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뉴스데스크는 28~29일 서울중앙지검 앞 주말 촛불집회를 집중 보도했다. 눈길을 끈 건 집회 규모를 현장감 있게 담아낸 영상이었다.

MBC는 서울 서초역과 인근 사거리를 상공에서 조명하며 ‘검찰 개혁’을 요구하는 시민들 움직임을 포착했다. 박성제 보도국장은 29일 페이스북에 “지난 목요일쯤부터 인터넷 분위기를 보니 토요일 촛불집회가 심상치 않을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영상취재팀에게 드론 촬영을 검토해 달라고 했다”고 밝혔다.

MBC 보도에 “MBC가 돌아왔다”, “역사에 남을 장면” 등 시민들 지지·찬사가 잇따른데 반해 타 기자들 사이에선 “드론 야간 촬영은 금지돼 있다”는 반발이 나오기도 했다. 향후 언론사들의 드론 촬영 경쟁으로 사고가 발생할 수도 있다는 우려이기도 하다. 항공사진 촬영 허가권자는 국방부 장관으로, 보도 목적이라도 당국 통제를 받아야 한다. 환호 만큼이나 논란이 있을 보도였다.

▲ MBC 뉴스데스크 29일자 보도. 사진=MBC뉴스데스크 화면.
▲ MBC 뉴스데스크 29일자 보도. 사진=MBC뉴스데스크 화면.

박 국장은 30일 통화에서 “타 지상파 방송사도 그렇지만 미리 한 달 단위로 주간(낮 시간대) 드론 촬영 허가를 국방부에서 받는다. 야간 촬영은 또 따로 허가를 받아야 한다. 이번에 완전히 어두워지기 전에 내려왔다”면서도 “특별히 문제될 것은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군부대에서 위험하다고 금지하면 앞으로는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 국장은 이번 보도에 “이전 집회부터 여러 커뮤니티 여론 등을 쭉 지켜봤는데 28일 집회는 폭발력이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28일 이전 집회를 보도할 때는 자유한국당 집회와 묶어 보도했지만, 이번 집회만큼은 기자들에게 ‘단단히 준비해야 한다’고 당부했다”며 “그러나 이렇게 시민들이 많이 모일 줄은 몰랐다. 100만명에 가까운 인파가 자발적으로 모였다는 것 자체가 빅 뉴스”라고 말했다.

박 국장은 “‘맞불집회’라는 제목으로 반대 집회를 50대 50 보도하는 건 말이 안 된다고 판단했고, 집회 규모 논란과 관련해서도 있는 그대로 보여주자는 공감대가 있었다”며 “보도 이후 포털 구독자 수도 많이 늘었다. 유튜브 동시 접속자 수도 반등했다”고 말했다.

▲ MBC 뉴스데스크 29일자 보도. 사진=MBC뉴스데스크 화면.
▲ MBC 뉴스데스크 29일자 보도. 사진=MBC뉴스데스크 화면.

MBC는 과거 박근혜 퇴진 촛불집회 현장에서 환영받지 못했다. 이명박·박근혜 시절 MBC 공정성이 무너졌고 이에 분노한 시민에게 조롱과 항의를 받았다. 이번 검찰 개혁 촛불집회에선 JTBC·SBS 기자들이 현장 시민들의 거센 저항을 받았다. 언론의 검찰 수사 보도에 대한 반발로 풀이된다.

박 국장은 “조국 법무부장관 관련 수사 이후 검찰 수사를 그대로 받아쓰는 보도에 여러 지적이 있었다”며 “우리 법조팀과 대화를 많이 했다. 우리가 확실히 취재한 의혹이면 당연히 보도하되, 검찰에서 흘리는 정보나 야당의 일방 주장은 무턱대고 보도하지 않는 것으로 의견을 모았다”고 전했다.

박 국장은 “(조 장관 관련) 보도에 조금 모자란 감이 있지만 이 원칙을 고수하려 했다. 우리 법조팀도 피의사실 공표문제와 알권리에 관심이 많아 자연스럽게 공감대가 형성됐다”며 “우리 보도가 박수 받을 만한 것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MBC 뉴스가 달라졌다’고 판단하실 수 있지만 아직도 갈 길이 멀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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