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부, 기아차 불법파견 860명 직접 고용하라’(동아일보 1일자 14면), ‘노동부, 기아차 불법파견 노동자 860명 직접고용 첫 지시’(경향신문 1일자 10면).

고용노동부가 지난달 30일 기아자동차가 하청업체 노동자들을 불법파견했다며 원청의 직접고용을 명령했다. 이를 받아 보도한 동아일보와 경향신문 두 기사는 제목만 보면 같은 내용처럼 보인다. 

그러나 내용은 정반대다. 동아일보 기사는 노동부가 기아차 화성공장 하청 16개사 860명을 기아차가 직접고용하라고 시정지시 명령했고 기아차도 정규직 전환을 계속하겠다며 수용의사를 밝혔다는 훈훈한 얘기다. 

반면 경향신문은 ‘노동부, 당초 1670명 불법파견 판단… 검찰 결정 따라 절반만 대상’이란 작은 제목을 달아 하청노동자들이 이번 노동부 결정에 크게 반발하는 내용을 주로 다뤘다. 하청노동자들은 노동부가 대법원이 불법파견이라고 인정했던 인원의 절반에게만 직접고용을 지시했다며 반쪽 대책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노동부 결정 뒤엔 5년여에 걸친 검찰의 재벌 봐주기가 숨어 있다. 기아차 하청노동자 468명은 2014년 원청 기아차를 상대로 근로자지위확인소송, 이른바 불법파견 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에서 이긴 하청노동자들은 기아차 사장과 현대기아차그룹 회장을 파견법 위반으로 고발했다. 노동청은 수사를 3년이나 질질 끌다가 지난해 12월에서야 대법원 판결에 따라 하청노동자 1670명을 불법파견한 혐의로 기아차 사장을 검찰에 기소 의견으로 송치했다. 

검찰은 지난 7월 여기서 절반을 뚝 잘라 860명에게만 불법파견 혐의를 적용했다. 이 때 검찰이 내민 근거는 “간접공정에 투입된 사내하청 노동자는 불법파견의로 볼 여지가 적다”는 것이었다. 

이 나라 검찰은 대법원 판결마저 이렇게 무시해왔다. 지난 10여년 동안 우리 법원은 완성차 공장에선 진성도급이 있을 수 없다는 판결을 차곡차곡 쌓아왔다. 모두가 불법파견이란 소리다. 그런데도 검찰은 이런 법원의 판단쯤은 잘라 먹기 일쑤였다. 노동부는 시정지시 대상자가 1760명이 아닌 860명이 된 이유를 “검찰이 파견법 위반 혐의로 공소제기한 데 따른 후속조치”라고 했다. 

당사자들은 “대법원 판결까지 뒤집으며 현대기아차그룹의 이익만 일방으로 편들어 줬다”고 억울해 했다. 이들은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앞에서 오랫동안 농성해왔다. 김수억 기아차비정규직지부장은 한달 넘는 단식을 벌였고 이어 현대·기아차 하청노동자들이 27일째 집단단식 끝에 반토막만 남은 정의를 실현했다. 이마저도 대부분의 언론의 외면 속에. 노동청 밖에서 농성하던 이들은 국가권력의 반쪽 명령에 반발하며 급기야 1일 낮 노동청 안으로 들어가 장관 면담을 요구하며 농성에 들어갔다.

▲ 지난 10월1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지방고용노동청 2층 민원창구에서 전국금속노동조합 관계자 등이 현대기아차에 직접고용을 촉구하는 팻말을 놓고 농성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 지난 10월1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지방고용노동청 2층 민원창구에서 전국금속노동조합 관계자 등이 현대기아차에 직접고용을 촉구하는 팻말을 놓고 농성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검찰은 현대차 불법파견 때도 몇 년씩 질질 끌다가 마지 못해 차 떼고 포 떼고 유명무실한 결론을 내려 대기업을 편들었다. 기다리다 못해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집단행동이라도 하면 전광석화처럼 달려들어 구속했던 것도 검찰이다. 

공소권을 쥔 검찰은 이렇게 수십년 동안 적폐를 쌓아왔다. 검찰개혁에 공수처 설치나 피의사실 공보 준칙 개정, 형사부·공판부 강화, 수사 관행과 조직문화 개선 모두 중요하다. 그러나 이런 제도개선만으로 검찰을 향한 그동안 응어리진 국민들 마음을 풀기엔 역부족이다. 국민들은 생활 속에서 정의를 실현해 주는 검찰을 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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