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가 ‘디지털 강화’를 외치며 디지털영상뉴스 ‘한겨레 라이브’를 지난 6월17일 처음으로 선보였고, 시작한 지 세 달이 넘었다. 이런 상황에서 ‘한겨레 라이브’ 체제를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한겨레 영상부문 방송직군(피디·기술) 구성원 10명은 지난 27일 오후 “불통·고통으로 유지되고 있는 ‘한겨레 라이브’ 체제를 근본적으로 바꿔야 합니다”라는 제목으로 성명서를 썼다. 이들은 “우리는 지금이 한겨레 영상팀의 십여 년의 역사에서 가장 큰 혼란과 고통의 시기라고 생각한다. 그 원인은 ‘한겨레 라이브’ 체제”라고 주장했다.

▲ 지난 8월15일자 한겨레 라이브 한 장면.
▲ 지난 8월15일자 한겨레 라이브 한 장면.

구성원들은 성명서에서 ‘소통’이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영상기술팀의 경우 팀장이 영상부문 내의 업무 정보를 팀원에게 거의 공유하고 있지 않다. 방송사고가 속출하고 있음에도 3개월이 넘도록 영상기술팀 전체회의는 3번밖에 이뤄지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이어 구성원들은 “뉴스제작팀 역시 마찬가지다. ‘데일리 라이브에 모든 인력을 투입하지 말고 보이는 라디오 형태로 비교적 제작품이 덜 드는 프로그램을 제작하면서 새로운 프로그램을 만들 인력을 확보하자’는 의견이 6개월 사이 수차례 나왔지만, 책임자들은 답을 주지 않았다”고 토로했다.

그러자 구성원들은 지난 26일 전체회의를 열고, 책임자들과 소통했으나 더 큰 절망이었다고 했다. 이들은 “영상부문장은 실무 구성원 모두가 라이브 체제를 반대한다고 해도 그 결정권은 우리에게 있지 않다고 말했다. 부문장 등은 오로지 ‘현 체제는 유지할 수밖에 없다’는 답변만을 계속했다”고 주장했다.

구성원들은 성명서에서 “지난해 데일리 라이브 뉴스를 추진하자는 결정이 내려질 당시 영상팀 구성원 다수는 이에 반대했다. 그러나 회사는 아랑곳하지 않고 데일리 라이브 뉴스를 밀어붙였고 호평을 받고 있던 다른 프로그램들을 모두 폐지했다”고 설명했다.

끝으로 이들은 “자율성이 거세됐다. 유튜브 시대는 아이디어와 기획력이 생명이다. 하지만 90년대식 대담 방송 형식은 바꿀 수 없고, 지면 기사에 의존하고 있다. 지난 3개월을 겨우 버텼다. 이 사업의 성패가 회사에 중요한 걸 안다. 때문에 사내에 현 상황을 널리 알려야 한다”고 썼다.

기자들은 편집국에 4가지를 요구·결의했다. △소통을 차단해 현 상황을 만든 보직간부들은 사퇴하고 △영상부문장과 소통이 어려워 상위 권한자인 편집국장과 소통할 테니 빠른 시일 내에 소통의 자리를 마련하고 △성명을 냈다는 이유로 적대적 언행을 겪는 구성원이 있다면 모두가 단결해 대응하고 △자율성이 과도하게 침해되는 일이 없도록 시스템을 만들어 갈 것 등이다.

이에 한겨레 기자들 58명은 지난 30일 오후 “제작 구성원의 고통을 묵인하는 영상 부문의 변화를 촉구합니다”라는 제목으로 지지하는 성명을 냈다.

기자들은 성명서에서 “실무 구성원 모두가 라이브 체제를 반대한다고 하더라도 라이브를 강행해야 할 이유가 있다면 그 이유를 설명하고 설득해 달라”며 “회사는 한겨레의 영상콘텐츠가 더 나은 방향으로 발전해나갈 수 있도록 내외부의 비판에 귀 기울일 것”을 당부했다.

한겨레 관계자는 미디어오늘에 “내부 의견을 수렴해 오늘 오후 회의했다. 소통을 원활하게 하기로 했고, 상황을 좀 지켜보자”고 밝혔다. 김보협 한겨레 영상부문장은 “(이 상황에 대해)드릴 말씀이 없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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