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이 취임 후 지상파3사 사장단과 첫 만남을 가졌다. 한상혁 위원장은 27일 오전 11시 프레스센터에서 양승동 KBS사장·최승호 MBC사장·박정훈 SBS사장 및 본부장들과 한국방송협회 관계자가 참석한 정책간담회 자리를 마련했다. 한 위원장은 이날 지상파의 공공적 역할을 강조하며 지상파만의 역할이 흔들리지 않기 위해 광고·편성 등의 비대칭규제를 재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한상혁 방통위원장의 첫마디는 “공공미디어의 핵심축이자 업계의 맏형인 지상파방송이 경쟁 심화로 재정적 위기와 사회적 영향력 하락에 직면한 것을 안타깝게 생각한다”였다. 한 위원장은 “다수의 국민들이 지상파의 위기가 미디어 전반의 공공성 약화로 이어질 것을 우려하여 정부 차원의 대응을 요구하고 있다”며 “오늘을 시작으로 방송사와 머리를 맞대고 방안을 치열하게 논의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한상혁 위원장은 “디지털 기술의 발달로 누구나 언론을 자처하는 미디어 혼돈 속에서 지상파방송 본연의 가치는 진실에 대해 정확하게 보도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미디어 비평 등 저널리즘 기능의 복원은 공정성 수호를 위한 지상파의 가치와 국민 신뢰 회복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서 한상혁 위원장이 ‘미디어 비평’을 강조한 대목이 눈에 띈다. 이는 방통위의 주요 현안이 ‘허위조작정보’ 대응과 ‘미디어리터러시’라는 사실과 연관이 있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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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혁 위원장이 27일 오전 11시 프레스센터에서 양승동 KBS사장·최승호 MBC사장·박정훈 SBS사장과 기념사진을 찍는 모습. ⓒ방송통신위원회

한상혁 위원장은 “유료방송이 외면할 수 있는 사회통합·취약계층 관심, 국민생명보호를 위한 재난매체역할 역시 빼놓을 수 없다”며 유료방송사와 지상파방송사의 차별점을 강조한 뒤 “공적 가치 복원과 산업생태계의 건강한 성장을 위해 방송사는 과감한 경영혁신을 포함한 자구노력과 체질 개선에 최선을 다해주기 바라며 정부도 지상파 방송사가 공적 책임과 역할을 다할 수 있도록 제도적·정책적 지원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상혁 위원장은 지상파가 지속적으로 주장해온 ‘비대칭규제’ 해소와 관련, “과거 지상파 우위 상황에서 매체 균형발전을 위해 도입된 광고·편성 등의 비대칭규제를 재검토해 개선해 나가겠다. 글로벌 미디어 환경에서 국내기업이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공정하고 유연한 제도를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한 위원장은 “방송3사가 지상파 위주의 플랫폼에서 벗어나 한국형 OTT 웨이브를 설립한 것은 매우 의미 깊고 기대가 크다”고 밝히기도 했다.

방통위원장 발언 이후 한국방송협회장인 박정훈 SBS사장은 “올해 연말이면 디즈니OTT가 한국에 상륙한다. 구한말에 외세가 조선을 침탈하는 상황”이라고 비유한 뒤 “글로벌 경쟁하에서 필요한 것은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는 규제를 갖고 있느냐다. 아무리 지상파를 진흥한다고 해도 규제수준이 글로벌 스탠더드와 현격히 차이가 난다면 경쟁력을 갖기 어렵다”며 방통위의 배려를 당부했다. 

양승동 KBS사장은 “직접수신률이 매우 낮아졌지만 지상파라는 용어가 갖고 있는 역사성·공공성이라는 두 가지 상징 때문에 지상파라는 용어를 쓰고 있다. 민주주의가 역주행했던 시대 지상파 구성원들은 방송의 공공성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밝힌 뒤 “지상파가 살아야 미디어생태계가 건강해지고 한국 사회와 민주주의가 발전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양승동 사장은 이어 “글로벌 OTT가 몰려오고 있는데 지상파 독과점 시대 만들어진 규제들이 지금도 유지되고 있다”며 규제의 형평성을 언급한 뒤 “지상파들이 다양한 내부혁신을 통해 노력하고 있다”며 방통위가 위기 극복에 도움을 달라고 했다.

최승호 MBC사장은 “지상파가 공적 미디어로서 책무를 이행하지 않는다면 방송인으로서 무슨 의미가 있겠나”라고 강조하며 “방통위원장 말씀에 기대와 희망을 갖게 된다”고 화답했다. 최승호 사장은 그러나 “공적 미디어를 첫 번째 책무로 인식하고 있지만 저희가 처해있는 상황이, 국민들이 바라는 수준까지 책무를 이행하기 어려울 정도로 어렵게 가고 있다. 생존이 가능하겠는가, 의문이 들 정도의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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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간담회 모습. ⓒ방송통신위원회

지난해 지상파3사 광고매출은 전년 대비 1115억원(7.9%) 감소한 1조3007억원이었다. 2011년 2조3754억원이었는데 7년 만에 사실상 반 토막 수준이다. 2017년 368억원이었던 지상파의 영업손실도 지난해 2237억원으로 크게 늘었다. 전체 방송광고 시장에서 지상파 비중도 2009년 68.2%에서 2018년 40.3%으로 지속적인 하락세다. 미디어 플랫폼이 다양화되고 시청습관이 예측 불가능해지며 고정형TV 중심의 지상파 플랫폼 독점시대는 끝났다. 

최승호 사장은 “새로운 글로벌 OTT가 국내시장으로 진입해 함께 경쟁하는 상황이 온다면 웨이브로 대응하고 있기는 하지만 우리가 입고 있는 규제의 갑옷이라는 것이 벗겨지지 않는다면 (글로벌 경쟁의) 파도 속에 가라앉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라고 우려했다. 최 사장은 지상파가 제기하는 ‘비대칭규제’ 논란과 관련, “어제오늘 제기된 문제는 아니다. 이제는 방통위와 방송사가 한 방향으로, 단기간 내에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한 뒤 “방통위의 강해진 의지를 느끼고 있다”며 향후 방통위의 대응에 대한 기대감을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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