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한 중학교 도덕교사인 배이상헌씨가 수업 중 ‘억압박는 다수’라는 영화를 상영했다는 이유로 경찰이 아동복지법 위반 혐의 기소의견으로 사건을 검찰에 송치했다고 지난달 24일 밝혔다. 그러자 교사의 형사처벌은 ‘교권 침해와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킨다’는 지적이 나왔다.

▲ 지난달 8일자 광주MBC ‘뉴스데스크’ 화면 갈무리.
▲ 지난달 8일자 광주MBC ‘뉴스데스크’ 화면 갈무리.

사단법인 오픈넷은 지난 1일 해당 사안은 교육전문가와 이해관계자들이 논쟁을 통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검찰이 하루빨리 수사를 중단하고 불기소 처분할 것을 요청했다.

배이 교사는 지난 3월 중학교 2학년 학생 대상 도덕교과 ‘성과 윤리’ 단원 수업 도중 엘레노르 푸리아(Eleonore Pouriat) 감독이 제작한 ‘억압받는 다수’라는 단편영화를 상영했다. 이 영화는 남녀 성역할을 반전한 ‘미러링’ 기법을 기반으로 만들어졌고, 성차별을 주제로 다룬다. 

10분짜리 영화 내용은 다음과 같다. 남성들이 주로 육아를 하고, 여성들이 상반신을 탈의한 채 동네를 운동한다. 여성들이 길 가던 남성에게 성적 농담을 하고, 남성을 흉기로 위협해 성폭행을 시도하는 장면이 나온다. 

성폭행을 당할 뻔한 남성이 경찰서에 가서 진술한다. 여성 경찰관은 피해 사실을 주장하는 남성의 말을 의심하고 ‘성인지 감수성’ 없는 수사를 이어간다. 여경은 지나가던 동료 남성 경찰에게 커피 심부름을 시키고 청바지 입은 모습이 예쁘다고 칭찬한다. 남성은 이런 여성 경찰관의 태도에 힘들어한다. 

현대 사회에서는 남성보다 여성에게 빈번하게 일어나는 일이니 역지사지로 성 역할을 바꿔서 생각해 보자는 취지의 영화인 것.

▲ 지난달 8일자 광주MBC ‘뉴스데스크’ 화면 갈무리.
▲ 지난달 8일자 광주MBC ‘뉴스데스크’ 화면 갈무리.

오픈넷은 “해당 영상은 남성과 여성의 성역할과 성관계가 완벽하게 역전된, 가상의 세계를 통해 현재 우리의 현실을 미러링하고 패러디한다. 남성으로 태어나 남성이 살아가면서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했을 위협과 굴욕, 멸시를 가상의 스토리로 체험해 보라는 것과 여성이 매일 겪고 있는 일상이라는 것을 짧고 직설적으로 전달한다”고 주장했다.

오픈넷은 “일부 학생들이 거부감을 느꼈다고 해서 형사처벌의 대상으로 삼는 것은 헌법에 보장되는 교육의 자주성, 전문성 및 정치적 중립성에 의해 보장되는 교사의 교육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오픈넷은 형사처벌이 아닌 사회적 합의를 통해 해결할 문제라고 주장했다. 오픈넷은 “교육의 당사자들이 학습자료 선택의 옳고 그름에 관해 자주적으로 논의하는 것이 옳다. 어떤 자료를 선택할 것인가는 교육철학과 교육윤리의 영역에 속한 것으로 해당 분야 전문가들과 이해관계자들이 논쟁하고 논의할 문제이지 경찰이나 검찰이 개입할 문제가 아니”라고 주장했다.

끝으로 오픈넷은 “배이상헌 교사에 대한 수사중단을 촉구하며 검찰이 불기소 처분을 내려주길 요구한다. 광주시교육청 역시 사태 해결을 위해 형사처벌에 의존해 배이 교사를 직위해제했다면 이를 취소하고 교육당사자들 사이의 논의부터 시작하길 바란다”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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