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피의자 ‘공개 소환’ 수사 관행을 없앤다. 윤석열 검찰총장은 지난 4일 사회적 관심이 높은 사건의 피의자와 참고인 등 사건 관계인에 대한 공개 소환을 전면 폐지하라고 전국 검찰청에 지시했다.

검찰은 규정상 공개 소환 대상인 고위 공직자나 국회의원, 주요 기업인 등 공인에 대해 수사를 진행할 때 이들이 조사받으러 나오는 시기, 장소를 언론에 공개해 포토라인에 서도록 한 관행을 폐지한다. 국민의 알 권리를 보호하는 차원에서 지난 1994년 이후 25년간 유지돼왔다.

▲ 5일자 한겨레 1면.
▲ 5일자 한겨레 1면.
▲ 5일자 한국일보 3면.
▲ 5일자 한국일보 3면.

인권 보장을 위해 공개 소환 방식에 관한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은 계속돼왔다. 그러나 검찰이 수사하는 권력형 범죄 비리 등에 대한 언론의 감시와 견제 기능 약화돼 ‘봐주기 수사 의혹’ 등이 문제가 될 수 있다. 국민의 알 권리가 침해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 5일자 동아일보 4면.
▲ 5일자 동아일보 4면.

검찰 ‘공개 소환’ 폐지에 “조국 일가 첫 수혜자” VS “낡은 수사관행 개혁”

조선일보와 동아일보는 ‘공개 소환’ 폐지가 결국 정경심과 조국 장관이 첫 번째 수혜를 받는 대상이 될 것이라 지적했다.

반면 한겨레와 경향신문, 한국일보 등 세 신문은 시기상 논란이 있을 수 있지만, 인권 차원 문제 등 논란이 많았던 낡은 수사관행 개혁은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국민일보는 수사 관행을 개선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권력으로부터 독립 여부가 가장 중요하다고 했다.

▲ 5일자 조선일보 사설.
▲ 5일자 조선일보 사설.

조선일보는 “전 대통령도 못 피한 검(檢) 공개 소환, 정경심이 없앴다”는 사설 제목으로 “검찰이 ‘공개 소환’을 전면 폐지하겠다고 발표했다. 문제는 왜 ‘조국부터’냐는 것이다. 검찰은 전 대통령, 전 대법원장, 전 국정원장, 전 장관, 전 장군 같은 인사들을 거의 예외 없이 포토라인에 세워 망신을 주었다”고 주장했다.

조선일보는 4일자 아침신문에 이어 5일자 신문에서도 문재인 대통령을 비판했다. 조선일보는 “인권도 내로남불”이라며 “대통령은 조국이 수사받게 되자 두 차례에 걸쳐 ‘인권 수사’를 주문했다. 그러자 검찰은 조국 아내에 대한 공개 소환 방침을 뒤집고 공휴일에 몰래 불러 특혜를 주고선 ‘앞으로 공개 소환은 없다’고 한다”고 비판했다.

끝으로 조선일보는 “말과 행동이 정반대인 조 장관의 파렴치 행태는 일일이 거론하기 힘들 지경이다. 법 집행을 농락하는 이들이 검찰 인권 수사의 첫 수혜자라니 국민이 분노하지 않을 수 있나”라고 했다.

▲ 5일자 동아일보 사설.
▲ 5일자 동아일보 사설.

동아일보는 사설에서 “정 교수 비공개 소환에 대한 비판이 쏟아지자 아예 원칙을 바꿔버렸다. 공개소환 전면 금지가 국민의 알 권리와 충돌하는지에 대한 논란은 별개로 하고 방침의 적용 시점이 정 교수 소환부터인 것은 공정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이어 동아일보는 “이번 조 장관 관련 수사에 대해서도 청와대와 여권에서 압박하는 발언이 잇따르고 있는데 만약 수사가 미진하게 이뤄지면 검찰 개혁 추진 의도 자체가 불신받을 수 있다”며 “이번에도 살아있는 권력에 대한 수사에서 타협하면 검찰은 완벽하게 타율적으로 개혁당하는 날을 맞고 말 것”이라고 썼다.

▲ 5일자 한국일보 3면.
▲ 5일자 한국일보 3면.
▲ 5일자 한국일보 사설.
▲ 5일자 한국일보 사설.

한국일보는 사설에서 “검찰의 조치는 전날 조국 법무장관의 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를 비공개로 소환해 조사한 것과 무관하다고 할 수 없다”면서도 “어차피 인권 지향적 수사 관행 개선안을 내놓기로 한 만큼 이를 앞당겼는데, 경위야 어떻든 검찰이 지향해야 할 바람직한 방향인 것만은 틀림없다”고 주장했다.

한국일보는 “인권의 관점에서 보면 오히려 늦어도 한참 늦었다. 다만 국민의 알 권리 차원에서 무조건적인 공개 소환 폐지보다는 고위공직자 등에 대해서는 선별적인 제한을 두는 방안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인권 보장과 언론의 감시·견제, 국민의 알 권리가 균형을 이루는 개선안을 내놓기 바란다”고 했다.

끝으로 한국일보는 “분명히 한 것은 검찰의 수사 관행 개선과 조 장관에 대한 수사는 별개다. 수사 과정에서의 인권은 신경 쓰되 제기된 혐의에 대해서는 철저한 조사가 이뤄져야 한다. 검찰은 이번 수사가 진영 간 세 대결을 악화시키는 토대가 되고 있다는 점을 인식하고 수사에 속도를 내기 바란다”고 주문했다.

▲ 5일자 경향신문 사설.
▲ 5일자 경향신문 사설.

경향신문도 사설에서 “검찰의 비공개 소환 원칙의 정립은 우리 사회의 인권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리는 계기가 될 것이다. 공인의 사적 영역까지 이를 확장한 것도 의미가 작지 않다”고 평가했다.

경향신문은 국민의 알 권리 충돌하고 봐주기 수사 의혹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는 점을 우려했다. 경향신문은 “검찰은 ‘개혁해야 할 대상’에서 늘 수위를 다투고 국민의 절반 이상은 검찰개혁에 공감하고 있다. ‘혐의 조작’ ‘별건 수사’ ‘제식구감싸기’ 등 검찰이 고쳐야 할 낡은 수사관행들은 산적해 있다. 피의사실 공표 역시 마찬가지”라고 주장했다.

▲ 5일자 한겨레 사설.
▲ 5일자 한겨레 사설.

한겨레는 역시 사설에서 “그동안 피의자 인격권을 침해한다는 비판을 받아왔다는 점에서 일단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면서도 “다만 더 심각하다고도 할 수 있는 피의사실 공표 문제 등을 제쳐놓고 공개소환 폐지만 덜렁 밝힌 것은 좀 서두른다는 인상을 준다. 알 권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데 언론 등과 충분히 협의 없이 발표한 점도 그렇다”고 지적했다.

국민일보는 사설에서 “검찰 개혁의 핵심은 검찰이 권력으로부터 독립하는 것이다. 수사 관행을 개선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수사 관행 개선을 앞세워 살아있는 권력에 대한 수사를 방해하려 해선 안 된다. 살아있는 권력을 수사할 수 있느냐 여부는 권력으로부터 독립 여부를 가늠할 수 있는 시금석”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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