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라북도 등 지역기자들이 타사 기사를 출처 표기 없이 베껴 쓴 사실이 드러났다. 

전북지역 일간지 전북도민일보 A기자는 지난 1일자 “국민연금공단 흔들기 공방 새만금신항만 부각 불보듯”이란 기사에서 국정감사 전북지역 현안을 전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환경노동위원회, 행정안전위원회, 교육위원회 등에서 어떤 현안을 다루는지를 전했는데 이 내용이 모두 사흘 전인 지난달 27일 전북일보 기사 표현과 똑같았다. 전북지역 일간지 전북일보 “도내 주요 기관, 10월부터 본격 국감” 기사가 총 10단락인데 이 중 7단락을 전북도민일보 기자가 그대로 베낀 것이다. 

이에 전북도민일보 A기자는 지난 2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원래 남의 신문을 보지 않는데 감기몸살을 엄청나게 앓고 있었더니 타사의 후배기자가 (자료를 주며) 참고하라고 했다”고 해명했다. ‘타사 후배기자가 누구냐’는 질문에는 “밝힐 수 없다”고 했다. 그는 “전북일보 기사인줄 알았다면 (출처를) 썼을 거다”며 “진짜 몰랐다”고 했다. 

▲ 지난 1일자 전북도민일보 기사. 빨간박스 부분이 3일전인 9월27일자 전북일보 기사와 같다.
▲ 지난 1일자 전북도민일보 기사. 빨간박스 부분이 3일전인 9월27일자 전북일보 기사와 같다.
▲ 지난달 27일자 전북일보 정치 기사. 빨간박스부분이 전북도민일보가 표절한 부분.
▲ 지난달 27일자 전북일보 정치 기사. 빨간박스가 전북도민일보가 표절한 부분.

 

타사가 취재한 정치인 발언을 자신이 취재한 것처럼 그대로 옮긴 사례도 있었다.  

지난달 15일 뉴시스는 “‘조국에 묻힌 민생문제’ 광주·전남 추석 민심 여·야 질타”라는 기사에 송갑석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통화내용을 담았다. 조국 법무부장관 등 청와대 인사정책에 밀려 민생경제 이슈가 묻혔다는 내용의 발언이었다. 

뉴시스 광주전남본부에서 오전 10시에 출고한 이 기사에서 송 의원 발언을 베낀 곳은 전북도민일보·경남매일 등 두 곳이다. 

전북도민일보 A기자는 같은날 오후 4시에 출고한 “조국·민생·선거구 획정문제 추석 밥상머리 화두”란 기사에서 해당 발언을 ‘민주당 도당 관계자’와 ‘전북도 고위 공직자’가 한 말이라며 옮겼다. 

▲ 9월15일자 오전 뉴시스 기사(맨위), 같은날 오후 경남매일 기사(가운데)와 같은날 오후 전북도민일보 기사. 빨간밑줄이 표절한 부분.
▲ 9월15일자 오전 뉴시스 기사(맨위), 같은날 오후 경남매일 기사(가운데)와 같은날 오후 전북도민일보 기사. 빨간밑줄이 표절한 부분.

 

A기자는 미디어오늘에 “관행처럼 했던 건데 그때가 추석 끝나고 고향에서 (서울) 올라가면서 쓴 것”이라며 “우리 (국회출입기자가) 나 1명이라 혼자 정치면을 막다보니 그랬다. 그건 (내가) 잘못했다”고 말했다. 

경남매일은 같은날 오후 10시에 출고한 “경남 추석 민심 정치권 상생 실종 실망”이란 기사에서 송 의원 발언을 ‘민홍철 민주당 경남도당위원장’의 발언인 것처럼 전했다.  

민홍철 의원은 2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기사를 쓴) 경남매일 B기자와 통화한 적 없다”며 “경남매일에서 그런 기사가 나온 줄 몰랐다”고 말했다. 

이에 류한열 경남매일 편집국장은 7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B기자에게 확인했는데 (기사를) 쓰다 보니 멘트를 (다른 곳에서) 가져온 모양”이라며 “나쁜 짓을 한 거다”라고 말했다. 류 국장은 “이런 일이 없어야 했는데 발생했다”며 “편집국장 차원에서 엄중하게 경고했다”고 말했다.   

전북지역 인터넷매체인 전주일보도 타사 기사를 베꼈다. 

▲ 전주일보 1일자 기사(왼쪽)와 충청투데이 지난달 30일자 기사. 세 단락이 거의 똑같다.
▲ 전주일보 1일자 기사(왼쪽)와 충청투데이 지난달 30일자 기사. 세 단락이 거의 똑같다.

 

전주일보가 지난 1일 오후 6시20분경 출고한 “20대 ‘마지막 국감’ 개막…총선 앞 뜨거운 대결 예고”란 기사를 보면 충청 지역신문인 충청투데이 지난달 30일자(지면엔 1일자) “총선 6개월 앞 국정감사 ‘기회와 위기’”란 기사와 세 단락이 거의 똑같다. ‘충청권 국회의원’이 ‘전북권 국회의원’으로, ‘충청권 내 지자체’가 ‘전북권 내 지자체’로 바뀐 것 등을 제외하면 충청투데이의 분석기사와 표현이 같다.   

기사를 쓴 전주일보 C기자는 지난 2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국회에 가면 여러 신문들이 있어서 관심 있게 보다가 ‘우리 지역과 똑같구나’ 해서 참고한 것이지 인용하려고 한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뉴스통신사 기사 상당부분을 베낀 사례도 있었다. 

▲ 전주일보 9월18일자 오후 기사(왼쪽)와 뉴시스 같은날 오전 기사. 빨간밑줄과 박스부분 표현이 같다.
▲ 전주일보 9월18일자 오후 기사(왼쪽)와 뉴시스 같은날 오전 기사. 빨간밑줄과 박스부분 표현이 같다.

 

전주일보가 지난달 18일 오후 6시16분 출고한 “여야, 정기국회 일정 잠정 합의…10월2일~21일 국정감사” 기사를 보면 같은날 오전 9시51분에 출고한 민영뉴스통신사 뉴시스 “여야, 정기국회 일정 전격 합의…26일부터 대정부 질문 실시”란 기사와 똑같은 문장이 다섯 단락에서 확인된다. 

기사를 쓴 전주일보 C기자는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뉴시스는 협업사라서 우리하고 맞는 기사가 있으면 인용하기도 하고 중요한 팩트는 연관성을 가지고 기사를 쓴다”고 말했다. 

이번에 확인한 전북도민일보 A기자, 경남매일 B기자, 전주일보 C기자는 모두 서울에서 정치기사를 쓰는 기자였다. 전북의 경우 전북일보, 전북도민일보 등 일부 매체에서 청와대와 국회에 1명씩 총 2명의 기자가 서울에 있고, 나머지 지역신문의 경우 매체별로 1명이 서울에 주재한다. 

이런 현상이 만연하다는 사실도 알 수 있었다.

전북도민일보 A기자는 ‘A기자의 기사를 누군가 출처 없이 전재하면 어떻겠느냐’는 질문에 “출처를 밝히면 고맙겠지만 다들 어렵게 서울에서 일하는 거 안다”며 “많은 기자들이 내 기사를 참고하는데 갖다 써서 나쁠 건 없지 않느냐”고 말했다. 

A기자는 이런 일이 비일비재하다는 주장도 했다. 그는 “전북신문 정치면들 다 비교해보면 90%가 베낄 것”이라며 “전북 기자들 사이에 패거리가 있는데 수없이 내 기사를 베끼던 사람들이 ‘옳거니’하고 트집잡고 싶어서 (미디어오늘에) 제보를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주일보 C기자는 미디어오늘에 “이런 점이 표절이냐”며 “대한민국 기자들 모두 (미디어오늘이) 취재해야할 듯하다”고 말했다. 

손주화 전북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국장은 7일 미디어오늘에 “표절은 기자윤리에도 심각한 문제지만 독자까지 기만하며 전체적인 신뢰를 하락시킨다는 점에서 좀 더 엄격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비판했다. 이어 “지역에서 고질적인 문제”라며 “적은 기자 수로 많은 과도한 기사 작성을 해야하는 지역 신문사의 구조적 문제도 존재하지만 충분하게 취재하지 않고 보도자료를 오타까지 베껴 쓰는 것도 관성화했다고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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