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 ‘비정규직 정규직화’에 제동 거나 
감사원, ‘비정규직 정규직화’에 제동 거나 
서울교통공사 채용비리 의혹 감사결과 ‘만성적자인데 무리하게 추진’…야당이 제기한 고용세습 의혹 확인 안 돼

감사원이 서울교통공사 채용비리 의혹 감사 결과에서 ‘서울교통공사가 만성적자인데 정규직 전환을 무리하게 추진했다’고 지적해 논란이다. 

감사원 감사 결과 자유한국당 등이 주장했던 ‘서울교통공사 노동조합의 고용세습’은 확인되지 않았고 일부 실무자들이 저지른 절차상 부당한 일이 드러났다. 실무자를 징계할 주체가 서울교통공사 사장이지만 감사원은 서울시의 비정규직 정규직화 정책의 문제, 교통공사의 만성적자 등을 문제 삼으며 서울교통공사 사장이 해임대상이라는 강경조치를 서울시에 건의했다. 사실상 서울시가 추진한 ‘비정규직 정규직화’ 정책에 제동을 거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서울교통공사 고용세습 의혹이란

서울교통공사는 지난해 3월1일 무기계약직 1285명을 정규직(일반직)으로 전환했다. 이중 112명이 서울교통공사 6촌 이내 친인척이라며 한국당 등 야당과 일부 언론이 고용세습·채용비리를 주장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2016년 6월 “상시지속 업무에 종사하는 비정규직을 전체 90%까지 정규직하겠다”고 한 말을 근거로 ‘공사직원들이 정규직 전환 소식을 알고 친인척을 무기계약직 시험에 지원하게 한 것’이라는 주장이었다. 

한국당 등 야3당은 10월22일 서울교통공사 등 공공기관의 ‘고용세습 의혹’ 관련 국정조사요구서를 제출하는 등 서울시·서울교통공사·노조를 비판했다. 서울시와 교통공사 측은 무기계약직 채용시점에서 4개월 내지 1년 뒤에 정규직 전환 방침을 확정했고, 무기계약직 시험 당시에는 정규직 전환을 검토조차 하지 않을 때라고 반박했다. 박원순 시장과 김태호 서울교통공사 사장은 채용비리 의혹에 대해 지난해 10월 감사원에 공익감사를 청구했다. 

▲ 서울교통공사 로고
▲ 서울교통공사 로고

 

감사원 감사결과 ‘고용세습 없음’ 

감사원은 임직원·노조간부 등의 친인척 채용비리 여부, 무기계약직 일반직 전환(비정규직의 정규직화)과정의 위법·부당 여부, 무기계약직 신규채용과정의 위법·부당여부, 서울교통공사 친인척 현황 조사의 진위여부 등을 살펴봤다. 30일 감사원이 발표한 감사결과를 요약하면 야당과 일부 언론이 제기한 의혹제기의 핵심인 고용세습 의혹은 확인할 수 없었다.  

주목할 부분은 감사원이 비정규직 정규직화를 만성적자를 이유 등으로 부적정하다고 평가한 것과 서울시장에게 김태호 사장 해임 등 조치를 언급한 부분이다. 

감사원은 서울시의 정규직 전환정책에 대해 “의견수렴 없이 정규직 전환 시행방안을 수립·시달했고 전환 완료기한도 촉박하게 설정했다”며 “‘능력의 실증’을 거쳐 임용토록 한 지방공기업법 관련 법령을 준수해 정규직으로 전환하도록 시행방안에 명시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또 감사원은 “서울교통공사와 같은 투자기관의 경우 정규직 전환비용(임금·처우개선 비용)을 자체 재원으로 충당하도록 하면서도 실제 자체 재원으로 충당 가능한지 검토하지 않았다”며 “만성적자로 기존 운영비조차 자체수입으로 충당되지 않는 서울교통공사에서 정규직 전환 업무를 무리하게 추진하도록 하는 원인을 제공했다”고 지적했다.    

서울시의 정규직화 전환과 문재인 정부의 정규직화의 일부 차이 등 현장 상황을 전혀 고려하지 못한 결정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교통공사 관계자는 30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정부에서 말한 정규직 전환 정책은 파견·용역 등 비정규직을 무기계약직화하는 쪽이라면 서울시 노동존중 정책은 이미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한 상태에서 동일노동 동일임금 차원에서 일반직(정규직)화한 것”이라며 “직원들의 실수 등은 감사원 지적을 겸허히 수용할 생각이지만 사장 해임건의, 지방공기업법 위반 주장 등 납득하기 어려운 부분은 이의제기 절차에 돌입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서울교통공사가 추진한 정규직 전환정책 과정을 볼 필요가 있다. 지난 2016년 5월28일 서울 지하철 2호선 구의역 스크린도어를 혼자 수리하던 김아무개군이 전동차에 치어 사망했다. 김군이 사망한 이후 스크린도어 작업을 2인1조로 진행했어야 했고, 공기업이 위험을 외주화해선 안 된다는 비판이 나왔다. 

당시 공사 간부 전원이 사표를 내놓은 채 혁신안을 고민했고 서울시장이 사과했다. 한국당 등 야당이 ‘공사 내부에서 정규직 전환정책을 미리 알았다’고 주장하는 근거 중 하나인 박 시장의 사과는 이 구의역 사고 직후 발언을 말한다. 같은해 9월 김씨와 비슷한 처지에 있던 하청노동자들을 서울교통공사 무기계약직으로 직접 고용했다. 

박희석 서울교통공사 노동이사는 30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교통공사는 구의역 사망사고라는 특수한 경험을 했고 서울시의 노동존중 정책과 맞물려 정규직화가 빨리 진행됐다”며 “이미 무기계약직이었기 때문에 이들을 정규직화하는데 비용이 많이 들지 않고 3년이 지나 일부 인원은 이미 정규직 수준이라 적자를 정규직화와 연결하는 건 과한 판단”이라고 비판했다. 

박 이사는 “1~4호선은 비정규직이 일했고, 5~8호선은 정규직이 일했는데 5~8호선 사고율이 제로에 가까웠기 때문에 위험을 외주화하면 안 된다는 건 통계로 입증돼있다”며 “구의역 김군이 죽었는데도 방치하니 발전사에서 김용균씨 문제가 터지는 것 아니냐. 비용 수백억원이 들어가는 것도 아닌데 이런 이유로 정규직화를 하지 않아선 안 된다”고 말했다. 

▲ 지난 2016년 5월31일 고 김군의 친구와 흙수저당, 청년전태일 등에서 나온 청년들, 시민들이 구의역 스크린도어 앞에서 김군을 추모하는 묵념을 하고 있다. 사진=이치열 기자 truth710@
▲ 지난 2016년 5월31일 고 김군의 친구와 흙수저당, 청년전태일 등에서 나온 청년들, 시민들이 구의역 스크린도어 앞에서 김군을 추모하는 묵념을 하고 있다. 사진=이치열 기자 truth710@

 

감사원이 서울교통공사 적자요인을 제대로 보지 못했다는 의견도 있다. 

정기태 민주노총 서울교통공사노조 교선실장은 30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태생적으로 적자 공기업일 수밖에 없다”며 “건설부채가 있어도 국가에서 전혀 지원하지 않고 부채를 지하철 요금으로 충당할 수밖에 없는데 최근 3~4년간 지하철 요금을 인상하지 않았다”고 했다. 이어 “게다가 버스지하철 환승요금도 서울시에서 부담해줘야 하는데 하지 않아 만성적자가 발생할 수밖에 없는데 갑자기 정규직 전환정책을 문제 삼으니 황당하다”고 말했다. 

박 이사 역시 “적자가 5000억대인데 가장 큰 부분이 노인 요금무료 정책 3800억원”이라며 “모든 나라가 이를 국고로 보전하고 광주·인천 등은 시에서 적자를 메꾸는데 서울시만 안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2023년이 되면 적자 1조원이 예상되고 자본잠식으로 도시철도 공채를 발행하지 못하니 서울시가 부채 7000억원을 가져갈 정도”라며 “운영비에서 적자가 나는데 비정규직 승진하는데 필요한 1회성 소요예산으로 교통공사가 타격을 받는 것처럼 얘기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비정규직 정규직화’라는 정치적 판단을 채용비리 감사 결과에서 지적하는 게 부적절하다는 의견이다.

비정규직 정규직화는 계속 해야

비정규직 정규직화 정책을 무산해선 안 된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다. 

서울교통공사노조는 이날 보도자료에서 “전환과정에서 제도적 미비와 일부 부당한 업무처리를 빌미삼아 정규직전환이라는 중앙·지방정부 정책이 흔들리거나 후퇴해선 안 된다”며 “정부정책·노사정합의·노사합의로 시행하는 정규직화는 정치·정책적 판단의 영역인 만큼 전환규모와 시기·방법의 문제까지 관여하면 자칫 꼬리가 몸통을 흔드는 격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민주노총도 “차별목적으로 만든 직제인 무기계약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것을 권장키는커녕 이미 공사에 직접고용돼 고용승계 방식 외에는 다른 방법이 없는 상시지속업무 수행 노동자의 전환 과정과 전환을 위한 노사합의가 마치 문제가 있다는 듯 주장했다”고 비판했다.

공익 업무를 수행하는 공기업이 적자구조인 게 당연한데 이를 근거로 비정규직 정규직화가 무리하다고 감사원이 판단했으니 다른 공기업 경영진이 이를 악용해 정규직화 정책을 유보할 수 있다는 우려도 섞여있다.

한 예로 이강래 한국도로공사 사장은 톨게이트 요금수납 노동자들을 정규직으로 직접고용하는 문제를 두고 수차례 인터뷰나 기자회견에서 “(요금수납 노동자들을 모두 정규직화 하면) 공사인원이 7300명인데 여기에 6500명(요금수납 전체 인원)을 더하면 1만4000명으로 조직규모가 커지고 방만 경영을 지적받아 구조조정 압박을 받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박 이사는 “톨게이트 노동자들은 원래 정규직이었다가 IMF 외환위기 이후 아웃소싱한 업무이고 법치주의 판결이 났는데도 안 지키고 있는 것”이라며 “서울교통공사 감사는 행정 지적사항인데 이걸 우선할 순 없다”고 말했다. 그는 “서울시와 함께 빠르게 공감대를 이룬 서울교통공사가 정규직화해 다른 공공기관에도 영향을 줘 정규직화가 되기를 바랐던 게 구성원들의 마음이었다”고 전했다.

미디어오늘은 이날 오전 감사원 쪽에 ‘만성적자를 이유로 비정규직 정규직전환이라는 정부정책에 반하는 감사결과 아니냐’고 질의했지만 감사원은 오후 3시 현재 답을 주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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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 2019-09-30 18:06:01
노조는 정치인의 속뜻을 잘 알아야 한다. 그대들이 정규직화를 주장한다면, 일단 가장 중요한 것이 법제화다. 나경원은 저번에 노동자유계약제를 주장했다. 아무리 민주정부에서 정규직화한다 할지라도, 법제화되지 않으면 다음 정부에서 완전히 바뀔 수 있다. 법제화는 국회가 한다. 올해 법안 통과율은 지금까지 30%, 계류된 법안만 1만5천 건이다. 국회의원을 잘 뽑지 않으면 정규직에 관한 것은 항상 불안정할 것이다. 내년 4월 총선이 무엇보다 중요한 이유다. 그리고 일본 도쿄전력을 보라. 수익성에만 매달려서, 원전 지키려다 주변이 다 방사능이 퍼졌고, 태풍으로 인한 정전은 아직도 복구가 안 됐다. 누가 가장 피해를 보는가. 가장 취약계층이다. 공사는 공익이 우선이고, 다음이 수익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