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27일 가수 고 김성재씨 죽음을 다룬 SBS 보도를 방영하게 해달라는 청원에 “권한이 없다”고 밝혔다. 지난달 5일부터 한 달 동안 21만명이 넘은 ‘방송금지 철회 요구’ 청원에 불가하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서울남부지법은 지난달 2일 SBS 시사 프로그램 ‘그것이 알고 싶다’의 김성재 사망사건 미스터리 편 방송금지를 결정했다. 김성재씨의 과거 여자친구 김모씨는 명예 등 인격권을 보장해달라며 방송금지가처분 신청을 제기했고 법원이 받아들였다. 

재판부는 “SBS가 오로지 공공 이익을 위한 목적으로 방송하려 한다고 보기 어렵다. 이 방송으로 김씨 인격과 명예에 중대하고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강정수 청와대 디지털소통센터장은 27일 청원 답변을 통해 “이번 (과거 여자친구인) 김씨의 신청 건은 재판부에서 ‘인용’ 결정을 해 방송이 금지된 사례”라며 “만약 해당 방송사가 이번 방송금지가처분 신청의 인용 결정에 이의가 있거나 불복하는 경우 해당 방송사는 법원에 이의신청 또는 취소신청할 수 있다”고 밝혔다. 

강 센터장은 “정부는 방송금지가처분 인용결정에 이의 및 취소 신청을 할 수 있는 권한이 없다. 정부는 적지 않은 국민들께서 관심을 가지고 있는 고 김성재 사망 관련 방송의 제작을 책임진 방송사 결정을 존중하고자 한다”고 답변했다.

▲ 법원이 지난 8월2일 SBS ‘그것이 알고 싶다’의 고 김성재 사망사건 미스터리 편 방송금지를 결정했다. 사진=SBS.
▲ 법원이 지난 8월2일 SBS ‘그것이 알고 싶다’의 고 김성재 사망사건 미스터리 편 방송금지를 결정했다. 사진=SBS.

법원의 방송금지 결정 이후 김성재 편을 방영해달라는 고인 동료들의 요구는 컸다. 청원 마감을 앞두고 가수 채리나씨는 자기 인스타그램에 “데뷔해서 활동하면서 정말 성재오빠한테 과분할 만큼 예쁨을 받았다. 그를 사랑했던 사람으로 작은 소리 내본다”고 청원을 독려했고, 김송씨도 “성재의 죽음. 왜 죽었는지 그것이 알고 싶다”고 밝혔다.  

PD들도 법원 결정을 비판했다. SBS PD협회는 “‘한국판 O.J 심슨 사건’이라 불릴 만큼 의혹투성이였던 당시 재판을 언급하는 것조차 원천적으로 막아버린 재판부 결정에 유감을 넘어 분노를 금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한국PD연합회도 “재판부가 방송금지 가처분을 인용한 가장 큰 이유가 대법원 확정 판결이 난 사안에 의문을 제기하는 내용에 있는 건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지적했다.  

1993년 데뷔한 고 김성재씨는 듀스 활동으로 성공을 거두고 1995년 솔로 앨범을 발표했다. 그러나 앨범 발표 하루 만인 11월20일 호텔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살해 용의자로 지목된 당시 여자친구 김씨는 1심에서 무기징역을 받지만 2·3심에서 증거 불충분으로 무죄가 확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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