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시위를 모의했다는 이유로 경찰이 카톡 대화방을 압수수색해 무더기로 개인정보를 확보해 ‘사이버 사찰’ 논란과 ‘사이버 망명’의 계기가 된 사건의 민사 소송 1심 결과가 5년 만에 나왔다. 판결 내용을 두고도 논란이 예상된다.

미디어오늘 확인 결과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지난 2일 2014년 정진우 전 노동당 부대표(권유하다 집행위원장)가 국가와 카카오에 제기한 민사 소송에 “위법행위로 인해 메시지 내용, 대화상대 목록 등이 수사기관에 압수돼 개인정보 자기결정권과 사생활 비밀을 침해당하는 손해를 입게 됐다”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앞서 2014년 정진우 당시 부대표 등 개인정보 유출 피해자 24명은 국가와 카카오를 상대로 1인당 300만원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2014년 경찰은 정 부대표가 소속된 카카오톡 단체 대화방에 압수수색을 벌이는 과정에서 카카오에 영장을 제시하지 않고 팩스로 전달했고 카카오 역시 압수수색 내용물을 메일로 제출해 절차적 문제가 있었다. 또한 경찰은 정 부대표 뿐 아니라 해당 대화방에 참여한 이들의 대화 내용을 비롯해 전화번호 등을 당사자 통보도 없이 광범위하게 가져갔다.

이 사건으로 카카오가 서버를 통해 이용자 대화 내용을 저장한다는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됐고 카카오가 절차적 문제가 있음에도 당사자 통보 없이 대화 내역 등을 제공해 비판을 받았다.

▲ 정진우 전 노동당 부대표. 사진=민중의소리.
▲ 정진우 전 노동당 부대표. 사진=민중의소리.

판결문에 따르면 재판부는 정 부대표가 제기한 국가에 대한 청구는 일부 인정했지만 카카오에 대한 청구는 모두 기각했다. 단체 대화방에 있었던 다른 이용자의 경우 모든 청구를 기각했다.

세부적으로 보면 재판부는 경찰이 영장 원본을 제시하지 않은 데 대해 적법하지 않은 절차이기에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반면 재판부는 영장이 허용한 범위를 넘어 제3자에 대한 정보까지 가져간 문제는 위법으로 보지 않았다. 재판부는 “해당 방에서 원고와 대화하지 않은 이들이라도 원고와 이야기를 주고 받기 위한 상대방으로서 대화방에 들어와 있다고 봐야한다”며 대화방 내 다른 이들의 글, 사진 등도 압수수색 범위로 판단했다. 또한 재판부는 사건과 무관한 사적 대화 내용, 사진 등이 압수수색 됐다는 사실을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했다.

재판부는 카카오에 “압수수색은 강제처분으로서 카카오의 동의, 승낙 하에 집행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사법기관이 아닌 사업자가 영장 집행이 적법한지에 대해 심사할 권한이나 의무가 있다고 볼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영장 제시에 문제가 있든 없든 사업자는 따를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 카카오톡 화면.
▲ 카카오톡 화면.

정진우 노동당 전 부대표는 미디어오늘에 “카카오 관련 내용은 전혀 인용되지 않은 점이 심각하다. 저 뿐만 아니라 저 때문에 자신의 개인정보가 사법기관으로 흘러간 피해자들도 사법적 구제가 안 됐다”고 했다. 정 전 부대표는 “정부의 사찰 의도가 분명했고, 당시 시민들이 사이버 망명을 시도할 정도로 심각하게 상황을 인식했다. 5년이 지난 상황에서 국민들의 눈높이에 비춰 봤을 때 대단히 실망스럽다”고 했다.

원고 측은 추후 논의를 통해 항소 여부를 결정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카카오톡 압수수색은 카톡 서버에 보관된 대화내역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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