함께 서울 마포구 상암동 MBC본사 앞에서 피켓 시위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노지민 기자
▲ 박창진 정의당 국민의노동조합특별위원회 위원장(왼쪽)이 최근 MBC 보도국 시사프로그램에서 일하다 계약해지 통보를 받은 방송작가와 함께 서울 마포구 상암동 MBC본사 앞에서 피켓 시위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노지민 기자

한편 방송작가유니온은 이날 “표준계약서 시행 후 SBS ‘뉴스토리’ 사건 등 계약 해지 문제가 최대 관건으로 부상하면서 SBS와 KBS의 경우는 문체부 표준계약서에 4주전 통보 조항을 넣으면서 이를 보완했다. 하지만 정작 이를 강제하는 조항이 없어 개편 때마다 계약 해지와 관련한 피해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며 “회사가 근로자를 해고하려면 30일 전에 해고 예고하든지 30일치 통상임금을 해고수당으로 지급하는 근로기준법을 참고해서 계약 해지 수당같은 식의 보완책을 마련해 하루 아침에 작가들이 일자리를 잃는 사태를 막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문화체육관광부 실태조사를 통한 수정·보완, ‘갑질계약서’ 방지를 위해 방송통신위원회가 표준계약서 체결 비율을 재허가 심사 항목에 관리·감독하는 방안도 촉구했다.

MBC 관계자는 미디어오늘에 “‘뉴스외전’ 건의 경우 기획조정본부장과 외주상생협력위원장인 콘텐츠협력센터장이 방송작가지부와 몇차례 협의한 걸로 안다. 의견이 거의 접근해간 걸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표준계약서 문제와 관련해선 “올 연초부터 프리랜서 계약 관련 표준계약서가 이슈가 되고 있어 일부 장르를 시작으로 시행하고 있다. 속도의 차이가 있고 일률적으로 적용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어서 미세조정을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