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2년 워터게이트 특종 기자인 밥 우드워드 워싱턴포스트 부편집인이 “가짜뉴스(Fake News)라는 말을 폐기했으면 좋겠다”고 주장했다. 26일 한국언론진흥재단과 매일경제가 공동 주최한 ‘4차 산업혁명과 허위조작정보로 인한 저널리즘의 위기’란 주제의 언론 간담회에서 “가짜뉴스 판별방법”을 묻는 질문에 “가짜뉴스라는 말을 폐기했으면 좋겠다. 이 프레임 자체가 트럼프에게 놀아나는 것이다. 가짜뉴스란 표현을 넘어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밥 우드워드 부편집인은 “가짜뉴스는 트럼프가 만들어낸 표현이다. 트럼프가 언론의 신뢰를 저해시키고자 하는 의도로 가짜뉴스란 용어를 사용했다. 그 표현으로 트럼프가 성공한 면도 있다. 자신을 비판하는 언론에 대한 불신을 확산시켰다. 영리한 마케팅이었다”고 지적한 뒤 “트럼프는 지금껏 1만2000여개에 달하는 거짓말을 했다. 가짜뉴스라는 수사적 표현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선 안 된다”고 밝혔다. 이미 오보·허위정보 같은 개념이 있는 상황에서 ‘가짜뉴스’라는 즉자적 표현이 결국 정치적으로밖에 이용될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 

▲밥 우드워드 워싱턴포스트 부편집인.
▲밥 우드워드 워싱턴포스트 부편집인.

그는 이날 언론의 신뢰 위기극복방안을 묻자 “연필이 자주 부러진다면 연필회사는 문을 닫을 것이다. 뉴스도 마찬가지다. 뉴스는 상품이다. 우리가 만드는 상품을 어떻게 신뢰성 있게 만들지 고민해야 한다. 항상 보도에 인내심을 가져야 한다. 무엇보다 지면에는 더 많은 진실이 있어야 한다”고 답했다. 그는 이어 “(워터게이트 보도 당시인) 1970년대 워싱턴포스트 데스크는 싣지 않아야 하는 기사를 잘 골라냈다”며 데스킹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밥 우드워드는 “기자든 편집자든 모두에게 중요한 자질은 인내심이다. 사실에 대한 수집을 게을리하지 않으면서 얼마나 공세적으로 보도할 수 있을지 판단해야 한다. 그리고 결코 서둘러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워터게이트 당시 우리가 썼던 기사를 사람들이 믿기 어려워했다. 닉슨의 백악관도 우리가 가짜뉴스를 보도하고 있다는 입장이었고 사회를 분열하고 있다고 했다. 72년 대선에서 닉슨은 압도적으로 승리했고, 언제 진실이 드러날지는 알 수 없는 상황이었다”고 회상하며 “사회를 통합하는 것이 우리 일은 아니다. 사실을 보도하는 게 우리의 일이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심층취재를 위해선 취재원을 이해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해야 한다. 구글 검색만으로는 안 된다”고 밝혔으며 “기자는 세계에서 벌어지는 모든 일을 즉각적으로 다뤄야 한다”며 끝없는 노력과 학습을 강조했다. 밥 우드워드는 1971년부터 워싱턴포스트 기자로 일했으며 워터게이트 사건 특종 보도와 9·11 테러 사건 보도로 1973년과 2003년 퓰리처상을 수상했다. 지금까지 19권의 책을 냈다. 지난해에는 트럼프 행정부의 문제를 추적한 ‘공포’라는 책을 펴내며 세계적 반향을 일으켰다.

그는 “트럼프의 문제는 예측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는 동맹관계에 대한 이해도 부족하다”며 “문재인 대통령이 지금까지 열 차례 트럼프를 만난 것으로 알고 있는데 (만날 때마다) 늘 긴장하고 트럼프가 어떤 행동을 할지 걱정할 것”이라 말했다. 그는 “현재 트럼프 탄핵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는 사실이 미국에서 민주주의가 작동하고 있다는 증거다. 하지만 민주주의는 언제나 취약하다. 언론도 민주주의 위기에 책임의식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미디어 리터러시에 대해서도 “정부의 역할보다는 언론이 해야 할 역할이다. 언론은 무엇이 사실인지 설명할 책임이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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