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장관의 청문회 이후 자유한국당 일부 의원들의 자녀와 관련된 논란이 일었습니다. 먼저 청문회 하루 뒤인 7일 장제원 의원의 아들이 음주운전으로 적발됐습니다. 장 의원의 아들은 피해자에게 아버지를 언급하며 사고 은폐의 대가로 금전을 제공하려 했고, 현장에 출동한 경찰에게 허위 진술을 하며 운전자 바꿔치기를 시도한 정황이 드러나 논란이 됐습니다.

이어 10일에는 CBS 노컷뉴스 <단독-나경원 아들 ‘논문논란’ 교신저자 “나 의원 부탁으로…”>(9월10일)가 나경원 의원 아들 연구물의 교신저자로부터 “나경원 의원 부탁이 있었다”는 증언을 확보해 보도했습니다. 이후 KBS <단독-“경진대회 규정 위반… 입상 취소 대상”>(9월16일)는 나 의원 아들의 연구가 의학연구윤리심의위원회 승인을 받지 않았다는 점을 보도했습니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은 종편 시사대담 프로그램들이 자유한국당 의원들의 자녀와 관련된 논란에는 어떤 태도를 취했는지 확인해봤습니다.

‘조국 자녀 논란’에 몰두했던 종편 ‘자유한국당 의원 자녀 논란’에는 시큰둥

종편 시사대담 프로그램들은 지난 8월 중순부터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의 검증을 이유로 자녀와 관련된 여러 가지 의혹들을 사실확인도 없이 보도했습니다. 특히 TV조선은 후보자 임명 이후 2주간 전체 방송의 절반이 넘도록 조 후보자의 딸 관련 내용을 보도했습니다. 반면 자유한국당 의원들의 자녀와 관련된 논란이 일어나자 대다수의 종편 시사대담 프로그램들은 제대로 보도하지 않거나 침묵을 지켰습니다.

장제원 의원 아들의 음주운전 사실이 알려진 7일부터 20일까지의 보도양상을 살펴본 결과 전체 대담 시간은 111분이었습니다. 나경원 의원 아들의 연구와 관련된 내용은 10일부터 20일까지 39분으로 훨씬 더 적은 수치를 기록했습니다. 대다수의 종편 시사대담 프로그램들이 60분 이상의 방송을 진행하는 것을 감안한다면 11개 프로그램에서 약 8일간 111분, 39분의 대담은 매우 적은 수치였습니다.

특히 TV조선 <보도본부 핫라인>은 ‘장제원 의원 아들 음주운전’, ‘나경원 의원 아들 연구’와 관련된 대담을 전혀 진행하지 않았고, TV조선의 다른 프로그램들도 ‘나경원 의원 아들 연구’와 관련된 대담을 진행하지 않았습니다. 결국 TV조선 시사대담 프로그램에서는 나경원 의원의 아들과 관련된 내용을 1분도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또한 채널A <김진의 돌직구쇼>, <뉴스TOP10>, MBN <뉴스BIG5> 역시 ‘나경원 의원 아들 연구’ 관련 내용을 전달하지 않았습니다. 두 사안을 전달한 프로그램들 중에서도 대다수의 프로그램들은 대담시간이 10분을 넘기지 않아 사실상 내용을 소개한 것이 전부였습니다.

▲ 지난 9월7일부터 20일까지 종합편성채널 시사대담 프로그램의 ‘장제원 자녀 음주운전’, ‘나경원 자녀 논문’ 관련 방송 시간 비교 (단위:분). 사진=민주언론시민연합
▲ 지난 9월7일부터 20일까지 종합편성채널 시사대담 프로그램의 ‘장제원 자녀 음주운전’, ‘나경원 자녀 논문’ 관련 방송 시간 비교 (단위:분). 사진=민주언론시민연합

종편은 언론의 공직자 감시의 원칙에서 자유한국당을 예외로 두는 것인가

장제원 의원 아들이 음주운전 후 아버지의 직업을 피해자에게 알리며 사고를 은폐하기 위해 금전 제공을 제안했고, 운전자 바꿔치기를 시도하는 등의 범죄가 벌어졌음에도 TV조선 <보도본부 핫라인>은 이 소식을 전혀 전달하지 않았습니다. 이는 민언련 모니터대상 11개 프로그램 중 유일합니다. 물론 관련 내용을 다룬 다른 프로그램들도 사건 내용을 단순 전달하는 수준이었지만, 최소한 타사는 1분이라도 언급은 했다는 점에서 TV조선 <보도본부 핫라인>의 문제는 심각합니다.

나경원 의원 아들의 연구 관련 내용도 마찬가지입니다. 나 의원 아들의 포스터 교신저자인 윤형진 서울대 교수는 “연구를 도와줄 수 있느냐는 연락을, 평소 친분이 있던 나경원 의원으로부터 받았다”는 증언을 CBS 노컷뉴스 측에 했습니다. 나 의원의 개입이 당사자의 증언을 통해 보도된 것입니다. 이후 KBS는 나 의원 아들의 연구가 IRB 승인이 필요했지만 제대로 된 과정을 거치지 않았다는 점을 단독 보도했습니다. AFP 등 외신들도 나 의원 아들의 연구와 관련된 논란을 보도했습니다. 그러나 나경원 의원은 KBS 측에 아들의 대학진학에 해당 연구가 영향을 끼쳤는지 답변을 주지 않았습니다. 나 의원의 개입여부가 핵심증인을 통해 나왔고, 추가 취재가 필요했던 상황에서 대다수의 종편 시사대담 프로그램은 이 사안을 제대로 다루지 않았습니다.

물론 고위공직자, 정치인의 자녀라는 이유로 개인의 사생활까지 언론에 공개되는 것은 부당한 처사입니다. 그러나 공직자 자녀가 범법행위를 저질렀거나 공직자가 자녀와 관련된 범법행위에 연루된 합당한 근거가 있다면 언론은 철저한 사실확인 절차를 거쳐 보도를 진행해야 합니다. 그 원칙은 조국 장관을 비롯해 자유한국당의 장제원, 나경원 의원 등 모든 공직자에게 적용됩니다. 이번 자유한국당 의원 자녀들의 논란을 조국 법무부장관 자녀 관련 의혹들과 온전히 동일한 사안으로 판단하는 것은 다소 무리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조국 장관에 대한 철저한 검증을 주장했던 종편이 자유한국당 의원들의 자녀와 관련해서는 사건의 내용만 설명하거나 일제히 침묵을 지킨 것은 다분히 이중적인 태도입니다.

‘조국 논란이 장제원 의원에게 불똥 튀겼다’는 TV조선 진행자 윤정호 씨

자유한국당의 두 의원 자녀와 관련된 대담 시간의 대부분은 사건을 설명하는 내용이었습니다. 그 사이에서 TV조선 <이것이 정치다>(9월9일)의 진행자 윤정호 씨는 프로그램 마지막에 장제원 의원 아들의 음주운전 사건을 짧게 소개하며 대뜸 조국 장관과 관련된 논란을 언급했습니다.

윤 씨는 장제원 의원을 “조국 장관 이야기를 하다 보니까 빠뜨릴 수 없는 분”이라며 사건 설명을 시작했습니다. 이어 “청문회에서 자식교육에 대해서 엄청 이야기를 했는데”, “(아들이) 음주운전을 하고 달아났다가 또 다른 사람을 대체하려고 했던 그 부분 때문에 수사를 받고 있습니다”라더니 이 내용을 조국 장관 관련 논란과 연결시켰습니다.

진행자 윤정호 : 일부에서는 이 부분에 대해서 장제원 의원을 향해 사퇴하라는 주장도 하고 있구요. 그리고 청문회에서는 그렇게 이야기하더니 본인은 깨끗하냐 이런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만 일부에서는 조국 후보자는 부모가 관련이 된 부분이고, 이 부분은 개인 아들이 본인이 저지른 일이다. 차이가 있지 않느냐 이런 이야기들이 있습니다. 조국 후보자를 둘러싼 여러 가지 일들이 또 장제원 의원에게까지 불똥이 튀었습니다.

▲ 지난 9월9일 TV조선 ‘이것이 정치다’에 출연해 장제원 의원 아들 음주운전을 조국 장관의 불똥이라 설명한 윤정호 씨.
▲ 지난 9월9일 TV조선 ‘이것이 정치다’에 출연해 장제원 의원 아들 음주운전을 조국 장관의 불똥이라 설명한 윤정호 씨.

윤 씨의 설명의 핵심은 ‘조국 장관 관련 논란과 장제원 의원 아들 음주운전은 성격이 다르다’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이런 의도와 별개로 윤 씨의 “불똥이 튀었습니다”는 표현은 오해를 불러일으키기 충분합니다. 한 쪽이 다른 쪽으로 인해 불이익을 받았다는 의미이기 때문입니다. 윤 씨의 설명처럼 장 의원 아들의 음주운전은 조국 장관 관련 논란과 어떠한 연관성도 없고, 별개의 문제라면 프로그램의 객관성을 유지해야할 진행자는 “불똥이 튀었습니다”라는 일방적 표현을 써서는 안됩니다. 윤 씨의 발언은 TV조선 <이것이 정치다>가 진행자부터 편향적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증거였습니다.

진영논리로 음주운전 사고 설명한 출연자들

TV조선에서는 진행자가 편파적인 표현으로 사건을 설명했다면 MBN <뉴스&이슈>에서는 여당 측 출연자들이 사건을 진영논리에 입각해 설명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10일 방송에 출연한 장경태 민주당 청년위원장은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와 나경원 의원 자녀와 관련된 내용을 “한 달 전에 이미 제보를 받았었”지만 “가족은 가급적이면 안 건드렸으면 좋겠다”는 의미에서 문제제기를 하지 않았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사실 제도를, 결국 이 사회 지도층들이 서로 자녀에 대한 표창장, 어떤 스펙 이런 것 만들어줬던 것 아니겠습니까?”라며 제도적 문제 해결을 언급했습니다.

장 씨 발언의 목적은 결국 입시제도에 대한 지적이었지만 그 과정은 오해의 소지가 다분했습니다. 다른 정당 정치인의 자녀와 관련된 제보를 받았다면 해당 정치인이 문제에 개입해 법에 반하는 행동을 한 정황이 있는지 확인하는 것이 상식적인 절차입니다. 이를 가족과 관련된 내용이기 때문에 쉬쉬했다는 것은 오히려 국민의 알 권리를 외면했다는 것과도 같습니다.

하루 뒤 11일 방송에서는 서재헌 더불어민주당 상근 부대변인이 비슷한 태도를 보였습니다. 서 씨와 함께 출연한 이수희 변호사는 “(장제원 의원을) 조국 장관하고 비교를 많이들 하시는데”, “그 차원하고는 좀 다른 것 같”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에 서 씨는 “음주운전은 살인행위”라며 “사문서 위조 물론 나쁜 행위지만 살인행위에 대한 것은 더 큰 것”이라며 장 의원 아들의 음주운전을 조국 장관 부인의 사문서 위조 혐의와 비교했습니다. 두 출연자의 발언으로 조국 장관의 부인에 대한 사문서 위조혐의와 연관이 전혀 없는 장 의원 아들의 음주운전이 동일선상에서 비교된 것입니다.

이런 발언들은 사안 하나하나를 정치적으로 몰고가는 것입니다. 장 의원 아들의 음주운전은 위법행위 그 자체로 비판받아 마땅하고, 조국 장관 부인의 사문서 위조 혐의는 검찰 조사를 통해 명백한 사실관계를 밝힐 사안입니다. 두 사안을 엮어 어느 쪽의 잘못이 더 크다는 식으로 다룰 내용이 아닌 것입니다.

※ 민언련 종편 모니터 보고서는 패널 호칭을 처음에만 직책으로, 이후에는 ○○○ 씨로 통일했습니다.
※ 모니터 대상 : 2019년 9월 7~20일 JTBC <뉴스ON>, TV조선 <보도본부핫라인><신통방통><이것이정치다>, 채널A <김진의 돌직구쇼><뉴스TOP10><정치데스크>, MBN <뉴스와이드><뉴스&이슈><뉴스BIG5><아침&매일경제>
※ 문의 : 임동준 활동가 (02) 392-0181 / 정리 : 박철헌‧서혜경‧이정화‧이창윤 인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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