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휴대전화를 납품하던 LG전자 1차 하청업체 신영프레시젼 법인 청산에 노사가 합의했다. 회사가 일자리 기금을 지급해 노조원들은 협동조합을 만들어 새 일자리를 준비 중이다. 

신영프레시젼 사태는 여성노동자들이 노조설립을 준비하기 시작한 2017년 8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폭력적인 노무관리 등으로 고생하던 노동자들을 분노케 한 건 성별 임금차별이었다. 신영프레시젼은 다른 하청업체와 거래에서 납품단가를 후려치는 등 이익을 취하고 하도급을 가장해 회사를 만들어 비정규직을 소속 업체만 바꿔 쓰는 식의 행태를 벌였다. 이에 공정거래위원회, 노동위원회 등에 수차례 지적을 받자 기존 2교대를 3교대로 개편하면서 여성과 남성 노동자들의 임금을 차별했다. 

신영프레시젼이 2017년 8월말 갑자기 명예퇴직을 공고했고 단기계약직(아르바이트)을 대폭 늘리기 시작했다. 2017년 12월 민주노총 금속노조 서울남부지역지회 신영프레시젼분회를 만들었고 노조는 회사에 교섭을 시도했지만 회사는 연이어 명예퇴직 공고를 냈다. 2018년 7월 전체 노동자 159명 중 73명을 경영상 이유로 정리해고했는데 이중 64명(87%)가 여성이었다. 같은해 11월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서 부당해고를 구제받자 회사는 12월 법인을 청산하겠다며 다시 명예퇴직을 공고했다. 노조는 12월17일 서울 금천구에 있는 본사를 점거했다. 

▲ 청산절차를 밟고 있는 서울 금천구 신영프레시젼 본사 입구 모습. 사진=이정호 기자
▲ 청산절차를 밟고 있는 서울 금천구 신영프레시젼 본사 입구 모습. 사진=이정호 기자

신영프레시젼은 노조에 ‘불법점거’ 등을 이유로 손해배상액을 통보하거나 자재를 반출하려는 등 공장을 없애려 했다. 노조는 회사 측과 협상을 진행하며 국회의원실을 찾기도 하고 회사임원인 전무(청산인)이나 회사 대표 집 앞에서 집회를 열기도 했다. 440일의 투쟁, 8개월 넘는 점거농성 끝에 결국 노사는 지난달 29일 합의문을 작성했다. 

회사는 없어졌고 노동자들은 일자리를 잃었다. 다만 해결의 실마리를 남긴 채 노사가 이별했다. 이희태 신영프레시젼분회장은 미디어오늘에 “회사가 건물설비를 매각하고 청산절차를 밟고 있다”며 “노조의 일자리기금 요구를 회사가 받아들였는데, 이를 통해 새 일자리를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실 영세사업장이 몰려있는 서울 구로디지털산업단지(구 구로공단)에서 노조를 만드는 건 매우 어려운 일이고 탄탄하게 유지되는 건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었다. 지난해 1월 만든 성진씨에스분회 역시 노조결성 3개월만에 회사가 폐업을 단행하는 등 노조를 세우면 회사를 폐업하거나 이전하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신영프레시젼의 경우, 노조가 회장 일가의 각종 불법 혐의를 포착했지만 회사가 법인청산을 강행하자 이를 궁극적으로 바로잡을 순 없었다. 

이때 노동자들은 무기력하게 흩어질 수밖에 없다. 합의금을 받아 나누기라도 하면 사정이 조금 나은 편이다. 이런 현실을 감안할 때 원청인 LG와 신영프레시젼 회장 일가를 배부르게 해준 노동자들이 결국 일자리를 잃는 상황이지만 노조할 권리를 주장하며 노조가 새로운 일자리를 고민하게 됐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는 게 이 분회장의 평가다. 

이 분회장은 “경제위기는 40~50대 여성노동자에게 더 매서워 안정적인 일자리를 구하기 쉽지 않아 생계에 위협을 받는 상황”이라며 “(노동조건악화-노조설립-회사폐업-생계위협의) 악순환을 끊는 것이 중소영세사업장에서 ‘노조할 권리’를 확보하는 것이라 생각한다”고 했다. 이어 “신영프레시젼과 일단락하고 노동조합원들과 생활협동조합을 만들었다”며 “중소기업벤처부 등의 도움을 받아 사회서비스 등 일자리를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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