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이낙연 총리에 “가짜뉴스 유포자”

“가짜뉴스 창궐. 묵과할 수 없는 단계. 사회의 공적으로 규정하고 척결하겠다.”

이낙연 국무총리가 지난해 10월 페이스북에 올린 글이다. 가짜뉴스라고 불리는 허위정보와 음모론 등에 대한 강경 대응을 여러 차례 시사해온 이낙연 국무총리가 이번에는 유포자로 몰렸다.

조선일보는 1일자 2면 머리기사 “정권 실세들이 뿌리는 가짜뉴스... 들통나면 궤변” 기사에서 이낙연 국무총리, 민병두 의원, 이재정 대변인, 이인영 원내대표 등 정부여당 인사들이 해온 발언을 ‘가짜뉴스’로 규정하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조선일보는 이 기사에서 “여권발 가짜뉴스는 지난달 23일 조국 장관 자택 압수수색과 관련해서 특히 많이 쏟아졌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낙연 총리가 대정부 질문 때 압수수색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했던 “여성 두 분 있는 집에 많은 남성이 11시간 동안 뒤졌다”는 발언을 도마 위에 올렸다. 

▲ 1일 조선일보 기사 갈무리.
▲ 1일 조선일보 기사 갈무리.

이후 검찰 등을 통해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조국 장관 자택에 아들도 있었고, 압수수색팀 6명 중 검사 1명과 수사관 1명, 변호사 3명 중 1명이 여성으로 드러났다. 논란이 되자 이낙연 총리는 “보도가 엇갈린다는 걸 알게 됐다”고 해명했다.

정부여당 인사들 발언을 하나하나 가짜뉴스 사례로 언급한 조선일보는 돌연 간도 대지진 때 “조선인이 우물에 독을 탔다”는 유언비어나 베네수엘라에서 정권 유지를 위해 활용한 허위정보, 19세기 프로이센 비스마르크가 프랑스 대사가 보내온 전보를 조작해 언론에 유포한 사건, 심지어 나치 선전장관 괴벨스까지 언급하며 정부여당 정치인들에 빗댔다. 이 과정에서 정부여당 정치인들이 해온 사실과 다른 발언을 독재국가를 만들기 위한 의도적인 유포 행위처럼 단정해서 썼다. 그러나 근거는 찾기 힘들다.

조선일보 기사는 여러 측면에서 ‘부적절’하다. 상황을 오해하거나 과장을 섞은 정치인의 발언 하나하나를 가짜뉴스라고 부르는 것부터 적절하지 않다. ‘가짜뉴스’라는 용어 자체가 정치적 표현이고 개념이 모호해 엄밀한 용어로 상황을 설명하고 정의해야 할 언론이 쓰기에는 부적절하다. 정치인이 의도적으로 또는 오해해서 결과적으로 사실과 다른 발언을 하게 된 일이 갑자기 주목해야 할 정도로 새로운 사건도 아니다.

백번 양보해서 이 같은 주장을 가짜뉴스라고 규정한다면 오히려 조선일보와 계열사가 가짜뉴스 유포자라는 오명을 벗기 힘들다. 압수수색 수사관들이 짜장면을 시켜먹었다는 허위정보는 TV조선 뉴스9에 보도된 내용이다. 현송월이 총살당했다는 조선일보의 오보는 어떻게 볼 것인가. 조선일보, TV조선도 독재국가를 만들기 위해 의도적으로 ‘가짜뉴스’를 유포한 것인가.

조선일보 기사는 역설적으로 정부여당 정치인들이 강조해온 허위조작정보에 대한 대응이 ‘빈 틈’이 많다는 사실을 드러내기도 한다. 

인터넷에 떠도는 주장, 현재 진행 중인 사건에 대한 발언이 시간이 흐르고 반론이 나오는 과정에서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지는 일은 흔하다. 자신은 사실이라고 생각하고 발언했지만 진실과는 거리가 멀 수 있다. 의도적으로 악의적인 정보를 유포했는지 여부를 따지는 일 역시 쉽지 않다. 정부여당이 악의적인 허위조작정보는 표현의 자유 보호 대상이 아니라며 강경 대응 의지를 밝힐 때마다 시민사회단체가 반대해온 것도 바로 이 기사처럼 악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검찰개혁” 주문에 중앙 “조국 엄정수사 요구 더 많아”

지난달 30일 보수신문의 1면은 유독 튀었다. 주말 동안 열린 대규모 촛불집회 사진 기사를 1면에 배치한 다른 언론사들과 달리 조선일보와 중앙일보는 류현진 사진을 1면에 배치했다. 

지난달 30일 문재인 대통령이 “검찰 개혁을 요구하는 국민 목소리가 매우 높다”며 검찰 스스로의 개혁을 단호한 어조로 주문하면서 언론의 판단은 또 다시 엇갈렸다.

중앙일보는 사설을 통해 “조국 엄정 수사 촉구하는 국민 목소리가 더 높다”고 강조했다. 중앙일보는 문재인 대통령 발언을 언급하며 “많은 시위자가 모여 여권이 고무된 듯 한데 최근 여론조사에서는 조 장관에 대한 엄정 수사를 원하는 국민이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지적했다.

▲ 1일 중앙일보와 경향신문 사설 제목.
▲ 1일 중앙일보와 경향신문 사설 제목.

조선일보는 “200만 모였다는 조국 집회 지하철 하차 인원은 10만명” 기사를 내고 촛불 문화제를 전후해 인근 지하철역에 내린 시민이 10만명 가량으로 집계됐다며 “시위를 주최한 친문 단체와 여당이 주장하는 200만명 이상과는 20배 이상 차이가 난다”고 했다.

반면 진보 언론은 검찰 개혁 과제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한겨레는 “검찰, 수사관행 개혁하라는 촛불 요구에 답해야” 사설을 내고 “윤석열 검찰은 촛불 시민들의 개혁 요구를 좀 더 진정성을 갖고 성찰하길 바란다”고 했다. 경향신문도 “검찰, 대통령의 개혁 지시 즉시 이행이 국민 뜻이다” 사설을 내고 “국민의 외침, 공감에 대통령이 검찰 스스로 개혁의 주체가 되어 방안을 만들라고 주문한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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