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김한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4일 경찰청 대상 국정감사 도중 전날 ‘광화문 집회’ 참석자들이 내란선동 등을 꾀했다고 주장하며 민갑룡 경찰청장에게 고발장을 전했다. 국정감사장에서 소란이 벌어지는 동안 민주당 의원들 사이에서 ‘통합진보당 내란음모사건’, ‘RO’가 언급되기에 이르렀다.

김한정 의원은 3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 일대에서 보수 성향 종교·시민단체를 주축으로 열린 집회와 관련해 “정치적 의사표현 할 수 있다. 보수집회 어제오늘 일도 아니다. ‘대통령 하야하라’, 정치적 의사표현으로 받아들인다. 그러나 도를 지나쳤다. 청와대 진격, 경찰 무력화, 폭력 행사, 선동해도 되는 극도의 사회문란 유도행위를 방치할 경우 국민이 생업에 종사할 수 있느냐”고 주장한 뒤 “법질서를 노골적으로 유린하는 행위는 수사하고 처벌해야 한다. 형법상 국헌문란, 내란죄, 내란선동죄를 기초로 불순한 사회혼란 획책 행위에 대해 경찰이 수사해줄 것을 정식 요청한다”고 말했다.

곧바로 자리에서 일어난 김 의원은 “저 개인적으로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고발장을 접수한다. 경찰청장에게 직접 드리겠다”며 증인석에 앉아있는 민갑룡 경찰청장에게 고발장을 전했다. 전혜숙 행안위원장이 “그게 무슨 고발장인가”라고 묻자 그는 “내란선동죄 책임자를 처벌해달라는 것”이라고 답했다.

▲ 김한정 더불어민주당 의원. ⓒ민중의소리
▲ 김한정 더불어민주당 의원. ⓒ민중의소리

김 의원은 이날 “‘자유수호 국가원로회의’라고 사회적 저명인사 심지어 국회의원, 전직 장성·장관·총리가 포함된 이런 단체에서 ‘호외’라며 선포한 내용을 보면 ‘청와대를 공격하자, 70만 기독교 십자군이 참전 결정했다’고 돼 있다. 자유한국당 3만명, 우리공화당 2만명 정예부대 소집령을 내렸다고 한다. 100만명 전군은 부대별로 조직해서 청와대 진격하고, 해병전우회·북파공작원·공수특전사 출신 결사대는 통합군 선봉에서 경찰 바리케이드 무력화시키자, 순국대는 2000명 조직해 청와대 진격 과정에서 경찰 발포 사격을 몸으로 막아내자고 한다. 여기 이름 올린 게 백선엽(전 합참의장), 김동길(교수), 노재봉(전 국무총리) 등 제가 아는 그분들인지 모르겠다. 이름 올린 의원들이 무분별하게 사회혼란을 획책하는 불법적 행위에 동의했는지 확인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행안위원으로서 국정감사에 참여한 김영우 자유한국당 의원에게 “김영우 의원 이름 올랐던데 (본인) 아니죠?”라고 묻기도 했다.

이에 본인이 이름을 올린 게 맞다고 답한 김영우 의원은 “김한정 의원이 질의하며 제 이름을 거명했고 내란선동에 가담한 것처럼 얘기했다. 정말 잘못됐다. 불쾌하다. 어제 여러 주최자들이 있었다. 제가 서명한 내용은 조국 법무부장관을 계속 옹호하고 비호한다면 문재인 대통령도 퇴진해야 한다는 의견에 동의하냐는 것이었고 저는 100퍼센트 동의해 이름이 올라갔는데 그건 잘못된 게 아니다. 국감장에서 앞에 있는 동료의원에게 내란선동 가담했냐는 취지로 서명했느냐고 질의하는 건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 공식적으로 사과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국감 질의 중에 고발장을 증인에게 제출하는 게 헌정사상 있을 수 있는 일인가. 경찰청은 피감기관이다. 다른 경로를 통해야지, 어떻게 공개적으로 생방송(생중계) 중에 고발장을 낼 수 있느냐”고도 했다.

김한정 의원은 “제 발언 취지는 극도의 사회불안 조성행위, 국헌문란행위에 대해 국민 대표하는 국회의원의 이름이 올랐기 때문에 명의가 도용된 게 아닌지, 어디까지 동의했는지 법률적 판단과 수사를 요청한 것”이라며 “수사 과정에서 답변하면 될 일이라 생각해 이 문제를 더 이상 거론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이후 민주당과 한국당 소속 의원들 간에 한동안 고성과 설전이 오갔다.

홍익표 민주당 의원은 “어제 사건이 매우 충격적이고 김한정 의원 발언 내용을 보면 과거 ‘통합진보당 RO’를 능가하는, 내란죄 버금가는 계획을 획책한 거다. 명백하게 국감장에서 질의할 수 있는 것이다. 고발장은 국민을 대신해 국회의원이 하는 거기 때문에 전혀 문제 없다고 생각한다. 김영우 의원은 본인 신상발언을 통해 해명했다고 본다. 충분히 양측 입장이 밝혀졌기 때문에 나머지는 경찰이 엄정 수사해서 전체 실체 밝혀주길 바란다”고 말을 더했다.

박완수 한국당 의원은 “역대 최대 인파가 참여하다보니 정부·여당·청와대가 깜짝 놀란 거 같다. 그 마음을 정확하게 받아들이지 않고 ‘동원된 인력이다’, ‘내란선동했다’는 것은 정부여당이 정신 못차린 것”이라고 말한 뒤 민갑룡 청장에게 “국민은 헌법·법률에 의해 집회·시위에 관한 자유가 있다. 어제 집회가 그렇게 폭력적 불법적이었나. 역대 민주노총이나 다른 단체가 하는 행사내용에 비교했을 때 그렇게 폭력적이었느냐”고 다그쳤다. 민 청장은 “대다수는 평화적으로 집회를 했지만 일부 폭력행위가 있었다”고 답했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