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팔에서 이주노동자의 소리 없는 죽음을 추적하다 
네팔에서 이주노동자의 소리 없는 죽음을 추적하다 
[이주의 미오픽] ‘2019 이주민 리포트:코리안드림의 배신’ 기획 참여한 기민도 서울신문 기자 

지난 8월 네팔로 향했다. 7박8일 카트만두와 동카르카, 포카라 등에서 한국에서 일하고 싶은 네팔청년들을 만났다. 동시에 한국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네팔 노동자의 유가족을 만났다. 한정애 의원실이 고용노동부로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7년부터 지난 7월까지 산업재해로 숨진 이주노동자는 384명이었다. 해마다 증가세다. 이들은 왜, 어떻게 죽는 걸까. 기민도 서울신문 기자는 한국도, 네팔도 주목하지 않는 네팔 이주노동자들의 ‘소리 없는 죽음’에 주목했다.

2017년 경북 군위 돼지 축사에서 분뇨 정화조를 청소하던 네팔 노동자가 질식사했다. 최근 경북 영덕 오징어 가공업체에서 또 다른 외국인 노동자 4명이 질식사했다. 비극은 반복된다. 하지만 이들을 대변하는 정치세력이 없다. 기민도 기자는 “네팔 대사관도, 다른 동남아 대사관도 마찬가지다. 한국에서 자국 노동자가 숨져도 아무 말 못 한다. 문제를 일으켰다가 노동자 쿼터가 줄면 외화벌이가 줄어들 수 있어서다”라고 지적했다. 그 결과 이들의 죽음은 기록되지 않는다. 

세계 16개 국가와 계약관계를 맺은 고용허가제가 올해로 15년째다. 비전문취업비자(E9)의 쿼터를 둘러싸고 노동자를 ‘수출’하려는 국가 간 경쟁률이 심하다. 한국정부는 언제든 쿼터를 줄이는 식으로 대응할 수 있는 ‘갑’이다. 기 기자는 “네팔에는 직업이 없다. 그들에겐 선택의 여지가 없다. 지난해 서울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남편을 대신해 아이들을 네팔에 남겨두고 혼자 한국에 가려는 아내를 만났다. 아이들을 잘 키우기 위해서라고 했다”며 현실을 전했다.

▲네팔 현지 취재중인 기민도 기자.
▲네팔 현지 취재중인 기민도 기자.

그렇게 서울신문 ‘2019 이주민 리포트:코리안드림의 배신’ 기획이 시작됐다. 2009~2018년 한국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네팔 노동자만 43명을 확인했다. 한국에서 숨진 네팔 노동자의 30%에 달한다. 그들은 왜 죽음에 내몰렸을까. 기 기자는 그들을 기록하기 시작했다. “사망자 대부분은 E9을 받고 일손이 부족한 공장과 농장에서 일한 이주노동자였다. 의문의 죽음이 매년 되풀이되는데도 우리 정부는 얼마나 많은 이주노동자가 극단적 선택을 하는지 파악조차 못 하고 있다”고 했다. 

기 기자가 확인한 네팔 정부 보고서에 따르면 네팔은 여러 나라에 많은 노동자를 보내는데 사망자 중 자살 비중이 가장 높은 국가가 한국이었다. 구조적 문제가 있는 것이다. 서울신문은 이번 기획에서 이주노조와 함께 국내 네팔 이주노동자 141명을 대상으로 ‘스트레스 및 정신건강 실태조사’를 했다. 국내 언론사 가운데 최초의 시도였다. 녹색병원에서 설문지를 설계했다. 이들에게 놓인 복합적인 위기를 마주할 수 있었다. 

네팔 청년들은 고등학교를 졸업하면 대부분 해외로 뿔뿔이 흩어진다. 그들은 한국에서 200만원을 벌면 180만원을 네팔에 송금한다고 했다. 가족의 행복을 위해 고생하러 가는 이들이 대부분이다. 네팔에서 한국어는 ‘권력’이다. 올해 한국어능력시험(TOPIK)을 보겠다며 접수증을 끊은 네팔인은 9만2376명. 1년간 시험 준비에 200만원 가량이 든다. 

▲네팔에서 '한국행'을 꿈꾸는 네팔 청년들과 기민도 기자(안경 착용)의 모습.
▲네팔에서 '한국행'을 꿈꾸는 네팔 청년들과 기민도 기자(안경 착용)의 모습.

“네팔은 정말 일자리가 없다. 다들 몇 년 나가 고생하면 된다고 생각한다. 한국 생활도 자세히 알려지지 않았다. 네팔에 있는 것보다는, 중동에 가는 것보다는, 한국이 낫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이것도 경쟁률이 높아 시험에 합격해도 2년째 (한국 사업주와 매칭을) 기다리는 사례도 있다.” 2년이 지나면 자격만료로 다시 시험을 쳐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그들은 아무리 힘들어도 네팔로 돌아가려 하지 않는다. 그러다 극단적 선택이 이어진다.

기 기자는 “한국에서 기자가 왔다고 하니까 기대하는 눈빛도 있었고, 업체 사람이냐며 삿대질한 경우도 있었고, 원망의 눈빛도 느꼈다. 유족들은 억울한 죽음이 많이 알려져서 재발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그는 “네팔에서 만난 사람 중 한국이 밉다는 사람은 없었다”고 덧붙였다.

한국에서 일하다 네팔로 돌아온 노동자들은 기 기자에게 “처음에 왔을 때 적응하도록 3개월만 욕하지 않고 친절히 대해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기 기자는 “외국인노동자들은 임금 체불을 당해도 본인이 입증해야 한다. 고용노동부는 많이 나아졌다고 하지만 공장의 안전수칙을 알려주는 매뉴얼도 부족하다. 쓸만한 실태조사부터 없다는 게 문제”라고 비판하며 “사람이 죽었으면 왜 죽었는지 정도는 조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세계시민이 피부로 받아들이는 대한민국의 ‘국격’은 한류가 아니라 이 같은 ‘삶의 현장’이다. 

정부 허가를 받아 국내 체류 중인 이주노동자와 결혼이주여성, 그들의 아들딸인 이주아동은 모두 242만명으로 10년 새 125만명이 늘었다. 이주민은 점점 한국 사회의 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기민도 기자는 이주민과 관련한 언론 보도를 두고 “마냥 안타까운 이야기만 전달하며 인권을 강조하는 보도를 넘어 이주민의 범죄 데이터, 이들이 국내에 기여하는 경제적 비중과 같은 객관적 데이터를 통해 편견을 지우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기민도 기자는 “열심히 공부해서 E9비자 받고 정식 절차에 따라 들어온 사람에게 편견을 가질 이유가 없다. 국내엔 이 사람들을 혐오하는 정서, 일자리를 빼앗는다는 정서가 있다”고 우려했다. 서울신문은 △이주노동자 △이주여성 △이주아동을 키워드로 한 6회 연재 기획보도로 이런 혐오와 편견 문제를 건드린다. 기 기자는 이번 보도와 관련 “네팔에서도 알아야 하는 이슈다. 네팔 언론사·시민단체와 접촉해서 이번 기획기사를 현지에 전달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노동이슈에 관심이 많은 기 기자는 올해 상반기 ‘10대 노동 리포트-나는 티슈 노동자입니다’ 기획으로 이달의 기자상을 수상했다.

이 기사를 후원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1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바람 2019-09-30 15:31:06
"기 기자가 확인한 네팔 정부 보고서에 따르면 네팔은 여러 나라에 많은 노동자를 보내는데 사망자 중 자살 비중이 가장 높은 국가가 한국이었다." <<< 씁쓸하네. 우리나라 국민도 외국(미국, 유럽, 중동)에서 일하는 사람이 많은데, 왜 이 부분을 한국사람은 생각하지 못하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