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리게임 처벌법(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프라이버시를 침해할 우려가 있으며 이를 형법으로 처벌하는 건 과한 규제라는 주장이 나왔다. 

대리게임이란 게임 사업자가 승인하지 않은 방법으로 게임에서 성과를 내는 것을 말하는데 돈을 받고 다른 사람의 계정의 게임 내 레벨을 올려주는 등의 행위를 뜻한다. 이동섭 바른미래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해당 법안은 지난 6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4일 오픈넷이 주최한 컨퍼런스 ‘한국 표현의 자유의 현주소’에서 다니엘 목스터 UN 인권대표부 인권조사관과 박경신 오픈넷 이사(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대담에서 해당 법이 부적절한 규제라고 의견을 모았다. 

박 이사는 해당 법이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목스터 인권조사관에게 해당 법을 설명하며 “나에 대한 얘기도 하고 남에 대한 얘기도 하는 등 게임을 할 때 자유롭게 의견을 표현한다”며 “한국 법원에선 이미 인터넷 실명제에 대한 법령 해석을 했고 정부가 익명으로 의견을 쓰는 것을 제한하지 않기로 결론을 내렸는데도 대리게임을 금지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대리게임을 가려낸다는 명목으로 개인정보를 요구할 가능성이 생기면 익명의 효과가 줄어들 수 있다는 지적이다.  

▲ 사진=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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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스터 인권조사관은 이 문제가 프라이버시 침해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법안의 구체적인 내용을 보지 않아 정확하게 표현의 자유 문제인지 프라이버시 침해인지는 모호하다”고 말했다. 

그는 “유럽법원 판례를 보면 프라이버시에 대한 권한이 굉장히 넓은 개념이고 정확한 정의는 아직 없다고 판결했고 UN인권이사회에서도 모든 대중들에게 의견의 자유를 보호해야 한다고 하니 게임도 예외가 아닐 것으로 판단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명예훼손을 하거나 공공이나 도덕에 해가 돼야 표현의 자유를 제한할 수 있는데 대리게임이 이에 해당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박 이사는 사업자를 보호하려고 개인 사생활을 침해할 수 있게 만든 법이란 점에 주목했다.

박 이사는 “사실 이 법안을 게임사가 원해서 제안해 도입한 법”이라며 “사업모델을 보호하기 위해 기소를 해도 되는가 문제인데 게임사와 게임이용자의 사용계약에 따라 알아서 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게임 상에서 특정 레벨의 이용자라면 그 정도 수준의 실력일 것으로 예상하지만 대리게임을 할 경우 재미가 떨어지고 속았다는 느낌이 드니 이를 규제해야 한다는 게 게임사들의 입장이다. 

목스터 인권조사관은 “내가 기분이 상했으니 사기당한 것 같다고 느껴 법적 권리가 침해됐다고 주장하는 건데 이를 형법으로 처벌한다는 것은 비례성의 원칙을 고려해야 한다”며 “법 처벌은 최후의 수단으로 써야한다는 게 UN 인권위나 UN 표현의 자유 특별보고관 등의 입장인데 개인적으로 보기엔 형법으로 규제하지 않아도 다른 선택이 많아 보인다”고 말했다. 

박 이사는 “법을 시행하기 위해선 온라인 게임에서 문제 활동이 있을 때 게임사들이 이용자들의 이름, 주소, 휴대전화번호 등 신원을 확인할 수밖에 없다”며 “굳이 필요하지 않은 정보인데 가져가게 되고 정보가 축적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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