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언론시민연합은 지난 보고서 <7명의 청문회 후보자 중 조국만 다룬 종편>(9/9)를 통해 8월 9일 청와대의 장관급 인사 개편 발표 이후 2주간 종편 시사대담 프로그램들을 분석했습니다. 그 결과 청문회 대상 장관급 인사 7명 중 조국 법무부 장관과 관련된 내용이 집중적으로 등장했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이번에는 3~4주차에 진행된 프로그램 내용을 확인해 청문회 후보자 대담과 조국 장관 관련 내용들을 총정리했습니다. 동시에 종편이 조 장관에 몰두하는 동안 다른 사회적 사안은 놓치지 않았는지도 확인했습니다.

한 달 내내 7명의 후보자 중 조국에만 몰두했던 종편

청문회 후보자 7명의 개별 대담 시간을 확인한 결과에서는 3~4주차에도 1~2주차와 비슷한 결과가 나왔습니다. 1~2주차에 등장한 청문회 후보자 7명 관련 2924분의 대담 중 조국 장관 관련 내용은 2910분으로 약 99.5%를 차지했습니다. 3~4주차에도 조 장관과 관련된 내용은 전체 5556분의 대담 중 5543분으로 약 99.8%였습니다. 결국 4주를 통틀어 7명의 청문회 후보자 관련 대담 8480분 중 8453분, 약 99.7%가 조국 후보자 관련 내용이었던 것입니다.

조 장관을 제외한 6명의 장관급 인사들은 3~4주차에도 거의 등장하지 않았습니다. 조성욱 공정거래위원회 위원장이 6분, 최기영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4분, 은성수 금융위원회 위원장이 3분 등장한 것이 전부였기 때문입니다. 이 기간 후보자 대부분이 청문회를 진행했음에도 종편 시사대담 프로그램들은 별다른 관심을 가지지 않은 것입니다. 특히 김현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과 이정옥 여성가족부 장관은 4주간 종편 시사대담 프로그램에서 단독 주제로 한 번도 다뤄지지 않았습니다.

▲ 종합편성채널 11개 시사대담 프로그램의 인사청문 후보자별 방송 시간(단위:분)(8/12~9/6) 민주언론시민연합
▲ 종합편성채널 11개 시사대담 프로그램의 인사청문 후보자별 방송 시간(단위:분)(8/12~9/6) ⓒ민주언론시민연합

1~2주차 ‘조국’이 전체 방송 절반 넘었던 TV조선, 3~4주차엔 89% 넘겨

3~4주차에도 대부분의 대담을 차지했던 조국 장관 관련 대담을 별도로 분석한 결과, 종편 시사대담 프로그램 내용의 대부분이 조 장관 관련 의혹이었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특히 조 장관 관련 내용은 1~2주차에는 전체 방송의 약 38.5%를 차지했지만 3~4주차에는 약 77.5%로 2배 이상 상승했습니다. 딸과 관련된 의혹과 사모펀드의 소유주 관련 의혹들이 심화되고, 조 장관이 직접 기자간담회를 요청하는 등의 이슈가 있었던 점이 반영된 결과였습니다.

특히 앞서 1~2주차 통계에서 전체 방송의 약 54.9%를 조 장관 관련 의혹에 몰두했던 TV조선은 3~4주차 통계에서는 약 89.6%로 수치가 상승했습니다. 특히 TV조선 <이것이 정치다>는 전체 방송의 96.7%가 조 장관 관련 내용이었습니다. 사실상 조 장관 외에는 다른 이슈를 전혀 다루지 않은 것입니다. 비슷한 흐름은 TV조선 <보도본부 핫라인>(약 91.9%), MBN <뉴스와이드>(약 89.2%) 등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 ‘조국 후보자’ 관련 종합편성채널 시사대담 프로그램의 방송 시간 및 비율(단위:분)(8/26~9/6)
▲ ‘조국 후보자’ 관련 종합편성채널 시사대담 프로그램의 방송 시간 및 비율(단위:분)(8/26~9/6) ⓒ민주언론시민연합

‘딸 의혹’과 ‘사모펀드 의혹’, ‘압수수색’ 동시에 등장한 3주차에 가장 많은 대담

조국 장관 관련 종편 시사대담 프로그램의 4주치 대담 시간을 통틀어 비교한 결과에서는 3주차의 대담시간이 가장 많았다는 점이 확인됐습니다. 2주차부터 본격적으로 확산된 조 장관 딸과 관련된 의혹과 사모펀드와 관련된 의혹이 집중적으로 등장했고, 27일 오전부터 검찰이 전방위 압수수색을 진행하면서 대담시간이 늘어났습니다. 반면 4주차는 조국 장관의 기자간담회, 자유한국당의 반박 기자간담회, 청문회 등이 진행되면서 현장 생중계로 인해 전체 방송시간이 줄어들어 자연스레 대담시간도 소폭 하락했습니다.

▲ ‘조국 후보자’ 관련 종합편성채널 시사대담 프로그램의 주차별 방송 시간(단위:분)(8/12~9/6)
▲ ‘조국 후보자’ 관련 종합편성채널 시사대담 프로그램의 주차별 방송 시간(단위:분)(8/12~9/6) ⓒ민주언론시민연합

3~4주차에도 ‘정책-비전 검증’은 0.2%… 압수수색에 ‘기타’ 비중은 49.9%로 크게 증가

조국 장관 관련 대담의 주제를 ‘정책-비전 검증’, ‘도덕성 검증’, ‘기타’로 나눠 분류한 결과에서는 1~2주차와 비슷한 결과와 크게 다른 결과가 동시에 확인됐습니다. 1~2주차에 전체 대담의 약 0.3%였던 ‘정책-비전 검증’ 관련 내용은 3~4주차에는 더 줄어들어 약 0.2%로 확인됐습니다. 또한 3~4주차에도 TV조선 <신통방통>, 채널A <뉴스TOP10>, <정치데스크>를 제외한 대다수의 종편 시사대담 프로그램에서는 1~2주차와 마찬가지로 정책-비전과 관련된 내용이 등장하지 않았습니다. 결국 4주 내내 조국 장관의 정책-비전이 시대에 부합하는지는 종편 시사대담을 통해 검증되지 않았다고 봐야 했습니다.

반면 1~2주차에 약 90.8%를 차지했던 ‘도덕성 검증’은 3~4주차에 약 49.9%로 크게 줄어들었고, 약 8.9%였던 ‘기타’는 2주만에 49.9%로 크게 늘어났습니다. 이와 같은 결과가 나온 배경은 3~4주차 초반인 8월 27일에 시작된 검찰의 압수수색으로 볼 수 있었습니다. 검찰의 압수수색 이전에는 언론과 야당 등을 통해 나온 정보들을 바탕으로 조 장관의 딸과 관련된 의혹들이 주로 다뤄진 반면 압수수색 이후에는 압수수색 장소를 기반으로 검찰 수사와 혐의에 대한 대담이 진행됐기 때문입니다.

▲ ‘조국 후보자’ 관련 종합편성채널 시사대담 프로그램의 주제별 방송 시간(단위:분)(8/26~9/6)
▲ ‘조국 후보자’ 관련 종합편성채널 시사대담 프로그램의 주제별 방송 시간(단위:분)(8/26~9/6) ⓒ민주언론시민연합

조국에 올인한 종편, 노동자 사망사고에는 눈길 한 번 제대로 주지 않았다

조국 장관은 문재인 정부의 중대 개혁 과제로 꼽히는 사법개혁의 적임자로 평가되며 임명 전부터 큰 관심의 대상이었습니다. 그러나 이를 이유로 대부분의 방송을 조 장관과 관련된 의혹으로 채우는 것은 이례적인 일입니다. 특히 이런 과도한 편중으로 인해 우려되는 부분은 언론을 통해 사회에 알려져야 할 내용들이 주목을 받지 못하는 것입니다.
대표적으로 모니터기간동안 있었던 노동자 사망사고 관련 의제들은 종편에서 전혀 다뤄지지 않았습니다. 지난 8월 13일에는 서울대학교 공과대학에서 근무중이던 청소 노동자가 9일 휴게실에서 사망했다는 소식이 알려졌습니다. 이후 청소 노동자의 휴게시설이 더위를 피할 방안이 전혀 없고, 심지어 창문도 하나 없는 간이공간이었다는 점이 밝혀졌습니다. 결국 최소한의 안전조차 보장되지 않는 노동환경이 청소 노동자를 죽음으로 몰고 간 것입니다.

이후 8월 19일에는 고 김용균 사망사고 진상규명과 재발방지를 위한 석탄화력발전소 특별노동안전조사위원회(이하 특조위)가 진상조사 결과와 권고안을 발표했습니다. 특조위의 결과 발표에 담긴 많은 내용 중 핵심은 민영화와 외주화가 김용균 씨의 죽음을 만들었다는 것입니다. 또한 발전사들이 원청 소속 직원보다 하청업체 소속 직원의 사망사고를 경영평가에서 더 가볍게 여겼다는 점도 드러났습니다. 수차례 이야기 해왔던 ‘위험의 외주화’가 특조위를 통해 공식적인 사망 원인으로 지적된 것입니다.

그러나 이와 같은 내용은 종편 시사대담 프로그램에서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김용균 특조위 결과 발표’는 JTBC <뉴스ON> 3분, MBN <아침&매일경제> 1분간 아주 짧게 소개된 것이 전부였고, ‘서울대 청소 노동자 사망사고’는 11개 프로그램에서 단 한 번도 등장하지 않았습니다. 종편 시사대담 프로그램들이 조국 장관과 관련된 여러 의혹에 몰두하며 목소리와 스피커가 필요했던 사회적 약자들에게는 관심을 끊어버린 것입니다.

▲ 서울대 학생모임 비정규직 없는 서울대 만들기 공동행동과 서울대 민주화교수협의회 등이 지난 17일 기자회견을 열어 휴게실 전면 개선과 학교의 책임인정, 사과, 청소노동자 처우개선을 요구한 뒤 행진하고 있다. 사진=한겨레와 경향신문 18일자
▲ 서울대 학생모임 비정규직 없는 서울대 만들기 공동행동과 서울대 민주화교수협의회 등이 지난 17일 기자회견을 열어 휴게실 전면 개선과 학교의 책임인정, 사과, 청소노동자 처우개선을 요구한 뒤 행진하고 있다. 사진=한겨레와 경향신문 18일자

‘조국 의혹’ 앞에서는 ‘한일관계’, ‘국정농단 판결’도 무의미

종편 시사대담 프로그램들이 조국 장관과 관련된 의혹에 집중한 시기에는 기존의 정치적 이슈들조차 관심의 대상이 되지 못했습니다. 지난 7월 일본의 일방적인 경제보복 이후 화이트리스트 제외 등 우리 정부는 부당한 일본 정부의 보복에 맞대응을 해왔습니다. 그 일환으로 우리 정부는 8월 22일 그간 유지되어 왔던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 이른바 지소미아를 종료한다고 발표했습니다. 앞서 정부와 여당을 향해 반일감정을 조장한다며 비판해오던 종편이라면 당연히 관심을 가질 사안이었습니다.
이어 8월 29일에는 박근혜-최순실-이재용 재판으로 불리던 국정농단 재판의 대법원 판결이 진행됐습니다. 이번 대법원의 파기환송 결정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최순실 씨의 딸 정유라 씨에게 지원한 말을 뇌물로 인정했다는 점에서 2심의 판결을 뒤집는 결정이었습니다. 이로인해 박근혜-최순실 씨는 국정농단 범죄의 형량이 늘어날 가능성이 생겼고, 이재용 부회장이 파기 환송심을 통해 재구속 될 가능성도 주목할 내용이었습니다.

그러나 이와 같은 기존의 정치적 이슈들은 종편 시사대담 프로그램에서 주요 소제로 다뤄지지 않았습니다. ‘지소미아 종료’는 4주간 총 416분간 다뤄졌고, ‘국정농단 대법원 판결’은 236분에 그쳤습니다. 조 장관 관련 의혹이 1주차에만 555분 다뤄진 것과 비교한다면 큰 차이였습니다. 특히 지소미아 종료 관련 대담 416분 중 43분은 ‘조 장관 관련 의혹을 덮기 위한 청와대의 결정이 아니냐’는 주장이 다뤄졌습니다. 11개 프로그램 중 TV조선 <보도본부 핫라인>, <이것이 정치다>, 채널A <정치데스크>는 이런 주장이 ‘지소미아 중단’ 관련 대담의 대부분을 차지했습니다. 한일관계와 관련된 내용마저 조 장관과 연결지어 해석한 것입니다.

▲ ‘지소미아 종료’, ‘국정농단 대법원 판결’ 관련 종합편성채널 시사대담 프로그램의 날짜별 방송 시간(단위:분)(8/12~9/6) ©민주언론시민연합*괄호 안은 조국 후보자와 연결지어 진행한 대담 시간
▲ ‘지소미아 종료’, ‘국정농단 대법원 판결’ 관련 종합편성채널 시사대담 프로그램의 날짜별 방송 시간(단위:분)(8/12~9/6) ©민주언론시민연합*괄호 안은 조국 후보자와 연결지어 진행한 대담 시간

※ 민언련 종편 모니터 보고서는 패널 호칭을 처음에만 직책으로, 이후에는 ○○○ 씨로 통일했습니다.
※ 모니터 대상 : 2019년 8월 12일~9월 6일일 JTBC <뉴스ON>, TV조선 <보도본부핫라인><신통방통><이것이정치다>, 채널A <김진의 돌직구쇼><뉴스TOP10><정치데스크>, MBN <뉴스와이드><뉴스&이슈><뉴스BIG5><아침&매일경제>
※ 문의 : 임동준 활동가 (02) 392-0181 / 정리 : 박철헌‧서혜경‧이정화‧이창윤 인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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