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한빛 원전 사고 이후 한수원 입장을 대변하는 기사가 지역주민의 불안감을 전달하는 기사보다 많았다.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사업이 환경부의 환경영향평가 부동의 결정으로 무산되자 지역경제지익을 외면했다는 보도가 상대적으로 많았다. 지금껏 선진국들이 온실가스 배출량이 많았던 만큼 이익을 봤지만 언론은 선진국이 주도하는 온실가스 감축에 왜 참여하지 않느냐는 식으로 개발도상국의 책임을 더 묻는 경우가 많다. 모두 환경 정의에 반하는 불평등 보도다.”

방송학회 환경커뮤니케이션연구회가 주관하고 한국외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 연구소가 주최한 ‘환경과 글로벌 미디어 리터러시’ 세미나에서 환경정의 관점에서 본 언론보도의 문제점이 지적됐다. 이날 발제를 맡은 이종혁 경희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환경 관련 사건에 대한 언론의 뉴스 가치 판단이 흥밋거리·갈등 소재·경제적 이익 중심으로 이뤄지는 관행은 ‘실질적 환경정의’ 관점에서 바람직하지 못하다”며 “뉴스가치 판단 리스트에 공공 중요성이 핵심으로 재구성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정부의 에너지기본계획이 확정된 6월4일부터 9월24일까지 한국언론진흥재단 빅카인즈에서 ‘에너지기본계획’으로 검색되는 54곳 주요언론사 기사 546건을 분석했다. 그 결과 한전(1위), 전남(2위), 한전공대(5위) 키워드가 최상위에 등장했다. 이 교수는 “한전이 전남 나주에 설립하기로 한 에너지특성화대학 기사가 많았던 것”이라며 “환경정의 관점과 관련된 키워드는 상대적으로 적게 나타났다”고 전했다. 이 교수는 “전기요금·설비투자·경쟁력 등 에너지를 산업 관점에서 접근한 기사들이 많았다”고 덧붙였다.

▲게티이미지.
▲게티이미지.

이 교수는 자유한국당 토론회를 일방 전달한 조선비즈 “탈원전은 文정부 대표적 실패사례”(7/23) 기사와 원자핵공학과 교수 의견을 주로 전달한 문화일보 “탈원전 정책은 미신에서 비롯…산업생태계 붕괴 중”(6/18)등의 기사를 절차적 환경 정의 실현과 언론의 민주적 공론장 역할과 거리가 먼 사례로 들었다. 반면 한겨레 “한국 에너지전환 2년째 하위권…환경 지속가능성 미흡”(6/7) 기사와 세계일보 “온실가스 감축 노력은 않고 전기료 인하만 만지작”(7/22)등의 기사를 환경 중심의 바람직한 보도사례로 꼽았다. 

이 교수는 “탈원전 이슈도 이를 통한 환경적 이익보다는 경제적·산업적 측면의 보도가 많았다”며 “롤즈의 정의론에 따르면 언론은 원자력 발전의 최소 수혜자인 (원전) 지역주민 의견을 중요하게 반영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앞서 미디어오늘이 고리1호기가 영구정지 된 2017년 6월19일부터 7월18일까지 한 달간 조선일보의 원전 관련 기사·칼럼·사설 및 취재원을 전수 조사한 결과 원전업계를 대변하는 주한규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를 비롯해 노동석 에너지경제연구원 원자력정책연구실장, 황일순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 등을 주요한 취재원으로 등장시켰다. 이밖에도 익명의 한수원 관계자와 에너지 전문가들이 등장했다. 

이 교수는 “환경위험은 사회 구성원 사이에 불평등하게 주어지고, 이런 불평등을 수정하기 위해 정의로운 접근이 필요하다”며 △실질적 정의 △분배적 정의 △절차적 정의라는 환경정의 관점에서 언론보도가 증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방사능 폐기물 관련 결정도 현세대 관점이 아니라 미래 세대 관점에서 결정돼야 한다. 분배적 정의 관점에서 언론 보도도 방사능 폐기물의 수십년 후 상황을 염두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환경기자클럽회장을 역임한 박수택 전 SBS 환경전문기자는 이날 토론에 참석해 “언론은 환경의제를 다룰 때 지속성·전문성을 갖기보다 일회성·선정성에 초점을 맞춰왔다. 또한 언론사주나 언론의 주된 수입원이 대기업 또는 대기업의 광고수입이기 때문에 환경의제가 나왔을 때 언론은 자연스럽게 한쪽 편에 서게 된다. ‘음수사원’인 셈”이라며 구조적 한계를 지적했다. 최숙 한국외대 언론정보연구소 교수는 “전 세계적인 환경운동이 이뤄지고 있다. 국내 미디어리터러시에서 환경 문제가 주요하게 다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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