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일보가 지난달 말 유엔총회에서 열린 한미정상회담 내용 가운데 엠바고로 정한 사안을 파기해 기자단이 문화일보 기자들의 청와대 출입정지 징계를 결정했다.

문화일보는 지난달 25일자 1면 ‘한·미, 對北정책 ‘근본적 변화’ 의견접근’에서 “한·미 양국은 24일(현지시간 23일) 열린 한·미 정상회담에서 한·미 간 대북 정책의 ‘트랜스폼(transform·근본적 변화)’에 대해 집중 협의한 것으로 25일 알려졌다”며 “기존 적대적 대북 정책과는 다른 방향으로 대북 문제를 논의하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고 보도했다.

이 가운데 엠바고 사항은 한미정상이 회담에서 북한과 관계를 긍정적인 의미에서 근본적으로 변화시킨다는 의미의 ‘트랜스폼’이라는 말을 쓰면서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는 요지의 내용이었다. 문화일보 기자를 포함해 뉴욕 현지에 갔던 청와대 출입기자들이 귀국한 후인 오는 27일자로 보도하는 것으로 엠바고를 정하는데 합의했으나 문화일보는 25일자 1면에 기사를 냈다.

청와대 출입기자단(총괄간사 MBN 최중락 기자)은 지난 2일 오후 청와대 출입기자 단체SNS메신저에 올린 글에서 문화일보가 엠바고를 파기했다고 전했다. 기자단은 엠바고 파기여부를 두고 중대성과 의도성, 파장 등 3가지를 중요한 근거로 들었다며 (문화일보의) 기사에서는 3가지 기준이 모두 포함돼 있고, (엠바고 합의 직후) 1면 스트레이트 제목으로 작성되면서 타 언론사에 대한 피해뿐만 아니라 일부 의도성도 보였다는 판단이라고 설명했다.

청와대 기자단은 해당 언론사의 해명과 사의 표명을 일부 받아들여 논의 결과 기존 징계에서 출입정지 20일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기자단은 문화일보가 엠바고 파기 판단을 인정하면서 “물의를 일으켜 죄송하다”는 입장을 전해왔으며 “의도성은 없었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기자단은 “특히 (문화일보가) 회사 지면 제작과정상 도저히 기사를 빼거나 바꿀 수 없는 상황 등 과정을 소상히 설명했다”고 썼다.

출입정지 20일은 올해 들어 대통령 동선을 사전에 공개한 경호엠바고 파기했을 때 등에 비해 징계수위가 상대적으로 높다.

이에 해당 기사를 작성한 민병기 문화일보 기자에게 ‘엠바고 파기 인정 여부 및 징계수위에 대한 견해, 타당성’ 등을 묻기 위해 전화와 문자메시지 등를 보냈으나 연결이 되거나 답변이 오지지 않았다.

반면에 ‘한미정상이 논의한 것으로 알려진 내용’을 귀국 후로 보도 시점을 연기해야 할 국익·외교 등 공익적 사유가 있었는지는 의문이다. 이에 관해 최중락 총괄간사에게 전화 또는 문자메시지를 통해 질의했으나 연결이 되거나 답변이 오지 않았다.

이와 관련해 기자들 사이에서는 어떠한 엠바고 파기 등에 따른 징계를 논의할 때도 ‘중대성과 의도성, 파장’ 등의 항목에 준해서 판단하고 있으며 공익성이 크게 저해됐다면 더 크게 징계했을 것이라는 견해도 있다.

▲문재인 대통령과 트럼프 미 대통령이 지난달 24일(한국시각) 아침 유엔총회가 열린 뉴욕의 호텔에서 정상회담을 열고 있다. 사진=청와대
▲문재인 대통령과 트럼프 미 대통령이 지난달 24일(한국시각) 아침 유엔총회가 열린 뉴욕의 호텔에서 정상회담을 열고 있다. 사진=청와대
▲문화일보 2019년 9월25일자 1면
▲문화일보 2019년 9월25일자 1면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