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이 최근 발표한 ‘종합편성사업자와 계열PP의 방송사업매출 추이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홈쇼핑사업자 매출을 제외한 프로그램제작사(PP) 전체 방송사업매출에서 종합편성사업자(종편)와 계열PP 매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2016년 22.5%, 2017년 26.4%, 2018년 31.3%로 증가세를 나타냈다. 2018년 종편4사 방송사업매출도 약 8018억원으로 최근 3년간 증가세였다.

종편4사와 종편 계열PP의 광고·협찬매출의 경우 2018년 기준 제이티비씨㈜(JTBC) 2780억원, ㈜조선방송(TV조선, TV조선2) 1103억원, ㈜매일방송(MBN, MBN플러스) 1029억, ㈜채널에이(채널A, 채널A플러스) 994억원 순이었다. JTBC의 경우 제이티비씨스포츠 등 계열PP가 지난해 601억원의 광고·협찬매출을 올리며 타사 종편을 크게 앞섰다. 홈쇼핑사업자를 제외한 PP의 광고·협찬매출에서 종편과 종편계열PP 비중도 2016년 29%, 2017년 33.7%, 2018년 38.4%로 증가세였다. 

종편4사와 종편계열PP의 방송프로그램판매 매출도 지난해 약 861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약 206억원 증가했다. 방송프로그램제공매출이란 이름의 프로그램사용료는 2018년 약 805억으로 전체 종편 방송사업매출의 10%를 차지했으며 최근 3년간 연평균 15.1%의 상승세를 보였다. KISDI 보고서는 “유료방송가입가구 확대와 종편 시청률 상승에 기인해 종편 사업자의 방송프로그램제공 매출은 꾸준히 증가하는 양상”이라고 설명했다. 

KISDI 보고서는 “종편 사업자와 계열PP 규모가 점차 확장되고 매출이 꾸준히 증가하면서 종편 사업자와 계열PP의 매출 추이가 PP 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은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쉽게 말해 종편의 ‘협상력’이 강해졌다는 의미다. 이에 따라 IPTV와 케이블TV(SO, 종합유선방송사업자) 등 유료방송사업자를 상대로 한 프로그램사용료 인상 압박이 가시화되고 있다.

▲종편 4사 로고.
▲종편 4사 로고.

현재 KBS2·MBC·SBS 등 지상파는 SO로부터 매월 400원의 재송신료(CPS)를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종편의 프로그램사용료는 CPS 기준 월 50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전자신문은 24일 “종편은 (50원에서) 월 150원으로 인상해야 한다고 요구한다”고 보도했다. 종편은 지상파 영향력이 감소하는 가운데 시청률과 매출액 면에서 성장세를 보이며 업계 위상이 높아진 점을 강조하며 지상파 CPS 대비 프로그램사용료 인상을 요구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애초부터 CPS 산정기준 자체가 논란이어서 유료방송 입장에선 협상테이블에 나서는 것조차 불합리하다는 입장이다. 유료방송업계는 애초 “종편이 의무전송채널이기 때문에 프로그램사용료를 줄 수 없다”는 입장이었지만 결국 2013년 대가를 주기로 합의했고, 이후 전년대비 채널 ‘성적’을 바탕으로 프로그램사용료를 지급하고 있다. 이에 종편은 지상파처럼 디지털방송 가입자 기준으로 프로그램사용료를 책정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상황이 복잡하다. 무엇보다 종편4사가 단일하게 150원 이상 인상을 요구하는 게 아니다. JTBC는 최근 3년간 연평균 32.1%의 증가를 보이며 2018년 기준 종편4사 방송사업매출의 43.4%를 차지했지만 SO로부터 받은 프로그램사용료는 타사 종편과 비슷했다. 채널A·MBN·TV조선과 달리 JTBC는 의무전송 특혜 폐지에 유일하게 찬성하고 있다. 의무전송이 폐지되면 채널경쟁력이 있는 JTBC는 ‘채널공급 중단’이란 무기로 프로그램사용료 협상을 유리하게 이끌 수 있다. 

각 종편사의 이해관계가 다른 상황에서 지상파와 SO간 CPS 분쟁이 종편과 SO간 프로그램사용료 분쟁에 직접적 영향을 줄 수 있는 구조다. 중재 역할이 필요한 방송통신위원회의 경우 홈쇼핑사와 SO와의 송출수수료 갈등까지 종합적으로 봐야 하는 상황이다. 한 종편사의 정책담당자는 “현실적으로 방통위가 CPS나 프로그램사용료 액수를 결정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지금은 방통위가 합리적 액수 산정기준을 마련할 수 있는 사회적 논의의 장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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