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적절 자막 사용으로 논란이 됐던 SBS 인기 예능프로그램 ‘런닝맨’에 행정지도가 내려졌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방송심의소위원회(위원장 허미숙)는 25일 서울 목동 방송회관에서 회의를 열고 SBS ‘런닝맨’이 방송심의규정 ‘품위유지’ 조항을 위반했는지 심의한 결과 행정지도인 ‘권고’를 결정했다. 행정지도는 방송사 재허가에 반영되지 않는다.

SBS ‘런닝맨’은 지난 6월2일 방송에서 ‘1번을 탁 찍으니 엌 사레들림’이라는 자막을 달았다. 이날 방송에선 팬미팅 준비를 위한 ‘런닝맨 굿즈 제작 레이스’가 펼쳐졌다. 출연진들이 서로를 견제하며 추리를 이어가는 상황에서 김종국씨가 “노란팀(이광수·전소민)은 1번에 딱 몰았을 것 같다”고 하자 전소민씨가 사레들린 듯 연거푸 기침했다.

지난 1987년 당시 강민창 치안본부장은 고 박종철씨 사망원인에 대해 기자간담회장에서 단순 쇼크사로 은폐하려 “책상을 ‘탁’치니 ‘억’하고 쓰러졌다”고 언론에 거짓 해명했다. 

SBS는 누리꾼 지적과 비판 반응을 담은 보도가 일자 사과 입장을 내고 관련 부분을 VOD 다시보기 서비스에서 삭제했다. 또 방송 직후 ‘민주열사 박종철기념사업회’에 전화해 사과했다.

이날 의견진술자로 출석한 공희철 SBS예능본부 3CP는 “제작진 중 한 명이 자막을 달았다. 방송 당일 자막 후반 작업을 하느라 결과물을 챙기지 못했다”며 “제작진은 가해자(강민창 전 치안본부장) 말 자체가 억지스러운 말이라고 생각해서 사용한 것 같다. 담당자에게 잘못됐다고 지적하고 교육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공희철 CP는 “내부적인 문제지만, 런닝맨은 방송 당일까지 편집하는 경우가 많다. 일요일 당일 아침에 마지막 수정 작업을 한다. 제작진 중 한 명이 넣자고 했고, 죄송하다고 말했다. 역사의식에 문제가 있었던 건 아니”라고 말하자, 김재영 위원은 “제작진 교육이 필요했었다”고 지적했다.

허미숙 소위원장은 “박종철 기념사업회뿐 아니라 역사 앞에 혹은 한국사회에 사과문을 내도 넘치지 않을 것이다. 시청자 사과는 했냐”고 묻자, 공희철 CP는 “방송 사과는 하지 않았다”고 답했고, 허미숙 소위원장은 “매체 영향력과 프로그램 시청률이 높다. 시청자가 많다는 건 감시자도 많다는 거다. 시청자 감수성이 부족한 것 아니냐”고 비판했다.

심의위원 3인(자유한국당 추천 전광삼 상임위원, 정부·여당 추천 이소영 위원, 바른미래당 추천 박상수 위원)은 행정지도 ‘권고’를, 2인(정부·여당 추천 허미숙 위원장, 김재영 위원)은 법정제재 ‘주의’를 주장했다.

이소영 위원은 “역사를 바라보는 인식이나 표현이 일치할 수는 없다. 위원회만 해도 각자 다른 인식이 있는데 통일해달라고 할 수 없다. 그러나 방송사는 시청자의 눈높이에 맞춰야 한다. 시청자는 (방송사가) 높은 수준의 의식을 가지고 (방송에) 반영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전광삼 상임위원은 “80년대 시대 상황이 어땠는지 잘 알지 않나. 그 상황에 있었던 사건·사고가 웃음을 줄 수 있는 소재로 치환될 수 있냐”면서도 “박종철 열사를 조롱하려는 취지로 방송했다는 건 지나친 해석이다. 방송사 측 부주의함의 결과”라고 말했다.

반면 김재영 위원은 “이 표현은 단순한 표현이라기보다 거의 모두가 알고 있는 한 시대의 시대정신이나 획을 그은 분기점이 됐다. 그걸 지상파 방송에서 희화화했다. 가벼운 일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허미숙 소위원장도 “독일에서 홀로코스트를 비난했다면 몰랐다는 말로 해명이 됐겠냐”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