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위원회가 2016년 경기방송 재허가 당시 경기방송 심기필 회장의 ‘차명주주’ 의혹을 제기하며 재허가 이후 소유 지분 문제에 대한 철저한 점검을 주문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최근 경기방송 이사회가 현준호 본부장의 망언으로 빚어진 사내외 비판에 대해 “회사 침탈행위”라고 일축하며 오히려 본부장에 힘을 실어주는 등 상식에 어긋나는 행동에 나서자 다시금 재허가 당시 논의가 거론되고 있다.

2016년 12월14일자 제70차 방송통신위원회 회의 속기록을 보면 고삼석 방통위 상임위원은 “서류상으로는 호주건설이 21.16%를 가지고 있어서 (경기방송) 최다주주이지만 상당히 차명의혹이 강하게 든다”고 지적했다. 당시 고낙준 지상파방송정책과장은 “재허가 의견청취 때 이 부분을 확인했다. 호주건설에서는 ‘직접 보유한 것이 맞다’며 확약서를 제출했다”고 답하면서도 “위원이 제기한 의혹은 합리적으로 가능하다”고 했다. 

앞서 경기방송은 2010년 방송법상 1대주주 지분한도인 40%를 넘겨 방통위로부터 시정명령을 받았다. 이후 심기필 경기방송 회장의 지분과 우호 지분 등을 합해 주식을 호주건설에 매각했다. 그러나 2012년 당시 민영철 경기방송 대표가 “심기필 회장이 (경기방송) 1대 주주인 호주건설이 경기방송 지분을 매입할 수 있도록 주식매입자금 전액을 호주건설에 빌려줘 명의신탁했다”고 주장하며 심 회장을 수원지검에 고발했다. 

고낙준 과장은 “호주건설이 약 38%의 지분을 가지고 있을 때 2012년도 직원들 간 내부 문제로 그 부분(차명의혹)이 검찰에 고발됐다가 검찰에서는 증거를 찾을 수 없다고 해서 호주건설 차명주식으로 보유하고 있는 부분에 대해서는 무혐의 처분을 받은 바 있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충분히 의심이 들지만 증거를 발견한 바가 없다”고 밝히면서도 “경기방송 이사회도 문제가 많았다”고 했다.

고삼석 상임위원은 “심기필 씨와 그 특수관계자들이 가지고 있는 지분이 56.27%로 실질적으로 심 회장이 최다주주”라고 강조하며 “추후 지분 관계 문제에 대해 철저히 점검해서 재허가 후 소유 지분 문제로 분란이 발생하거나 법적 다툼이 일어나서 위원회가 재허가 심사과정에서 심사를 철저히 하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지 않도록 해달라”고 당부했다. 

▲경기방송 로고.
▲경기방송 로고.

방통위는 이듬해인 2017년 발간한 ‘지상파방송사업자 재허가백서’에서 “경기방송의 경우 소유와 경영의 분리를 위해 독립적인 사외이사를 위촉하고, 감사 및 사외이사 선정기준을 마련해 제출할 필요가 있다”고 명시했다. 방통위는 또한 “최대주주(호주건설)와 2대주주(직전 최대주주인 경기필 및 심기필)간의 차명주식 소유 의혹을 해소하기 위해 2대 주주의 액면 비율 이상에 대한 경영권 포기 각서를 제출토록 할 필요가 있다”고 명시했다. 

그러나 경기방송 측은 경영권 포기각서를 제출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방통위 지상파방송정책과 관계자는 “재허가 이후 ‘현재 방송법에 위배 될 만큼 지분을 초과하지 않았다’는 내용이 담긴 이행각서를 (호주건설이) 써서 제출했다”고 설명하며 “지분을 초과하지 않았다고 밝혔기 때문에 2대 주주의 액면 비율 이상에 대한 경영권 포기각서는 제출되지 않은 것으로 추정된다”고 전했다. 향후 재허가 국면에서 차명주식 소유 논란이 다시 불거질 경우 재조사할 것이냐는 질문에는 “검토해보겠다”고 답했다. 

앞서 “문재인을 때려 죽이고 싶다”며 대통령을 모독하고 친일 망언을 한 현준호 경기방송 총괄본부장이 사내외 비판여론에 사퇴의사를 밝혔으나 경기방송 이사회는 회장의 측근으로 알려진 총괄본부장 사퇴를 유보하고 오히려 대표이사 사표만 수리했다. 이에 경기민언련은 지난달 27일 “사퇴의사를 밝힌 당사자에게 70%의 지분을 위임한 이사회는 정상적인가”라고 비판하며 “소유·경영의 분리 원칙을 위반하고 문제의 당사자에게 전권을 위임한 이번 이사회는 방송의 공공적 역할을 포기하고 한 개인에 의존하여 이익을 추구하는 사기업의 길을 선택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한편 지난달 25일 경기방송 이사회는 경기방송 보도를 통해 “이번 경기방송 사태를 경영권에 대한 도전을 넘어 회사 침탈행위로 간주한다”고 밝혔다. 2018년도 한국언론연감에 따르면 경기방송 주요주주는 경기필 8.66%, 호주건설 21.16%, 김소영 10%, 심기필 10%이며 기타 소액주주 지분이 50.18%다. 경기방송 재허가 기간은 오는 12월31일까지다. 방통위가 재허가국면을 맞아 3년 전 소유·경영 분리의 문제, 차명 지분 논란에 대한 재점검에 나설지 주목된다. 

경기방송 관계자는 “예탁원을 통해 주주들끼리 주식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 1대 주주와 심기필 회장과는 특수관계가 전혀 없다. 1대 주주와 2대 주주의 지분이 각각 30%·20% 이상 넘지 않고 있다”며 “방통위의 2017년도 경영권 포기각서 제출 내용은 처음 듣지만 문제가 된 지분을 초과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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